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도희재 역을 열연한 배우 장영남이 드라마를 끝낸 아쉬운 소감을 밝혔다. 제공|앤드마크 |
"아쉬워요. 아쉽고, 시원하지만 아쉽고, ’또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이렇게 보내야 하는구나’ 하는 데서 마음의 헛헛함이 있어요."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 연출 박신우)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배우 장영남(47)은 드라마를 마친 데 대한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수한 필모그래피를 통해 겪었을 ’작품’과의 수많은 이별 경험이 있을터임에도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아쉬움 그 자체다.
장영남은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문강태(김수현 분)가 근무하는 ’괜찮은 정신병원’의 수간호사 ’박행자’로 출연했다. 박행자는 병원장의 신임은 물론, 동료 간호사들 사이에도 호의를 얻은 괜찮은 수간호사였지만 극 후반 놀라운 반전을 선사하며 드라마의 핵으로 떠올랐다. 문강태의 엄마를 죽인 살인자이자 고문영(서예지 분) 엄마인 ’도희재’가 박행자 뒤에 감춰진 그의 진짜 모습이었던 것.
장영남은 "처음엔 박행자가 도희재라는 걸 몰랐는데, 첫 촬영날 감독님이 말씀해주셔서 알았다. ’문영이 엄마를 선배님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살짝 귀띔해주셨는데, 이후 계속 박행자 역할만 해서 이후 엄마 역이 바뀔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고 도희재와의 인연(?)을 떠올렸다.
현장에서도 도희재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철저히 비밀이 유지됐다. 이에 대해 장영남은 "입이 근질거리거나 하진 않았다. 괜히 말했다가 실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나조차도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대본에 도희재로 등장했을 때 다들 깜짝 놀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행자가 도희재라는 복선은 사실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감독님이 9~10회부터는 조금씩 리액션이나 표현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눈썹도 한번씩 움직여보고, 쳐다볼 때 오묘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그랬죠. 하지만 하면서도 실은 ’이게 맞나’ ’이정도로 해도 되나’ 늘 고민이 많았어요."
![]() |
↑ 장영남은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사이코패스 살인마 도희재 역을 위해 `엄여인`에 대해 연구했다고 밝혔다. 제공|앤드마크 |
이같은 반응에 대해 장영남은 "좋았다. 사실 ’연기가 왜저래’ 하는 반응이 아니라, 연기 좋다는 반응이 듣고 싶은데 이건 그걸 넘어선 거니까 그만한 극찬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면서도 "사실 너무 잘해서라기보다 너무 무서우니까 살살 해달라는 의미라는 것도 알고 있다"며 빙긋 웃었다. 자신 역시 CCTV를 쳐다보며 도희재로 ’커밍아웃’ 한 장면은 무서웠다고.
도희재 캐릭터의 모티브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조명돼 화제가 됐던 희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엄여인’에게서 따왔다고. 장영남은 "엄여인은 실제로 만나면 엄청 부드럽고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누구도 살인자라고 상상 못 할 사람이라는데 그 사람이 유영철, 강호순 등 어지간한 살인마보다도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더 높은, 만점을 받았다더라"며 "도희재를 접하고 ’아 이사람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장영남은 서예지가 열연한 고문영에게서도 도희재 연기의 힌트를 얻었다. "서예지가 워낙 고문영이라는 인물을 견고하게 잘 만들어놨잖아요. 사실, 그 아이(고문영)가 나(도희재)를 보고 배웠을테니까, 내가 그렇게 만들려고 한 게 내 소원이었으니까. 어떤 부분은 그 아이가 나처럼 변한 모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엄청난 학대인데, 서예지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도희재의 힌트를 얻은 게 많아요."
서예지의 연기에 대해서도 "너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일단 너무 아름답고, 연기할 때 집중도가 엄청나더라. 욕심, 내가 이걸 해내야한다는 책임감이 굉장했고, 너무나 집중도가 좋은 배우였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세심하고 배려심도 많았어요. 작업하는 태도도 정말 열성적이고, 너무나 좋았죠. 그래서 그렇게 고문영이라는 캐릭터가 잘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 |
↑ 배우 장영남이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광기 어린 살인마로 변신한 데 대한 아들의 반응을 전했다. 제공|tvN |
"아주 솔직히 얘기하면, 그렇게 장황하게 등장했는데 너무 쉽게 코피 흘리며 잡혀간 데 대해 처음엔 ’겨우 이렇게?’하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그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죠. 우리 드라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고, 나는 이 동화책의 서쪽마녀 측을 맡은 건데, 서쪽마녀가 엄청난 일을 벌여도 결국 뽀뽀 한 번이면 끝나잖아요. 결국은 하찮은 거죠. 한방이면 물리칠 걸, 괜히 힘겨운 고민을 하고, 아파하고. 어느 순간,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홀가분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순간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야 이들의 이야기가 더 위대하고 커보일 수 있겠구나."
장영남은 "그래도 도희재의 서사를 궁금해한다는 건 너무 고마운 얘기"라며 "더 이상 보고싶은 마녀가 아니라, 그에 대해 궁금하다는 건 흥미를 유발했다는 거니까"라며 시청자에 재차 고마움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도희재 정도면 트라우마에 의해 변질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괴물로 태어난 것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엄마의 연기를 본 7세 아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드라마를 같이 보면서 미리 설명을 했어요. ’엄마가 그동안엔 간호사였는데 이제 나쁜 사람으로 나온다, 책으로 머리
psyon@mk.co.kr
사진제공|앤드마크[ⓒ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