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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진 게 없는데도 영 맹숭맹숭 하다. 착한데, 딱히 심각한 구멍도 없는데, 희한할 정도로 뇌리에 박히는 게 없다. 어떤 면에서도 형보다 한참 못한 아우, ‘강철비2 : 정상회담’이다.
‘강철비2’(감독 양우석)는 남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북한 원산 한 호텔에 보인 3국 정상들이 갑작스러운 폭동에 핵잠수함 속 인질로 잡힌 뒤 벌어지는 일촉즉발 국제 정세를 다룬다.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대한민국 대통령(정우성)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위원장(유연석),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이 북한 원산에서 만나지만 북미 간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핵무기 포기와 평화체제 수립에 반발하는 북 호위총국장(곽도원)이 쿠데타를 일으킨다. 급기야 세 정상은 북한 핵잠수함에 납치돼 인질이 되고 좁디좁은 함장실 안에서 못 다한 진짜 정상회담이 벌인다.
영화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과 이를 딛고 평화로 가는 과정을 통해 또 하나의 길을 미리 가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어느 한 쪽의 주인공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던 공식을 탈피해 남과 북이 서로를 적이 아닌 존재로 인정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분단물의 최종 진화를 표방하는 만큼 외피는 혼란스럽고 냉철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뼛속까지 착하고 판타지성이 강한 따뜻한 휴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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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변주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작의 차가운 매력이, 그것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강 액션 등 각종 장치들이 기존의 남북 영화와 차별화를 가졌다면 이번 시즌은 휴머니즘을 강조한 스토리 라인 덕분에 상당 부분 평범해졌다.
특히 정우성이 연기한 대한민국 대통령은 완벽 그 자체로 착한 매력을 극대화 시킨다. 집안에서는 소주와 과자로 야근의 피로를 덜어내고, 아내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으며 소소한 웃음으로 위안을 삼는 대통령. 딸에게 구두 닦는 알바비로 천원을 줄만큼 소박하고 일할 때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며 이상향을 잃지 않으면서도 실리 계산은 빠르다. 여기에 빛나는 희생정신에 얼굴마저 조각이니.
그를 비롯한 미국 북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정상과 그 외 인물들도 하나 같이 평면적이다. 복잡한 관계 속 하나의 에피소드에 많은 것들을 함축적으로 넣다 보니 중반부까지 설명이 참 길고도 길다. 이 과정에서 쉬어가기 위해 들어간 각종 코믹 요소나 장치들은 전작에 비해 훨씬 진부하고 긴장감 역시 떨어진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작만의 차갑고도 스마트한 신선한 매력이 대폭 약화돼 아쉬움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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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스케일에 스타 캐스팅, 감독, 세계관이라면 어떤 면에서도 더 큰 무엇을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시원하게 터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