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정현은 최근 `탑골가요` 바람을 타고 테크노 여전사 시절이 소환되며 `탑골 레이디 가가`로 젊은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공|NEW |
(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2015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며 그 진가를 입증한 ’명배우’ 이정현. 최근에는 전방위적으로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 ’탑골가요’ 열풍으로 재조명 받으며 ’탑골 레이디 가가’라는 호칭까지 받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이정현은 "너무 좋다. 작명센스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면서 "뒤늦게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게 돼 너무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조카뻘 되는 어린 팬들이 대거 팬클럽에 가입했다"며 즐거워하기도.
어디 그뿐인가. KBS2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을 통해 숨겨진 요리 실력을 뽐낸 이정현은 아예 요리책까지 내며 그만의 요리 비기를 친절하게 공유하기도 했다. 남다른 요리 실력의 비결을 묻자 "대가족"과 "어머니의 영향"을 꼽는다.
"우리 가족이 엄청 대가족이에요. 딸 다섯에 다들 결혼하고 조카 두명씩 해서 스무 명인데, 예전부터 엄마는 주말이면 친척들 불러서 음식 드리고 하는 걸 즐기셨어요. 김장 때도 김치를 300~400포기 담아서 주변에 나눠주시는 걸 좋아하셨어요. 음식해서 남 먹여주고 나눠주고 하는 걸 어려서부터 많이 보고 배웠죠. 어렸을 땐 그게 이해가 안 됐어요. 왜 저렇게 힘들게 해서 남들에게 주지? 했는데, 제가 나이 들어보니까 맛있는 음식을 해서 친구들과 맛있게 먹고, 수다 떨고 그러는 게 큰 행복이더라고요. (요리 재능은) 엄마에게 많이 물려받은 것 같아요."
데뷔 후 줄곧 화려한 조명 아래 서 있었지만 빛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따르는 그림자의 시기, 이정현을 위로한 것도 요리였다.
"제가 우여곡절이 많았잖아요. 톱이었다 내려갔다, 가수로서 톱이었다 다시 내려갔다, 한류 시작하며 정점 찍었다가 또 내려갔다... 그러면서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를 찾은 게 요리 그리고 음식이었죠. 매 주 목요일이면 엄마랑 ’한국인의 밥상’ 보는 게 제일 행복했고, 엄마가 음식 할 때 도마 소리 나는 게 그렇게 좋았어요. 촬영하고 돌아와 힘들 때 엄마가 양푼에 밥 비벼주면, 그게 너무 힐링이었죠."
↑ 가수, 배우로서 성공가도를 걸은 이정현은 지금의 안정이 있기까지 심리적 절치부심을 겪던 시절 '엄마표 집밥'으로부터 위로와 힐링을 얻었다고 했다. 제공|NEW |
소박한 바람을 내놓는 이정현에게 짓궂게 ’야망은 없나’고 묻자 그는 "야망을 가지면 너무 힘들다"며 손사래 쳤다. "뭔가 이상하게, 기대를 하면 이뤄진 적이 없어요. 내려놓으니까 너무 행복해요. 잘 되면 너무 기분 좋고, 혹시 잘 안 되도 아무렇지도 않고. 모든 걸 기대를 저버리고. 주어진 일에 정말 최선을 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는 것 같아요."
이정현의 ’내려놓음’은 이미 10년 가량 된 일. 그는 "’파란만장’으로 다시 배우로 (주요 활동 분야를) 돌리면서 많이 내려놨는데 그렇게 내려놓으니 너무 좋더라"고 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20대를 보낸 이후, 30대 초반부턴 평탄면으로 내려온 듯한 느낌이란다.
"어렸을 땐 에너지도 넘치고 혈기왕성하니까, 작은 일에도 감동하고 너무 기쁘고 들뜨고 그랬는데 그런 게 없어지니까 너무 기쁘고 행복해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도 찾아 요리로 풀
자연스레 ’제4의 전성기’에 대한 기대도, 역시 없단다. "너무 두렵고 무서워요. 물론 좋게 봐주시면 너무 감사하지만 그냥 저는, 오래 남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꾸준히 연기만 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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