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사랑의 불시착'(왼쪽), '방법', '슬기로운 의사생활'. 사진제공| tvN |
2020년 상반기 tvN 드라마는 현빈·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으로 쾌조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이후 선보인 작품들은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상반기 방영된 tvN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목요드라마, 토일드라마를 통틀어 봐도 시청률과 화제성을 다 잡은 드라마는 ‘사랑의 불시착’, 연상호 작가의 ‘방법’, 신원호PD·이우정 작가의 ‘슬기로운 의사생활’ 뿐이다.
◆ ‘사랑의 불시착’→‘방법’→‘슬기로운 의사생활’, 화제성·시청률 다 잡았다
시작은 어떤 방송국보다도 화려했다. ’사랑의 불시착’은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 분)의 절대 극비 로맨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 등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의 ‘사랑의 불시착’은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영화 ‘협상’으로 한차례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현빈과 손예진이 두 번의 열애설 후 동반출연을 결정했기 때문.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방송된 ‘사랑의 불시착’은 6.1%의 시청률로 시작, 최종회에서 21.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2월부터 3월까지 방송된 ‘방법’은 한자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 ‘방법’은 ’부산행’으로 ‘좀비’라는 전에 없던 신선한 소재와 장르에 과감히 도전, 오락적 쾌감을 극대화 해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연상호 감독의 첫 드라마 작가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방법’은 저주로 사람을 죽이는 방법(謗法)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자신만의 한국형 오컬트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2.5%의 시청률로 시작한 ‘방법’은 6.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성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2020년 상반기의 마지막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장식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연이어 히트시킨 신원호PD와 이우정 작가의 신작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병원을 배경으로 한 의사들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다. 주 1회 편성과 시즌제라는 색다른 시도를 성공시킨 ‘슬기로운 의사생활’ 마지막회(12회)는 14.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도깨비’, ‘호텔 델루나’ 이후 최고의 OST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 '반의반'은 스타 작가, 연출, 배우의 조합에도 결국 저조한 시청률로 조기종영했다. 사진제공| tvN |
물론 2020년 상반기의 기록은 2019년보다는 사정이 조금 나아 보인다. 지난해 tvN에서 시청률 10%를 넘긴 드라마는 여진구 이세영 주연의 ‘왕이 된 남자’와 이지은(아이유) 여진구 주연의 ‘호텔 델루나’ 뿐이었다.
그러나 스타 작가, 연출, 배우를 데려다놓고도 참혹한 결과를 내놓은 작품도 있었다. ‘반의 반’은 ’아는 와이프’, ’쇼핑왕 루이’ 등을 연출한 이상엽 감독과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드라마 ’공항 가는 길’ 등을 집필한 이숙연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 특히 ’반의반’은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MBC 드라마 ’봄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통해 ’멜로 장인’으로 등극한 정해인이 선보이는 새로운 멜로 드라마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반의반’의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다. 첫 회에서 2.4% 시청률을 기록한 후 매회 자체 최저 시청률을 갱신한 ‘반의 반’은 당초 16회에서 12회로 조기종영의 굴욕을 맛봤다.
수목드라마는 대박드라마 하나 없이 상반기를 마무리했다. 윤시윤 주연의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고수 이성민 주연의 ‘머니게임’, 유승호 이세영 주연의 ‘메모리스트’는 1%~3%의 저조한 시청률로 초라하게 퇴장했고 장나라 고준 주연의 ‘오 마이 베이비’ 역시 조용히 막을 내릴 전망이다.
↑ tvN은 하반기 탄탄한 드라마 라인업을 완성했다. '청춘기록'(위), '비밀의숲2', '스타트업', '구미호뎐' 중이 방송을 앞두고 있다. 사진제공| tvN |
그러나 실망하긴 이르다. tvN 하반기 라인업은 말그대로 ‘화려’하다. 상반기 저조했던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을 수 있는 대작드라마가 대거 포진해 있다.
먼저 김수현 서예지 주연의 ‘사이코지만 괜찮아’ 후속으로 ‘비밀의 숲2’이 방송될 예정이다. ‘비밀의 숲2’(극본 이수연, 연출 박현석)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검사 조승우와 정의롭고 따뜻한 경찰 배두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시즌 출연했던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와 함께 치밀한 각본으로 주목 받았던 이수연 작가가 이번에도 의기투합했다. 시즌2는 시즌1의 마지막 회에서 검사 황시목(조승우)이 좌천돼 발령받은 경남 남해 통영지청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검사와 스폰서 사이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박보검 박소담 변우석 주연의 ‘청춘기록’도 하반기 방송 예정이다. ‘청춘기록’은 갖고 태어난 ‘수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고,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청춘, 그럼에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꿈을 향해 직진하는 청춘들의 뜨거운 기록을 통해 유쾌한 웃음과 공감을 선사할 전망. ‘비밀의 숲’,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WATCHER(왓쳐)’ 등을 통해 치밀한 연출의 힘을 선보인 안길호 감독과 ‘닥터스’, ‘사랑의 온도’ 등 따뜻하고 감성적인 스토리에 현실적인 시선을 녹여내는 하명희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이동욱과 조보아가 출연하는 ‘구미호뎐’(가제)도 하반기 편성 예정이다. ‘구미호뎐’(가제)은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와 그를 쫓는 프로듀서의 ’괴담사냥’ 프로젝트를 다루는 드라마로, 강신효 PD와 한우리 작가가 연출과 대본을 맡는다. 이전의 구미호를 다룬 드라마들과 달리 여자 구미호가 아닌 남자 구미호가 등장하는 것이 특징 중 하나로,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낸 구미호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주혁 배수지 주연의 ‘스타트업’도 대기 중이다. ‘스타트업’은 한국의 실리콘 밸리 샌드박스에서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성장기를 그렸다. 남주혁, 배수지, 김선호 등
과연 하반기 출격을 앞둔 드라마들이 구겨진 tvN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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