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우아한 친구들’이 ‘증거인멸’이란 반전 키워드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안궁철을 비롯한 중년 친구들과 부부들의 현실적인 일상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가 맞물리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이내믹하게 그려낸 이 드라마는 여느 드라마들과 다른 소재와 전개로 방송 내내 호불호가 엇갈렸다.
특히 5일 밤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극본 박효연 김경선 연출 송현욱 박소연) 마지막회 엔딩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더욱 극명하다.
종영 후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과 네이버 톡에는 “친구의 살인죄를 우정으로 다 같이 묵인하고 방조하는 드라마” “사전제작 드라마의 한계를 드러낸, 시청자를 외면한 작품” “두 번이나 완전범죄 만들어 주고 끝까지 고구마”라는 불만 섞인 반응들이 줄을 이으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시청자들은 “유준상의 너무 과한 연기와 코믹을 강조하려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들이 거슬렸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반면, “보통 여자 중심 감정선으로 전개되는데, 이 드라마는 남성 중심으로 전개돼 신선했다.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나 신파극과 달랐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날 마지막회에서는 안궁철(유준상)과 친구들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정재훈(배수빈)은 사라진 증거품이 안궁철의 소행이라고 의심하며 그에게로 향하고, 이를 둘러싼 모든 진실이 낱낱이 밝혀졌다.
안궁철과 남정해(송윤아 분)는 끝내 이혼을 선택했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아들 유빈과 함께 친구처럼 지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오히려 전보다 편안해 보였다. 갈등을 빚었던 오해도 풀렸다. 남정해가 안궁철의 첫사랑이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 조형우(김성오 분), 강경자(김혜은 분) 부부와 얽힌 비밀도 드러났다.
강경자와 박시오(김광규 분) 대표 만남의 전말, 모자(母子)의 연을 끊은 조형우 어머니의 출가 소식은 뜻밖의 반전과 함께 두 사람의 신뢰를 회복시켰다. 여기에 박춘복(정석용 분)의 치매 사실을 알게 된 유은실(이인혜 분)이 남편과 함께 댄스 학원에 동행하는 모습도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친구들이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동안, 정재훈(배수빈 분)의 괴로움은 깊어졌다. 백해숙(한다감 분)이 아니라면, 증거품을 숨긴 사람은 안궁철 뿐이라고 확신하며 그를 찾아갔다. “의도가 뭐냐”는 분노 어린 외침에 안궁철은 “죗값 받고 싶다며. 죗값은 스스로 받는 거야”라며 “정재훈, 너 내가 다 용서할 거야. 그래서 너 스스로 자책하게 만들 거야”라는 말로 그를 고통 속에 내몰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안궁철과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가던 정재훈이 흉기 피습을 당한 것. 죽은 주강산(이태환 분)의 친구 서주원(강동호 분)의 보복이었다. 쓰러진 정재훈은 후회와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재훈은 안궁철의 도움으로 죽을 위기에서 살아났고, ‘불사조’ 4인방은 평화로운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강물 속으로 증거품들을 던지는 안궁철에 이어 친구들의 힘찬 걸음 위로 “우리는 또 평생 묵직한 짐 하나를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야 한다. 설령 우리의 선택이 틀렸다 할지라도 우린 소중한 것을 지킬 의무가 있다. 수컷의 운명이다”는 묵직한 내레이션이 더해지며 엔딩을 장식했다.
‘우아한 친구들’은 모든 회차를 ‘19금’으로 방송했다. 3%대 시청률로 출발해 논란 속에서도 파격적인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줄곧 4%대를 유지하며 고정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극 중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드러난 정재훈의 반전, 관계의 균열 속에 변화를 맞는 인물들의 감정들이 얽히고설키며 관계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새로이 드러나는 비밀과 인물들의 엇갈린 관계는 반전을 거듭하며 궁금증을 높였다.
완벽함 뒤에 비밀을 감춘 부부 안궁철, 남정해로 분한 유준상과 송윤아는 각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선을 세밀하고 촘촘하게 쌓아 올리며 열연을 펼쳤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워너비’ 부부의 면모부터 위태롭게 흔들리며 이혼이라는 파국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변해가는 내면을 섬세한 연기로 풀어내며 극의 몰입을 이끌었다.
송현욱 감독은 첫방 전 “‘위기의 주부들’ 남자판과 여자판이 동시에 있다”고 했다. “현실 속에서 힘겹게, 그러나 희망차게 살아가는 중년 부부의 희로애락을 따라간다. 그러면서 관계와 신뢰에 대해 의심하는 서스펜스를 갖고 있다”고 소개해 기대감을 모았다
‘우아한 친구들’ 마지막회 시청률은 전국 5.1%, 수도권 6.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의 흥행을 이을 작품으로 비교되던 요란한 출발과 달리,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기며 용두사미로 끝을 맺은 격이 됐다. happy@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