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렌트`에 로저 역으로 출연 중인 오종혁. 제공│신시컴퍼니 |
더 이상 클릭비의 오종혁(37)이 아니다. 뮤지컬 배우 오종혁이다. 1999년 아이돌 밴드 클릭비의 멤버로 연예계 데뷔한 오종혁은 2008년 ’온에어 시즌2’로 뮤지컬에 데뷔한 뒤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어느덧 13년차 뮤지컬 배우가 됐다. 그리고 오종혁은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꿈꾸는 뮤지컬 ‘렌트’ 무대에 서게 됐다.
“배우가 공연하면서 즐겁기만 한 작품이 많지 않은데 이 작품은 하면서 항상 행복해요. 슬프고 절망적이고 밑바닥에서 어떻게든 올라오려고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인데도 무대에서 대사나 감정이 아니라 사람을 보면서 하고 있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공연하는 것 같지 않고 친구들이랑 놀고 싸우고 하는 느낌이에요. 시기상 즐겁고 행복한 게 아이러니 할 수 있는데, 무대에 있는 순간은 너무 행복해요.”
뮤지컬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La Bohême)’을 현대화한 작품. 브로드웨이 천재 극작가이자 작곡가인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특히 이 작품은 동성애, 에이즈, 마약 같은 당시 사회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며 1996년 미국 초연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공연 20주년을 맞은 ‘렌트’는 지난 6월 16일부터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상연중이다. ‘렌트’는 2000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국내 초연 후 7시즌을 공연해오며 두터운 팬층을 만들어왔다. 뮤지컬 배우들 역시 가장 무대에 오르고 싶은 작품으로 꼽을 정도로 ‘렌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낼 정도. 최정원, 조승우, 윤공주를 비롯해 정선아, 김호영, 최재림 등이 ‘렌트’를 거쳐갔다.
“오디션을 준비할 때 많은 동료배우들 선배들 심지어 후배들까지 그랬어요. 너무 좋겠다. 나도 너무 하고 싶다. 그런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감히 말하기에 배우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배우로서 꼭 프로 무대에서 해보고 싶은 작품이 ‘렌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배우들이 사랑하는 작품이고, 공연하면서 배우들이 왜 사랑하는지 더욱 더 느끼고 있어요. ‘렌트’만이 갖고 있는 에너지가 있어요. 관객들 또한 그 에너지를 느끼는 것 같고요. 그게 관객들과 배우들이 ‘렌트’를 기다리는 이유가 아닐까요.”
↑ 오종혁은 "`렌트` 공연장에 와서 큰 에너지와 감동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제공│신시컴퍼니 |
사실 오종혁은 제작사 신시컴퍼니에게 마크 역을 제안받고 오디션에 참여했다고. 그러나 오디션장에서 오종혁을 본 앤디 세뇨르 주니어 브로드웨이 해외 협력 연출이 “왜 로저가 아니라 마크로 왔냐”며 “다시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제안해 하루 뒤에 로저 역 오디션을 다시 보고 ‘렌트’ 출연을 확정했다.
“저는 항상 제가 맡는 역할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로저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돼있는 인물인데, 그래서 더욱 어렵더라고요. 로저의 고민과 고통을 어떤식으로 관객들에게 표출해야 잘 전달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것 같고요. 그래서 주변 인물들에게 더 의지하고 그들의 에너지를 느끼려고 하고 있어요. 혼자서는 결코 표현할 수 없고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야만 표현해낼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로저 같아요.”
공연계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크게 침체됐다. 뮤지컬 ‘렌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QR코드를 활용한 온라인 문진표 작성, 전 출입 인원 체온 측정, 수시 극장 소독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연장 방역에 최선을 다하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 오종혁이 뮤지컬 ‘렌트’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앤디 연출을 비롯해 제작사의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한 입으로 말하는 게 바로 ‘렌트는 하나’라는 거예요. 우리 팀엔 주연도 없고 조연도 없고 앙상블도 없어요. 모든 사람이 ‘렌트’죠. 인물 한 명 한 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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