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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호 감독이 '반도'는 '부산행'과 별개의 영화라고 말했다. 제공|NEW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K-좀비’의 시작을 알린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42)이 ‘반도’로 돌아왔다. 연상호 감독은 ‘반도’는 “‘부산행’과 별개의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2016년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쓴 메가 히트작이자 국내 천만 영화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부산행’ 속편 ‘반도’는 2020년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지난 15일 개봉한 ‘반도’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속 개봉 첫날 35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는 올해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을 처음 할 때 좀비 영화를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 ‘부산행’ 홍보 때는 좀비가 금지어였다. 마이너스 요소라고 생각해 다들 좀비를 좀비라고 부르지 못했다. 좀비가 마이너스 요소라고 생각했는데, 좀비가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줄 몰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사실 좀비 영화를 해보자는 느낌보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 ‘매드맥스’ ‘워터월드’, 만화책 ‘아키라’ 후반부 파괴된 도쿄를 배경으로 아포칼립스를 그리지 않나. 그런 소재를 한국 영화에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 사람들이 ‘부산행’ 후속을 열망하니까 좀비 영화로 그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반도’의 탄생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연상호 감독은 ‘반도’에 대해 “‘부산행’과는 다른 영화이길 바랐다. 사람들은 제목을 ‘부산행2’로 하자고도 했지만, 부산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반도’라는 제목이 좋을 것 같았다. 저는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만들었다. ‘부산행’을 리바이벌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부산행’ 4년 후라고 하면 ‘부산행’과 비교가 되지만, 두 영화는 아주 다른 별개의 영화다. ‘반도’는 독자적인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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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호 감독이 아포칼립스 장르에 끌리는 이유를 밝혔다. 제공|NEW |
연상호 감독은 아포칼립스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휴머니즘”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초등학교 때 영화 ‘매드맥스’를 주말의 영화에서 봤다. 그때 그 영화가 주는 충격 같은 게 있었다. 기기묘묘한 집단과 모험적인 세상 이야기 속에 인간은 저렇구나 싶더라. 말 그대로 우화로 기능한다고 생각한다. 재미있기도 하고 아포칼립스는 인간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휴머니즘 장르일 수밖에 없다. 휴머니즘은 대중적인 영화나 창작물에서 보편적이고 당위에 가까운 주제다. 100년 후에도 중요한 이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사회 비판적으로 현실 세계를 본다는 반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현실 세계가 야만의 세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야만의 종류를 어떻게 포착할지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계속해서 “처음 ‘반도’를 기획할 때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을 생각했다. 한쪽과 연결되어 있지만 막혀있다. 희망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애매하다. 영화는 외부에서 들어오며 시작한다. 탈출하고자 하는 외부 세계도 파라다이스는 아니다. ‘반도’는 탈출극이지만, 이미 탈출할 데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문을 정석(강동원 분)이 안고 간다. 마지막 엔딩이 정석의 의문에 대한 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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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호 감독이 '반도'에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녹여낸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제공|NEW |
‘반도’는 ‘부산행’보다 신파가 강해졌다는 반응이 많다. 연상호 감독은 “엔딩은 당위에 가깝다. 내가 생각하는 현실보다는 당위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런데 마지막에 신경 쓴 건 민정(이정현 분)의 마지막 질주는 어떻게 보면 당위를 향해 가는 질주다. 그 의미가 중요하다. 당위라는 건 그거다. 그게 당위라고 하면 의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반도’ 속 인물에 대해 “시시한 보통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서 대위(구교환 분)도 그렇고 황 중사(김민재 분)도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정석도 배우 강동원이 비현실적으로 잘생겨서 멋있지만, 전반적으로 시시한 보통 사람들이다. ‘반도’는 시시한 보통 사람들의 스토리”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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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호 감독이 '반도'의 프리프로덕션이 약 10개월 정도 걸린 이유를 밝혔다. 제공|NEW |
그런가하면 연상호 감독은 ‘반도’에서 주체적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녹여냈다. 남다른 생존력과 모성애를 보여주는 민정(이정현 분), 카체이싱 액션을 소화한 준이(이레) 등 걸크러시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한 것.
연상호 감독은 “대중 영화는 기획되는 순간부터 대중 영화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 안 한다는 건 매력이 떨어지는 거다. 결과적으로 ‘부산행’이 나온 시대, 기획했던 시대와 ‘반도’가 기획된 시대가 다르다. 그런 시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극대화해줄 수 있는 게 뭘까 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저는 생각해 보면 서른 살 때까지 아기였다. 세상 물정도 모르고 세금 내는 법도 잘 몰랐다. 옛날에는 네다섯 살 아이가 소 끌고 다녔다. 아이라고 하는 존재는 상황에 따라 능력이 달라진다. 이런 세상에 더욱 크게 대비가 될 것 같았다. 처음 떠올린, 아이가 덤프트럭을 몰고 다니는 이미지에서 ‘반도’가 출발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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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호 감독이 '반도'를 오락영화로, 체험용 영화로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제공|NEW |
그렇게 이레를 중심으로 한 화려한 카체이싱 신이 완성됐다. 이를 위해 많은 CG가 사용됐고, 프리 프로덕션은 10개월이 넘게 걸렸다.
연상호 감독은 “강남대로에서 통제하고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예산 문제도 있었다. 200억 원은 절대 넘지 말자고 생각했고 CG를 활용하자고 했다”며 “그래서 프리 프로덕션을 길게 잡고 준비했다. 보통 4개월의 프리 프로덕션이 진행되는데 ‘반도’는 10개월이 넘게 걸렸다. 카체이싱 신이 애니메이션으로 미리 만들어 보고 그대로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안에 폐허가 된 항구도 나와야 하고, 구로 디지털 단지, 지하 차도, 도로 등이 나와야 했다. 여러 세트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하나를 어떻게 다르게 보이게 할지 고민했다. 미술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반도’ 제작
마지막으로 연상호 감독은 ‘반도’를 오락영화로, 체험용 영화로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저희 영화는 오락영화로서 극장에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휴대전화나 TV로 보는 것보다 아이맥스, 4DX 등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포맷이 다양한 영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kyb184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