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준기 인터뷰 사진=나무엑터스 |
지난 23일 종영한 tvN 드라마 ‘악의 꽃’(연출 김철규‧극본 유정희)에서 이준기는 도현수(백희성) 역을 맡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점차 차지원(문채원 분)과 딸 백은하(정서연 분)를 통해 웃음과 사랑을 깨달아가는 연기를 펼쳤다. 자칫 잘못하면 그저 무감정한 사이코패스로 빠질 수 있었으나, 이준기는 자신만의 연기에 중심을 세워 도현수(백희성) 캐릭터의 서사를 시청자들에 잘 이해시키며 흔들리지않게 이끌어갔다.
시청자들 역시 열연을 보여준 이준기의 매력과 진가를 포착, ‘악의 꽃’을 통해 그에게 푹 빠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악의 꽃’에 대해서도 호평, 이준기가 보여준 문채원, 서현우, 김지훈과의 케미 등에도 많은 관심을 표하며, 계속해서 ‘악의 꽃’ 이준기 앓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준기는 이런 호평들과 캐릭터 해석 등에 대해서 직접 진솔하게 입을 열었다.
![]() |
↑ ‘악의 꽃’ 이준기 사진=나무엑터스 |
▶ 이하 이준기 일문일답
Q. 열연을 펼쳤던 ‘악의 꽃’이 무사히 막을 내렸다. 종영 소감은?
A. 매 작품이 그러했지만 이번 ‘악의 꽃’은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져요.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분들을 떠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 게다가 종영 후 바로 인터뷰까지 진행하니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느껴지면서 더욱 만감이 교차하네요. 참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들에 감사한 지금입니다.
Q. ‘악의 꽃’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어땠는지, 도현수(백희성) 캐릭터에 대한 첫 인상은 어땠는지, 내가 이 역할을 어떻게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처음 ‘악의 꽃’ 대본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이 작품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는 거였어요. 딸을 사랑하는 아빠이자 자신의 아내만을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그 모든 이면에 숨어 있는 슬프고 잔혹한 과거를 가진 한 남자를 지금의 배우 이준기가 담아내기에 과연 합당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어요.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내가 과연 대중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자칫 배우 이준기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 나와 전체적인 밸런스를 붕괴시키지는 않을까’와 같은 너무나 많은 고민을 한 거죠. 도현수라는 인물의 첫인상은 안타깝다는 거였어요.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고 자란 인물이고, 아버지와의 관계성에서도 많은 정신적 아픔을 가지고 있죠. 그 친구에게는 결국 사랑이 필요했던 건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그를 바라봤고 그런 상황들이 현수로 하여금 현실을 도피하고 싶게 만들었던 거 같아요. 결국 도현수는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으로 바라봐 주던 누나를 위해 모든 걸 버리고 도망 쳤지만,또다시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상처를 받았죠. 그런 현수에게 백희성으로서의 삶은 어쩌면 가장 달콤한 제안이었을 거 같아요. 사람답게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는 희망. 이후 차지원을 만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켜주고 싶은 존재들을 가지게 되는 모든 과정들이 저의 상상력들을 자극했어요. 도현수가 느끼는 디테일한 감정들과 다양한 관계성에서 오는 짜릿함이 배우로서 상당한 자극제가 되었죠. 거기에다가 신분을 세탁하고 살아가는 도현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인생과 그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적 해석들을 매번 고민하는데 큰 재미를 느꼈어요. 물론 꽤나 스트레스였지만 말이죠. 하하하.
Q. 백희성과 도현수를 연기할 때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A.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지는 리액션들에 상당히 공을 들였어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현수이기에 작은 표현부터 리액션 하나하나가 씬 자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저 혼자 연구하고 고민한다고 되는 부분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현장에서 저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카메라 감독님까지. 그리고 배우 한 분 한 분과 계속해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눈 거 같아요.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너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되어 도현수란 인물이 단순한 무감정 싸이코패스로만 보여질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집중했었죠.
