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종혁은 소송과 사기 사건에 휩싸이며 찜질방을 전전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값진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제공│신시컴퍼니 |
(인터뷰①에서 이어) 오종혁은 지난 6월 16일부터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렌트’에서 가난한 퇴물 로커 로저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로저는 에이즈의 공포 속에서 세상에 기억될 단 한곡의 노래를 만드는 것을 꿈꾸는 인물로, 마약에 중독된 클럽 댄서 미미와 만나 진정한 사랑과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1999년 아이돌 밴드 클릭비의 멤버로 화려하게 연예계 데뷔한 뒤 공연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오종혁은 언뜻 봐선 로저와 닮아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오종혁은 로저가 과거의 자신과 닮아 있다고 고백했다.
“요즘의 나와 로저는 닮은 부분이 없지만, 예전에 공연계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저도 인정할 정도로 엄울한 사람이었어요. 주변 사람들을 꺼리고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었죠. 친하다고 생각했던 주변인들도 ‘우리랑 별로 안 친해지고 싶어하잖아’라고 말할 정도로 닫혀있었어요. 공연 연습을 처음 할 때는 후드 쓰고 구석에 앉아서 2~3주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기만 했어요. ‘내가 여기 왜 와있는거지’라고 생각했죠. 공연 연습 뿐 아니라 가요계 대기실에 가도 그랬어요. 사람을 마주치고 대화를 하고 웃는게 너무 힘들어서 매니저랑 차에 있었죠.”
담담히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은 오종혁은 자신의 암울했던 모습을 앤디 세뇨르 주니어 브로드웨이 해외 협력 연출이 찾아내 그에게 로저 역을 제안한 게 아닐까 싶다고 짐작했다.
“아마 그 때의 저와 로저가 비슷한 것 같아요. 앤디 연출이 지금의 제 모습 안에서 로저와 닮은 과거의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아직도 가끔 주변 사람들이 ‘슬퍼보인다’고들 해요. 지금은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을 표현하겠다고 생각하고 많이 변했어요. 이젠 주변에서 저한테 바보 같다고까지 해요. 그게 좋은거죠. 바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주는게 고맙고 순간순간이 즐거워요.”
↑ 어느덧 13년차 뮤지컬 배우가 된 오종혁은 "평생 배우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공│신시컴퍼니 |
“사람, 재산, 모든 걸 다 잃었던 시기예요. 그 때 기억은 ‘악’ 밖에 없었죠. 찜질방에서 6개월 이상 숨어지냈죠. 어느날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든 올라가자는 마음을 먹었죠. 어떤 삶이라도 이 삶보다는 나아지자는 마음이었어요. 제 인생에 가장 낮았던 시기예요. 분명히 저에게는 소중한 시기지만, 그 때 기억은 잘 떠올리지 않으려고 해요. 가끔 삶이 힘에 부칠 때마다 한 번씩 그때를 생각해요. 모든 걸 더 이뤄내고서 그런 일을 겪었다면 다신 일어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값진 경험이었고, 이겨냈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려고 해요. 그 덕분에 ‘허’를 쫓지 않게 됐죠.”
오종혁은 2008년 ’온에어 시즌2’로 뮤지컬에 데뷔한 뒤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어느덧 13년차 뮤지컬 배우가 됐다.
“뮤지컬 배우 타이틀이 이젠 익숙해요. 아직도 많은 분들이 가수라고 해주시니까 그 때마다 민망해요. 저는 평생 배우를 하고 싶어요. 노래하는 것도 즐겁지만 뮤지컬 배우는 10년을 넘게 해오는 동안 항상 새롭고 설레요. 그게 제가 이 직업을 좋아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어요. 바람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배우를 계속 하고 싶어요.”
오종혁은 2020년 인생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고 있다. 직업적으로는 오랜기간 몸 담아온 소속사 DSP와 매니지먼
“인생은 항상 계획대로 되진 않으니까요.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도 생겼고, 주어진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하다보면 2020년이 지나가 있을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는 좋은 배우로서 무대 위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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