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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여성 빌런, 아니 예측 불허 매력의 끝판왕이다. 압도적인 존재감, 배우 전종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넷플릭스(Netflix) 영화 ‘콜’이 공개된 이후 광기어린 파격 열연을 선보인 전종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데뷔작 ‘버닝’에 못지않은, 이창동 감독의 안목에 역시나 엄지를 치켜세울 수밖에 없는 강렬함으로 러닝 타임 내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
영화는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과거의 누군가와 현재의 내가 전화로 이어져 인생을 고친다는 흔한 설정이지만, 그 누군가가 ‘연쇄 살인마’가 되면서 신선한 재미와 스릴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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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엄마가 본 대로 애초에 연쇄 살인마로 태어난 것인지, 지속적인 학대로 인해 그렇게 자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인물의 전사나 설명 없이도 전종서의 미친 연기력 만으로도 캐릭터의 흡입력은 상당하다. 조금만 뒤틀려도 누구든 해칠 수 있고,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는 잔혹함을 자신의 색깔 대로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상대적으로 아쉬운 건 박신혜. 캐릭터가 가진 한계도 무시할 순 없지만 이미 고착화된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며 예상했던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대단한 도전을 한 것처럼 대외적으로 홍보했지만 절망적인 상황에 포효하고 욕설 연기에 ‘조금’ 도전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신선한 지점은 없다. 오히려 고구마 캐릭터에 헐거운 서사로 인해 후반부로 갈수록 두 배우의 대결은 싱거워진다.
캐릭터 자체의 힘을 넘어 그것을 자유자재로 자기화 한 전종서의 본능적인 연기는 그야말로 빛난다. 중후반부터 다소 신파로 빠지며 빈약해지는 영화의 아쉬움을 상당 부분 상쇄시키며 어느
데뷔작 ‘버닝’을 통해 단숨에 영화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는 적잖은 부담감에도 예측 불허의 광기로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한 치 앞을 모르게 만드는 배우, 신비주의 그 이상의 무엇을 지닌 배우임을 입증했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