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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배우 권재희(58)가 진보 역사학자인 한홍구 교수(61, 성공회대)와 오는 28일 결혼, 부부의 연을 맺는다.
반평생 50년 인생을 휘돌아 예순의 문턱에서 새로운 인연을 맞는 권재희는 “민망하다”면서도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니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재희는 20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홍구 교수에 대해 “가치관이 너무 잘 맞고 실천력이 있는, 신념을 갖고 한 평생을 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부분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이어 “저와 비슷한 처지의 유가족들을 이해했고, 복원을 위해 노력했고, 나아가 같은 유가족이 되어 준 고마운 분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부분도 멋있다”는 말로 단단한 신뢰와 함께 애정을 보였다.
한홍구 교수는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의 구명운동에 나섰던 핵심인물이다. 권재희의 부친인 고(故) 권재혁 교수의 억울한 죽음을 신문 기고문을 통해 세상에 알리며 탄식했던 그다. 지난해 11월에는 권재혁 교수 50주기 추도식에 참여해 술 한잔을 올렸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69년 11월 형장의 이슬로 억울하게 사라진 고인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아보면 부부라는 이름으로 연결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오작교’가 되어준 셈이다.
권재희의 부친인 故 권재혁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촉망받던 경제학자로, 미국 조지타운 석사학위를 받고 오리건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귀국해 육사 및 건국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하지만 일명 남조선해방혁명당 사건의 우두머리로 지목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68년 수감됐고, 이듬해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아 그 해 11월 사형이 집행됐다. 당시 그의 나이 44세였고, 딸 권재희는 겨우 7세였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권 교수 등을 53일간 불법 구금하고 구타 등의 고문으로 사건을 조작한 사실이 훗날 밝혀지기도 했다.
딸 권재희를 비롯한 유족은 권 교수에 대한 재심을 청구 2014년 5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아 사형 집행 45년 만에 억울한 누명이 벗겨졌다.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끌어내기까지 한홍구 교수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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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재희는 한홍구 교수로부터 인생 최대의 선물을 받았다. 70년 전 할아버지가 부친 권재혁 교수에게 써준 글을, 지난해 되찾아준 것. 권재희는 “감동스러웠다”고 했다. |
마지막으로 권재희는 한홍구 교수로부터 받은 인생 최대의 선물에 대해 언급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소녀의 설렘과 수줍음이 묻어났다.
“70년 전에 저희 할아버지가 아빠에게 써주신 글, 그러니까 편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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