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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현은 한순간에 리즈시절의 몸으로 돌아가게 돼 ‘고우영’으로 이름을 바꾸고 살아가는 ‘18세 홍대영’ 역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제공ㅣ위에화 엔터테인먼트 |
“저에겐 난제였던 캐릭터였어요. ‘좀 더 아저씨처럼 할 수 있었을텐데’ 하고 매번 아쉬움이 남았지만 앞으론 어떤 역할이 와도 할 수 있을 것 같단 자신감이 생겼죠.”
드라마 ‘18 어게인’은 배우 이도현(본명 임동현, 25)에게 첫 주연작인 동시에 다시는 못 만날 작품이었다. 고등학생의 얼굴로 서른 일곱 유부남을 연기한다는 건 어지간한 베테랑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도현은 “자신감을 안고 대본 리딩 현장에 갔는데 거기서 멘탈이 한 번 나가더라”고 했다. 이어 “그 멘탈을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잡아주셨다. 덕분에 독하게 매달릴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최근 종영한 JTBC 월화 드라마 ‘18어게인’은 이혼한 18년차 부부의 두 번째 로맨스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애를 애틋하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이도현은 이혼을 앞두고 18년 전 ‘리즈 시절’로 돌아간 고우영 역으로 열연했다. 실제로는 홍대영(윤상현 분)이지만 고우영이라는 이름으로 고등학생으로 생활하며 농구 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할 게 많아 중압감이 컸지만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임했다고 한다. 윤상현의 눈빛, 표정, 말투, 걸음걸이를 치밀하게 연구했고, 능청스럽고 뻔뻔한 ‘꼰대미’까지 장착했다.
덕분에 열여덟 살 소년의 풋풋함과 서른 일곱 아재의 능청스러운 매력을 오가는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김하늘과 멜로 연기를 할 땐 섹시했고, 가장의 짐을 두 어깨에 진 아버지가 됐을 땐 뭉클하고 따뜻했다. ‘이도현의 발견’이란 호평이 나올 만 했다.
“자아가 3개 같았어요. 어린 홍대영, 고우영, 서른 일곱 아저씨를 확실하게 분배하고 연기했죠. 어린 홍대영일 땐 최대한 남자답게 직진하는 말투로, 고우영이 됐을 땐 아닌 척 하면서 톤을 최대한 높이려 했죠. 홍대영일 땐 말도 빨리 하고 표정을 많이 쓰려 했고요. 윤상현 선배님과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대본을 거의 매일 봤다”는 그는 “여러 조언을 구하면서” 주연의 무게감을 극복했다고 밝혔다. “중압감과 부담감은 차츰 책임감으로 바뀌어갔고, 다시 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혼신을 다했다.
‘호텔 델루나’에서 만난 아이유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도현은 “누나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인데, 첫방송 후 ‘좋았다’고 하더라. ‘주인공의 무게는 무겁고 부담이 되지만 그만큼 즐길 거리도 많으니 즐기면서 하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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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현은 2인 1역을 맡은 윤상현의 말투와 목소리, 걸음걸이까지 치열하게 연구 끝에 완벽한 싱크로율을 끌어냈다. 제공ㅣ위에화 엔터테인먼트 |
이도현은 ‘윤상현의 팔자걸음’까지 완벽하게 마스터했다. 그래서 생긴 에피소드도 있다.
“한 번은 (김하늘 선배님과) 설레는 신을 찍어야 하는데, 팔자걸음으로 걸었다가 ‘거기까진 안 해도 돼’라는 감독님 말을 들었죠. 그때부터 멜로신에선 고우영 만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대선배 김하늘과 멜로신을 앞두고는 전날 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긴장됐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나이 차이가 무색한 자연스런 로맨스 호흡을 보여줬다. 두 사람의 멜로 케미는 포옹신을 키스신으로 바꿀 만큼 현장에서도 인정받았다.
“디테일 하게 준비해 갔는데, 보여주기도 전에 먼저 선배님이 주시는 게 너무 강했어요. ‘이게 뭐지? 했죠. 괜히 멜로여왕이 아니구나 싶었죠. 키스신을 제대로 찍어본 적이 없어서 리허설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동선에 대해 많은 얘길 나눴죠. 막상 슛 들어가니 왜 내가 걱정했을까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잘 이끌어주셔서 연기하기 너무 편했어요. 마치 핑퐁처럼 호흡이 잘 맞았달까요. 나중엔 동지애 같은 것도 생기더라고요. 처음엔 선배님으로 시작해서 누나로 끝났죠.”
이도현은 불과 3년 만에 주연급으로 부상했다.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정경호 아역으로 데뷔한 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호텔 델루나’ 등에 얼굴을 보였다. 특히 ‘호텔 델루나’에선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극중 아이유의 첫사랑으로 그 곁을 1300년 동안 맴돈 무사 ‘고청명’ 역을 연기했다.
이후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그는 이미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공개도 앞두고 있다.
이도현은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며 “늘 너무 좋은 사람만 만나와서 나한테 이런 천운이 언제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크다”고 했다.
배우로서 욕심은 무궁무진하다. “평상시 해보지 못한 것을 접해본다는 게 매력적이다. 합이 맞았을 때 짜릿함이 너무 좋다”고 했다. 앞으로도 액션, 느와르 등 장르를 가리지 않을 테지만 가장 큰 목표는 “사람 살리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초심 잃지 않고 연기하는 게 목표예요.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 작품을 보시면서 좋은 기운 받으시고 힘내서 인생을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
연기 열정이 한 눈에도 느껴지는 이도현은 작품 밖에선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다. “강아지와 가족이 제일 큰 관심사”라는 그는 “제 일상은 그렇개 재밌지 않다. 노래를 틀어놓고.. 밀린 집안 일을 하고. 청소하면서 쾌감을 많이 느낀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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