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희는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에서 철종의 딸로, 경국지색의 미모와 신비로운 영적인 능력을 지닌 옹주 ‘봉련’을 연기했다. 제공ㅣ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
“제가 서른 살이 되고나서 만난 첫 작품인데,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났다 생각해요. 6년 전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기도 했고요. 제 필모그래피에서 굉장히 자랑스러운 작품이 될 거라 봐요. 이 작품을 계기로 제가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스스로도 궁금해지네요.”
TV조선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극본 방지영, 연출 윤상호)는 사극 트라우마가 있던 고성희(31)에게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사극”이었다. 6년 전 ‘야경꾼 일지’를 통해 첫 사극 첫 경험을 했던 그는 “당시 질타 받은 경험이 있어 다음 사극까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작품이었다”고 했다.
그 시작은 대본이었다.
“제가 대본을 보통 1시간 30분 정도 만에 읽는 편인데요, 이번엔 30분 만에 쓱 읽어내려갔어요. 마다할 수 없는 작품이었죠.(웃음) 그래도 지난 경험이 있어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컸어요. 시작할 때부터 ‘나만 잘 하면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었고, 촬영 내내 날 몰아세우면서 했던 것 같아요.”
‘바람과 구름과 비’에서 고성희는 경국지색의 미모와 신비로운 영적인 능력을 지닌 옹주 ‘봉련’을 연기했다.
냉혹한 권력 쟁탈전 속에서 희생 당하고 이용 당하면서도 천중(박시후 분)에 대한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는 봉련의 모습을 그만의 색깔로 채워나갔다. 아련한 눈빛의 로맨스 연기부터 미래를 보는 섬뜩한 영능력을 지닌 여인의 카리스마까지 파란만장한 봉련의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소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고성희는 ‘봉련’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이 아이가 갇혀져 있는 상황이나 그런 것들은 너무 불행하지만 맞서 싸우려는 모습들이 너무 맘에 들었다”고 한다.
“입체감이 있는 캐릭터라 좋았어요. 도구적으로 쓰이지 않고 절박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본인이 가진 에너지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이잖아요. (천중과의 로맨스는) 이런 사랑이 현실에도 존재할까 싶기도 했지만, 존재한다면 저라도 목숨을 걸 것 같았죠.(웃음)”
↑ 고성희는 ‘경국지색의 미모’라는 지문은 “눈치가 보였다”며 웃었다. 제공ㅣ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
‘바람과 구름과 비’는 ‘야경꾼일지’와 같은 방지영 작가의 작품이다. 당시엔 연기력 논란으로 마음 고생을 했지만, 방 작가의 생각은 달랐나보다.
“작가님이 저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야경꾼일지’의 도하가 좋았다고 하셨어요. 면목이 없었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야경꾼일지’는 그에게 아픈 손가락이지만, 해마다 애청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고성희는 “그 드라마(‘야경꾼일지’)를 매년 한 번씩 본다. 최근 넷플릭스에 떠서 다시 봤는데,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더라. 볼때 마다 이상하게 다르게 보인다. 최근 느낀 건 인물을 흉내 내는 느낌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접근하는 방식이 많이 변한 걸 보면서 잘 커가고 있구나 싶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가 이번 드라마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준 윤상호 감독의 영향이 크다. 고성희는 윤상호 PD와의 작업에 대해 “제가 너무 팬이 됐다”는 말로 환호했다.
“시후 선배님이랑도 그런 얘길 나눴는데, ‘우리 다음 작품은 어떻게 하지’ 할 정도였다”며 “어려운 작품이고 촬영이 많은 분량인데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끌어주셨다. 빠른 시간 안에 최고의 결과물을 끌어내주셨고 당근과 채찍을 아주 적절하게 사용하는 감독님이셨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대본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을 수정하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제가 얘기하지 않아도 그런 부분들을 미리 바꾸고 계시
“멋진 연출,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해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게 되는 작품이었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고 스스로 겁이 날 때도 많았지만 현장에서 다독여주시고 안아주셔서 맞출 수 있었던 것 같아요.”(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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