↑ 김선호 인터뷰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
지난 6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스타트업’(연출 오충환‧극본 박혜련)은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START)과 성장(UP)을 그린 드라마다. 극 중 김선호는 투자계의 고든렘지이자 성공한 남자의 표본인 한지평 역을 맡았다. 이 캐릭터는 원덕(김해숙 분)에게는 한없는 순딩이 같은 매력을 가진 캐릭터였다.
앞서 김선호는 2009년 연극 ‘뉴 보잉보잉’으로 데뷔해 ‘연애의 목적’ ‘셜록’ ‘옥탑방 고양이’ ‘거미여인의 키스’ ‘클로저’ 등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가며, ‘연극계의 아이돌’로 불렸다. 이후 2017년에는 KBS2 드라마 ‘김과장’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하며 ‘미치겠다, 너땜에!’ ‘백일의 낭군님’ ‘유령을 잡아라’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스타트업’에서 김선호는 훈남 스타일링 정석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김해숙과 가슴 따뜻해지는 스토리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김선호가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이 쏟아졌다.
또한 김선호는 이성적인 캐릭터지만, 서달미(수지 분)를 향한 사랑을 깨달아가면서 보여주는 감정적이면서 허당 같은 반전 매력으로 귀여운 매력도 보여줬다. ‘스타트업’ 시청자들은 그런 김선호의 매력에 홀릭됐고, 시작부터 종영될 때까지 함께 ‘지평 앓이’를 이어갔다.
이와 관련해 김선호는 최근 코로나19 피해 확산 여파로 ‘스타트업’의 종영인터뷰를 서면으로 진행했고, 이를 통해 작품과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 ‘스타트업’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
▶이하 김선호 일문일답 전문
Q. ‘스타트업’ 종영 소감은?
A.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스타트업’이라는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함께한 사람들이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제작진 분들과 배우분들, 모두 다 좋으신 분들이라 조금의 무리도 없이 행복하게 작품을 끝낼 수 있었다. 끝이라니 참 아쉽다. 나한테는 굉장히 아쉽게 느껴지고, 지평이를 못 만난다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한지평이라는 인물로 살아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Q. ‘스타트업’을 출연한 계기는 무엇일까?
A. 박혜련 작가님의 오랜 팬이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너무 재밌게 봤었고, ‘피노키오’도 너무 재밌게 봤다. 오충환 감독님의 작품들도 너무 재밌게 봤다. ‘닥터스’랑 ‘호텔델루나’까지 너무 재밌게 봐서,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다. 대본을 보니 글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 책이 너무 재밌어서 함께할 수 있다면 너무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Q. 한지평과 본인의 싱크로율은 무엇인가?
A. 한지평이라는 인물을 내가 연기했으니 50% 정도 아닐까 싶다. 지평이처럼 남들한테 차가운 말도 잘 못하고, 실제로는 좋은 집, 좋은 차도 없지만, 그래도 나라는 사람이 연기했으니 절반 정도는 나의 모습이 묻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Q.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있다면?
A. 기억에 남는 장면은 1회에서 원덕이 어린 지평(남다름 분)의 신발 끈을 묶어주고 나서 “성공하면 연락하지마. 부자되고 결혼해도 연락하지마. 잘 먹고 잘 살면 연락하지마. 대신 힘들면 연락해. 저번처럼 비오는 데 갈 데 하나 없으면 와. 미련곰탱이처럼 맞지 말고 그냥 와”라고 이야기해주는 장면이다. 지평이로서도, 시청자로서도 가슴이 참 아프면서도 좋았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2회에서 원덕이 달미와 식사하면서 “달미야, 넌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천천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거야. 그러니까 너무 초조해하지마”라고 하는 대사를 좋아한다. 그러다 15회에 달미가 원덕에게 “가을이네, 할머니 보니까 예쁘게 폈어. 코스모스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되게 뭉클했고, 여운이 많이 남았다.
Q. 1화부터 한지평의 짠하고 감동적인 서사가 주로 다뤄지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았다. 다만 러브라인에 있어서 서달미는 남도산과 이어지다 보니 한지평과의 관계에서 많은 아쉬움를 남겼다. 본인 역시 한지평 캐릭터의 서사를 보면서 아쉽지 않았을까?
A. 한지평으로 이입을 하면 안타깝지만 인연이라는 게 모르는 일이고, 누군가와 인연이 닿는다는 게 노력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지평이의 서사와 짠한 모습 때문에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서 좋은 점만 생각하고 있다.