Q. 금속공예가, 남편, 아빠 등 다양한 면모를 지닌 캐릭터 구축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다면?
A. 금속공예가로 살아가는 백희성의 모습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했어요. 그래서 촬영 전 유튜브로 연기에 참고할만한 공예 작업 영상들을 찾아보며 미리 상상해 두었고, 실제 금속공예가분을 만나 짧게나마 공예가의 손길이 느껴질 수 있는 디테일을 배웠죠. 한 가정의 따뜻한 아빠로서의 모습은 사실 애드리브가 많았는데요. 감독님께서 그냥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믿고 맡겨 주셨어요. 그래서 꽤나 많은 것들을 은하와 만들어 갔던 거 같아요. 이런저런 장난도 치면서. 그래서 은하와 함께하는 날이면 좀 더 일찍 가서 웬만하면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었죠. 어떤 날은 연기한 것보다 은하랑 너무 재미있게 놀아서 피곤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하하하.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모습은 아무래도 문채원과 이런저런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캐릭터들을 만들어 나갔어요. 채원 씨는 굉장히 섬세해서 감정적으로 집중하는 것에 큰 힘을 가진 배우예요. 그래서 제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채워줬죠. 덕분에 마지막에 가서는 차지원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그리고 도현수의 삶을 그려내는 데 있어서도 많은 배우분들이 도와주셨어요. 특히 무진이 역에 서현우 씨와는 성격적으로도 잘 맞아서 초반부터 백희성의 삶을 살아가는 도현수의 이미지를 만드는데에 큰 도움을 받았죠. 상당히 리액션이 좋은 배우여서 촬영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맞아서 생각지도 않았던 브로맨스 씬들이 만들어지고 그랬죠 하하하. 도현수의 모든 서사들은 결국 각 인물들과의 관계성에서 나오는 표현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 집중했었습니다.
Q. 이번 ‘악의 꽃’에서 이준기의 액션신들이 화려했다. 아파트 난간 씬, 물고문 씬 등 고난도 액션이 많았는데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나.
A.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평소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어요. 그래서 힘들고 지치기보다는 ‘내가 얼만큼의 동선을 만들고 액션을 취해야 시청자분들이 이 신에서 오는 감정과 느낌을 오롯이 받아 들이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 이번 작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존에 제가 좋아하는 액션을 10분의 1정도로 줄이자고 다짐했었어요. 제가 평소에 보여드리던 액션들은 상당히 많은 합이 있어 화려하거나 거칠거든요. 하지만 그런 액션이 이번 작품에서는 도움이 되질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액션보다는 감정에 더 집중했던 거 같아요. 처절하게 내몰리는 씬들의 경우에는 대역 없이 직접 몸으로 들이받고 던져지고 부서지고 하면서 저 스스로뿐만 아니라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도 더 몰입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Q. 그렇다면 이준기가 꼽는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명대사는?
A. 저는 정말 다 좋았어요. 하나도 빠짐없이… 그럼에도 하나를 꼽자면 현수가 처음으로 감정을 깨닫고 오열하는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이 씬을 그려내기까지 저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정말 고민이 많았었거든요. 리허설을 할 때조차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고민하면 할수록 막히는 부분이 생겼어요. 완급 조절에 실패해 시청자분들을 납득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이어오던 전체적인 감정의 흐름을 깰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에는 처음 제가 그 회차 대본을 받았을 때의 느낌대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아이가 처음 세상을 향해 울음을 터뜨리는 듯한 모습으로요. 그렇게 수많은 고민과 상의 끝에 만든 신이에요. 찍고 나서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게 기억나네요.
기억에 남는 명대사는 마지막 회에서 현수가 지원이에게 해주는 “내가 더 잘해줄게요. 내가 더 좋아해 줄게요”라는 대사예요. 기억을 잃은 현수가 가슴속 어렴풋이 남아있는 과거 지원이 내밀었던 따뜻한 사랑을 되돌려주는 거죠.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과 인생을 뜻하는 거 같아서 현장에서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어요.
Q. 힘들게 노력한 만큼 좋은 작품으로 완성된 ‘악의 꽃’은 이준기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궁금하다.
A. 항상 작품에 임할 때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로서 가장 최선의 이야기들을 만드는 데에 일조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이번 작품은 유독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잘 완주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마음 뿐이에요.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분들, 배우분들과의 소통과 교감이 있어 가능한 결과이기에 더욱 행복감을 느끼고 있죠. 사실 저는 삶에 있어서 내가 성장하고 잘 되는 것보다는 내가 꿈꾸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충만함과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저의 삶의 의미이자 중요한 가치구요. 그렇기에 이번 ‘악의 꽃’은 또 한 번 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고 인간 이준기를 한 층 더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해요.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또 생각합니다. 정말 모두에게 감사 인사 전하고 싶어요.
