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이 36년의 짧은 생을 마치고 영면에 들었다. 2007년 코미디언으로 데뷔, 13년간 대중에게 웃음을 줬던 고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큰 슬픔을 안겼다.
박지선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소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검토했으나 "외부침입 흔적이 없고 유서성 메모가 발견된 점으로 보아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타살 가능성이 낮고 유족의 의사를 존중해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박지선의 모친이 유서를 남겼으나 유족의 뜻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출신인 박지선은 2007년 KBS 22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연예계에 데뷔해 KBS2 '개그콘서트'를 비롯해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제18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희극인상(2011), SBS 연예대상 러브FM부문 라디오DJ상(2012) 등을 수상했다.
박지선이 주는 웃음은 순도 100%였다. 피부 질환 때문에 코미디언이라면 한 번 쯤 했을 법한 분장 개그도 할 수 없었지만, 남을 비하하거나 깎아내리지 않고 항상 순수한 웃음을 전한 것. 그렇게 고인은 똑똑하고 겸손한 개그우먼으로 동료 연예인과 대중에게 호감을 샀다.
개그, 예능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발표회, 아이돌 쇼케이스 등 다양한 행사의 진행자로 나서 안정적인 진행 솜씨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아이돌 쇼케이스, 팬미팅에서는 팬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MC로 아이돌 팬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고인은 남몰래 선행도 해왔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한 학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8년 전 박지선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글을 게재했다. 글쓴이는 어려운 가정환경에 학업을 포기하려던 때, 국어 선생님과 그의 절친이던 박지선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혜는 어떻게 갚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방법을 찾아 나서겠다. 그 은혜가 하늘까지 닿았으면 좋겠다”라고 적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박지선의 트위터 계정 앞에는 ‘멋쟁이 희극인’이라는 수식어가 달려 있다. “남을 웃길 수 있다는 게 제일 행복하다. 앞으로도 어떤 선택을 하던 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밝힌 박지선. 희극인이라는 직업에 애정을 가지고 맑고 순수한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하던 그였기에, 고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다.
개그우먼으로서의 능력에 따뜻한 마음까지 갖춘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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