Q. 함께 호흡을 맞춘 수지, 남주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A. 수지는 이미 많은 분들께서 아시겠지만, 집중력이 뛰어나고 연기를 훌륭하게 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한다. 연기할 때 매 순간 집중력이 뛰어나고 차분했던 것 같다. 현장 분위기도 유쾌하게 이끌 줄 아는 좋은 배우라 나도 유쾌하게 촬영했다. 남주혁은 정말 좋은 배우고 동생이다. 함께 하는 내내 많이 배웠고 매순간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날만큼 즐거웠다. 연기할 때 늘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센스들이 빛을 발하고, 덕분에 나도 함께 연기하는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 ‘1박 2일’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
Q. 한편으로 한지평 캐릭터가 너무 현실적이면서 이성적인 성격이라 본인이 봐도 때론 답답하거나 ‘이건 너무 상처네’ 했던 장면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있었다면?
A. 오히려 지평이가 너무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점이 많은 점이 현실적이지 못한 것 같아서 안쓰러운 부분이 있다. 사람이 어느 때는 감정적일 수도 있고 감정 표현이 툭툭 튀어나와야 인간적인 것 같은데 지평이는 그렇지 못한 순간들이 많다. 12부인가? 삼산텍 사무실에 용산(김도완 분), 철산(유수빈 분), 사하(스테파니 리 분)랑 있을 때, 용산이가 지평이에게 자기 형한테 한 것처럼 지금 이 자리에서 달미한테도 독설을 해보라고 할 때. 지평이의 마음은 그렇지 않을 테지만 기계처럼 독설을 할 때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다. 분명 마음은 그게 아닐 텐데 독설을 하는 모습이…
Q. 그럼에도 한지평이라는 캐릭터는 큰 매력이 있었다. 이를 연기한 김선호도 함께 주목받았다. 실제로 SNS 팔로워가 단기간에 급증하고, 전작 ‘미치겠다, 너땜에!’ 등의 작품이 재조명되는 등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인기를 실감하는지, 요즘 기분이 어떤가.
A. 덕분에 과분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믿기지 않은 반응들과 좋은 기사들에 울컥할 때도 많다. ‘배우하기를 잘했다’라는 생각도 든다. 많은 분 덕분에 배우 생활을 행복하게 하고 있는데, 그 과정을 또 행복하게 바라봐주시고, 함께해주시니까 정말 기분이 좋다. 좋은 기사들 써주시는 기자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정말 감사하다. 덕분에 행복하고 과분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Q. 이와 함께 김선호는 ‘스타트업’ 한지평으로 연기력 측면에서도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고, 한지평은 인생캐릭터라는 평을 받는다. 나에게 ‘스타트업’과 한지평이란?
A. 좋게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나한테 ‘스타트업’은 한지평을 만날 수 있게 해준 선물 같은 드라마다. 한지평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내가 한 노력을 누군가가 알아봐주신다는 것은 큰 행복이고, 무척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프라이즈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같기도 하고, 산타클로스가 없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진짜 산타클로스가 있어서 선물을 받은, 그런 기분이 든다.
Q. ‘스타트업’ 다음 작품으로 의외로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연극을 택했다. 차기작으로 ‘얼음’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A. 연기적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고, 더 좋은 배우로 발전하고 싶어서 차기작을 연극으로 선택했다. 내게는 연극을 하면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연극이 가지는 매력은 공연되는 시간동안 관객분들과 함께 호흡하며, 상대방에게 집중해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공연은 그날 그날 찾아와 주신 관객분들에 따라서 달라질 때가 있다. 라이브가 주는 생생함과 그로 인한 희열과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
Q. 조금 가벼운 질문이다. ‘스타트업’에서도 심리테스트나 미신에 관련된 부분이 많이 나왔다. 요즘도 심리테스트가 대유행이다. MBTI를 아는지, 본인은 것은 무엇인지 또 한지평의 MBTI를 추측해본다면?
A. 너무 예전에 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내 MBTI를) 추측을 해보자면 E보다는 I인 것 같고, N보다는 S인 것 같고, T보다는 F, J보다는 P가 아닐까 싶다. 설명만 읽어보면서 추측하기엔 ISFP인 것 같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설명만 놓고 보면 한지평은 INTJ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또한 추측이라 조심스럽다. (웃음)
Q. 김선호는 현재 ‘1박 2일’에서도 활약 중이다. 최근 김선호가 눈물을 보인 후 “악착 같이 버텨서 오래할 것”이라고 종신계약(?)을 했다. 이런 부분에서 이제 예능감이 점점 발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예능 뽀시래기(예뽀) 대신 새 수식어를 얻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추천하고 싶은 수식어가 있을까.
A. 이제는 ‘예뽀’가 예능 뽀시래기에서 새싹이 터서 ‘예능 새싹’ ‘예능 나뭇가지’ 정도 되지 않을까. (웃음) 사실 예능계에는 기라성 같은 분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사실 나에게는 ‘예능 새싹’ ‘예능 나뭇가지’라는 말도 과분한 것 같다. 아직도 한참 멀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A. ‘1박 2일’을 통해 계속 인사드리면서 내년 1월에 개막되는 연극 ‘얼음’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도 관객 여러분께 인사드릴 것 같다. 내년에는 조금 더 편안한 배우로 여러분께 다가가고 싶다. 무엇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이남경 기자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