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 강제 입맞춤,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소설가 겸 시인 하일지(본명 임종주, 65) 동덕여대 전 교수에게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미경 판사는 8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하일지 전 교수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3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하 전 교수는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던 2015년 12월 10일 재학생 A씨에게 입을 맞추는 등 상대 동의 없이 신체 접촉을 한 혐의를 받는다.
하 전 교수 측은 피해자가 묵시적으로 입맞춤을 승낙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또 피해자가 사건 이후 '이성적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점을 보면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건 이후 피해자가 하 전 교수와 여러 차례 연락했던 점과 이메일 내용에 대해서 "작가이자 교수님으로서 존경하고 제자로서 피고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과 성추행 피해자로서 가해자를 원망하는 마음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메일 내용을 보고 피해자가 이성적 감정을 가지고 입맞춤을 허락했다고 추단할 수 없으며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피고인의 지위를 고려하면 피해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고인과의 관계를 예전으로 되돌리고 싶어 이메일을 쓰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나 피고인은 입맞춤을 '교수가 제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애정표현'이었다고 주장하는 등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범행 이후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이메일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등 정황도 좋지 않다"며 양형 배경을 밝혔다.
하 전 교수는 A씨의 폭로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A씨를 명예훼손과 협박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A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일지는 지난 8월 열린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도 "피해자가 저를 이성적으로 좋아했다는 증거는 많았고, 당시 저는 술에 취해 제 앞에서 용변을 본 피해자가 부끄러워 할까봐 위로의 차원에서 1초 동안 입맞춤을 했을 뿐"이라며 "입맞춤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성추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는 피해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직위해제됐던 하 전 교수는 지난 9월 1일자로 동덕여대에서 정년퇴직했다. 동덕여대 측은 "하 전 교수는 퇴직해 동덕여대 소속이 아니다"라며 "이미 퇴직처리된 교원에 대해 징계권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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