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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리 아이작 정 감독이 배우들과 손잡고 이주민의 삶을 담은 ‘미나리’로 마법같은 순간을 선사한다.
23일 오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미나리’ 온라인 기자회견이 개최된 가운데 리 아이작 정 감독과 배우 윤여정, 스티븐 연, 한예리가 참석했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도 함께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 ‘문유랑가보(Munyurangabo)’로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 AFI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한국계 감독 리 아이작 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윌라 캐더 작가의 ‘마이 안토니아’에 영감을 받았다. 작가가 네브레스카 농장에서 쓴 걸 바탕으로 했다. 본인의 기억에 대해 진실되게 다가가려고 했다. 책을 쓰면서 얼마나 내 삶과 같을까 재고하게 됐다. 저도 비슷하게 기억을 정말 진실 되게 들어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1980년대 기억을 가지고,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순서들을 되짚어보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나열을 해봤다. 대부분 저희 가족에게 있었던 일들이 투영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용을 만들면서 다큐가 아니라 픽션 영화가 되었다. 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각자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그들만의 박자와 새로운 창조가 되면서 각각의 캐릭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윤여정은 “아이작을 만났는데 마음에 들었다, 진지하고 순수하더라. 그런데 저를 알고 한국 영화를 알고 있더라. 김기영 감독님도 잘 알고 인상이 좋더라. 처음엔 감독님이 쓴 줄 모르고 받았다. 정말 진짜 같더라. 전화가 와서 진짜라고 하길래 한다고 했다. 난 사람을 들어보고 들어간다. 사람이 좋아서 했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한예리는 “처음 감독님 만났을 때 감독님 인상이 좋았다. 저는 영어를 못 하는데 감독님과 소통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이상하게 생기더라. 모니카는 한국적인 부분을 갖고 있다. 저희 엄마, 이모, 할머니를 통해 봤던 모습이 모니카에게 있었다. 제가 할 수 있겠다. 감독님과 모니카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귀띔했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은 배우들의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그는 “최고의 배우기 때문이다. 아주 바쁜 가운데서도 스케줄을 내줘서 같이 작업할 수 있었다. 할머니는 고약한 말을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한다. 처음에는 불편하게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을 느끼고 좋아하는 캐릭터다. 정직한 말을 하고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가 윤여정과 딱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모니카는 외유내강이다. 영화의 목적이 잘 녹아있고 영화의 중추 심장이다. 그런 모니카가 갖고 있는 모습이 한예리에게 보였다. 그 연기와 캐릭터를 믿고 작업했다. 제이콥은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내 모습이다. 내가 아버지로서 겪고 있는 것들, 제이콥을 훨씬 깊은 결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스티븐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의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리 아이작 정 감독을 한국어 대사에서 배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그는 “한국말을 잘 못 한다. 글을 쓸 때도 머리에서 영어로 먼저 생각하고 한글로 글을 쓴다. 대본을 쓸 때 그런 부분이 있었다. 한국에서 온 스테파니 홍이 도와줬다. 한국어를 많이 다듬어주고 모든 배우가 대사를 하면서 도와줬다. 문어체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유려하게 공동의 작업으로 대본이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스티븐 연은 “제가 느낀 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면서 어디로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연대하게 됐고 결속했다. 그런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캐릭터 적인 부분에서 어디를 가든 좋은 사람이 있지만 제이콥과 폴의 관계,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내용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저의 아버지가 제이콥과 외부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이야기도 닮아있다. 삶과 힘쓴 투쟁. 녹록지 않은 삶을 이겨내고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하지 않나. 내 아버지가 미국에 왔던 동기나 그런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가족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스티븐 연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같은 특별한 경험을 했고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제가 이 영화를 하면서 많이 배우게 됐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없이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언어나 물리적인 거리가 있더라도 소통할 수 있다는 힐링의 포인트를 생각하며 작업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감독은 제목을 ‘미나리’로 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미나리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미나리가 자라는 모습이 보이고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한다. 저희가 가족이 미국에 갔을 때 할머니가 미나리 씨앗을 가져와서 심었다. 한국 농장을 했는데, 미나리는 우리 가족만을 위해 심고 길렀다. 가장 잘 자란 게 미나리다. 할머니가 우리에 대한 사랑이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감정과 정서를 담고 있고, 정신적인 것도 있지만 일상적인 것이 잘 녹아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미나리’는 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으로
skyb184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