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비난한 중국 누리꾼에 대해 외신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편협한 민족주의’, ’정치적 지뢰’ 등 수위 높은 표현의 ’역풍’을 맞자 결국 중국 정부도 한 발 물러섰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행사에서 한·미 우호관계 증진에 세운 공을 인정받아 ’밴플리트 상’을 수상했다. 이에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인만큼 특히 의미가 크다"면서 "우리는 두 나라(한·미)가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11일 중국 누리꾼들이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라는 발언에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방탄소년단의 수상소감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방탄소년단이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의 역사를 알지 못한 채,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
실제 중국은 한국전쟁 당시 자국군이 참전한 것을 ‘항미원조’라고 칭하며 최근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보도와 결을 같이 하는 중국 누리꾼들은 "국가 존엄과 관련한 사항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에게 실망했다", "방탄소년단은 왜 중국인의 감정을 무시하냐",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탈퇴를 결심했다" 등 방탄소년단의 발언에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중국의 이와 같은 반응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비판적인 보도를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BTS는) 공공연한 도발보다는 진심 어린 포용성으로 잘 알려진 인기 밴드이고 수상소감은 악의 없는 말 같았다"면서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BTS를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고 언급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논란은 세계 제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는 대형 업체들 앞에 정치적 지뢰가 깔려있다는 것을 보여준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보도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브랜드가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희생된 최신 사례가 발생했다. 아직 한한령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가운데 BTS 사건까지 터져 한국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휠라 등 방탄소년단이 모델로 활동 중인 브랜드가 중국의 민족주의에 희생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뿐 아니라 전 세계 누리꾼들도 중국 누리꾼의 반응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비난을 쏟아냈다. 온라인 상에는 중국과 나치를 합성해 만든 해시태그 ’차이나치’까지 등장하며 중국의 극단적 민족주의에 대해 비판했다.
그야말로 세계 발(發) 역풍이 심상치 않자 중국은 기존 입장을 선회, 사태 수습에 나섰다. 13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논란에 대해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하며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환구시보의 기사는 삭제됐고, 웨이보 내 반(反) 방탄소년단 정서도 사그라들었다.
결과적으로 방탄소년단의 금번 수상소감 논란은 전 세계에 BTS의 위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