![]() |
↑ 이준기 문채원 서현우 사진=나무엑터스 |
Q. 문채원과 서현우와의 케미에 대해 호평이 많았다. 두 사람은 어떤 배우였나.
Q. 문채원과는 ‘악의 꽃’이라는 작품을 고민하기 전에도 몇 번 만나 각자 고민 중인 작품 이야기라던지 인생이야기들을 나누곤 했어요. ‘악의 꽃’을 결정하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을 때에도 문채원이 “오빠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캐릭터다”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죠. 현장에서의 배우 문채원은 섬세하고 집중력이 상당히 높아요 그리고 본인이 그 감정을 해석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는 배우죠. 그래서 서로 연기 합을 맞춰갈 때 제가 감정적인 부분에서 더 자극 받고 도움 받기도 했어요. 차지원이 있었기에 도현수의 감정들도 더 절실하게 느껴질수 있었던 거죠. 극의 몰입도를 매우 잘 만들어내는 배우이기 때문에 아마 이번 작품에서 차지원의 감정을 표현해내느라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에요 .정말 고생도 많았고, 다음에 꼭 맛있는 거 사줘서 기력 회복을 시켜줘야겠어요 하하하
서현우 같은 경우 워낙 연기를 열정적으로 잘한다는 소문은 이미 듣고 있었어요. 시작 전부터 주위 분들이 저더러 긴장 해야 할거다라고 해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첫 만남을 기다렸던 게 기억나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너무너무 착한데다가 성실하고, 무엇보다 배우로서의 소신이 있는 친구더라구요. 게다가 현장을 즐기는 부분도 저랑 비슷해서 촬영할 때 많은 의견을 함께 나누며 장면을 다채롭게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특히 극 초반에 도현수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크게 일조해준 친구라 너무나 고마웠고,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만나자라고 할 정도로 좋은 동료가 되었어요. 그리고 배우들 중에 저와 주량도 맞아서 더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하하하.
Q. 이준기의 감정연기와 눈빛 연기는 물론 목소리가 좋다는 평도 많다. 혹시 이런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눈빛과 톤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연구한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 이렇게 연기하기로 결정했는지에 대서도 궁금하다. 이와 함께 2년만에 복귀를 하면서 자기 복제를 하지 않고 싶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스스로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색다른 모습을 평해보면? 만족도는 어떤지, 아쉬움은 없을까.
A. 이번 작품에서는 처음으로 제가 제 모든 컷들을 모니터링 하지 않았어요. 저 역시도 제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있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인물을 디테일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함께 고민하고 연습하며 주어진 상황에 집중했어요. 무엇보다 감독님께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잘 봐주셨기 때문에 저는 감독님의 최종 디렉션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제 인물화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눈빛과 목소리 톤에 신경을 쓴 게 있다면 욕심을 부리지 않고 힘을 빼고자 했던 것들이 오히려 시청자 분들로 하여금 미세한 것들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거 같아요. 그리고 그런 저의 연기를 좋게 평가해주시는 거는 모든 것을 잘 다듬어 주신 감독님, 카메라 감독님 그리고 모든 스태프들의 노고 덕분이라 생각해요. 모두의 공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이번 작품에서는 멜로적인 장면을 좀 더 예쁘고 애틋하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채원 씨와도,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죠.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너무 깊고 절절한 멜로 위주로 보여드린 것 같아 거기서 오는 아쉬움이 조금은 있어요.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말이죠. 물론 저는 이번 작품에서 다채로운 감정들도 연기해보고 많은 배우 분들과 즐거운 창조 작업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Q.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참고한 영상이나 책 등이 있는지, 기존의 무감정증, 정서적 공감 결여를 가진 캐릭터들이 나온 작품이 있었는데 그런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도현수와 그런 캐릭터들 사이에 어떤 큰 차별점은 두려고 했나.
A. 무감정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조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작품을 참고하긴 했어요. 하지만 결국엔 도현수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들과는 많이 달랐죠. 현수는 공감 능력이 결여되었을 뿐, 순수함을 지닌 친구거든요. 극 초반에 희성이 무표정한 얼굴로 남들을 대하는 모습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몇몇 표현들을 기초 삼기도 했는데, 결국에는 너무 다른 상황과 감정들이라 그냥 현장에서 제가 느끼는 감정과 호흡에 집중했어요. 도현수라는 인물이 다른 감정 결여 캐릭터들과 가지는 차별점은 지원과 은하의 존재였어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다 지원이라는 인물을 만나 무한한 사랑을 받았고, 은하가 태어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감정들을 학습해 나갔을 거라 생각하고 방향을 잡았죠. 현수의 뇌는 이미 그러한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구조로 변해갔지만 결정적으로는 소중한 존재를 잃는다는 강렬한 자극을 통해 스스로도 변화를 인지하게 돼요. 그런 입체적인 모습이 현수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점 같아요. 그래서 감정을 느끼는 타이밍이나 상황적 디테일을 세밀하게 계산하며 연기했어요. 그런 것들이 모여 현수를 더 입체적인 인물로 보이게끔 해주었죠.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A.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MBN스타 대중문화부 이남경 기자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