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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장영남은 데뷔 26년 만에 만난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제공|앤드마크 |
(인터뷰①에 이어)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25년째 배우 외길을 걷고 있는 장영남의 필모그래피를 채울 한 작품으로 기억되겠으나, 장영남에게 남긴 잔향은 꽤 크다. 시청자에 전한 임팩트가 컸던만큼, 피드백도 크게 돌아왔지만 그에 앞서 자신의 연기에 대해 결코 너그럽지 않았던 장영남 스스로도 "이번 연기에 대해선 잘 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그래도 이번엔 후하게 주고 싶어요. 아주 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박행자로 살면서 도희재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게, 중심을 잘 잡고 갔어요. 흔들리지 않고, 생각한대로 밀어붙이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 칭찬해주고 싶어요."
1995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이후 대학로에서 십수 년을 보내고, 2003년 MBC 단막극 ’떠나요 삐삐롱 스타킹’을 시작으로 KBS2 ’달자의 봄’, MBC ’해를 품은 달’, ’7급 공무원’, ’왕은 사랑한다’, SBS ’시크릿 부티크’, JTBC ’나의 나라’, SBS ’아무도 모른다’, MBC ’그 남자의 기억법’ 등 수많은 드라마에서 활약한 장영남.
영화 ’국제시장’, ’공조’, ’협상’, ’변신’ 등 충무로에서도 변화무쌍한 활약을 보이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건만, 지난 시간을 떠올려달라 하니 "슬럼프의 연속이었다"고 돌아본다.
"슬럼프가 왜 없었겠어요. 3~4년 전에도 있었고,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죠. 내가 나를 너무 의심했어요. 원래 작업 스타일이 스스로를 학대하며 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정말 심하게 자신을 의심했죠.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연기가, 시청자나 보는 사람들과 소통을 잘 하지 못했나? 그런 고민들을 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하는 연기가 이상해. 형편없어’ 이러면서 나를 바닥으로 내동댕이 친거죠. 어렸을 때 같으면 오뚝이처럼 일어났는데, 나이가 든 상태서 나를 내동댕이쳤더니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겠더라고요."
장영남은 "그래서 연기할 때 되게 눈치 보이고, 자신이 없고, 꾸역꾸역 하긴 하는데, 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내가 내 연기를 존중하지 않는데, 누가 내 연기를 존중하겠나"면서 "한번은 다 때려치우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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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장영남이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받은 사랑 이후 걸어갈 '배우의 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제공|앤드마크 |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었어요. 뭔가 애매한 선상에서 외줄타기 하는 기분? 그 자리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답답했던 것 같아요. 나도 더 할 수 있는데, 더 해보고 싶은데, 그런 의욕은 앞서는데 따라와주지 않는 그런 게, 답답했던 것 같아요."
깊은 슬럼프가 와도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자존심 상해서" 주위 동료들 중 누구에게도 이러한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다는 장영남. 그는 "사실 지금도 완전히 극복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자연스럽게 올라오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장영남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다.
"단비 같은 작품이죠. 사실 이게 되게 지속적이고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요. 그래도 이왕 작품 했는데, 좋은 평가 받으면 좋은 거니까. 그런 점에서는 굉장히 고무적인 작품이죠. 하지만 이 작품에 내 배우 인생은 좌지우지되지 않을 거예요. 내가 걸어가는 길에 잠깐 단비가 내려준 것이지. 앞으로 길은 꽃반 잔디밭 거친 밭이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건 분명하죠."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타이틀이 장영남 그리고 도희재에게 남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어요. 세상에 트라우마 없는 사람은 없잖아요. 나는 그것을 극복하고 자라왔는지, 극복했는지(에 대해 생각했는데) 결국은 극복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나를 엄청 학대하고 괴롭히는 걸 보면. 아직도 극복해가지 못한 것 같은데, 앞으로 나도 좀 성장해가고 싶은, 그래야겠다는 희망 어린 메시지를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도희재에게 남긴 메시지도 묻자 "그 말은 도희재에게는 좋겠죠"라며 크게 웃으며 답을 이어갔다. "그녀는, 아마 본인이 사이코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요. 도희재는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그걸 사이코라는 데 갇혀 지내진 않았을 것 같다. ’난 너희들과 달라’라고 하는 걸 보면요. 그는 이미 자신이 사이코인지도 모르는 어리석은 괴물, 어쩌면 사이코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지도 몰라요."
차기작에 앞서 "노래와 춤을 배우고 싶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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