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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언뜻 불편하지만 묘하게 여운은 남는다. 스쳐가게 놔두고 싶다가도 붙잡아 다시 보고 싶기도 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보는 영화, 이해가 아닌 느껴야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프랑스 여자’다.
‘프랑스여자’(감독 김희정)는 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 미라(김호정)가 프랑스인 남편 ‘쥘’과 이혼 후 오랜만에 돌아온 서울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오랜 친구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꿈과 현실, 환각과 망상, 과거와 현실이 교차되며 ‘미라’의 상처와 혼란, 자존심과 우울감 등을 보여준다.
한 때 누가 봐도 멋지고 빛났던 그녀는 남모를 상처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으로서의 우울 감, 두려움을 안은 채 20년 지기 친구들의 곁으로 돌아온다. 반가움도 잠시, 성공한 영화 감독(영은), 연출가로 여전히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후배(성우), 그 외 풍파를 견디고 난 뒤 여유로워 보이는 주변인들을 보면서 미라는 다시금 ‘혼자’가 된다.
그녀에게 오랜 연정을 품었던 성우는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중요한 일들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미라에게 “그게 기억이 안 난다고?” “지금 떠보는 거야?” 등의 질문을 하고, 또 다른 든든한 후배 영은은 “친구잖아, 힘든 걸 왜 말 안 해?” “늘 그렇게 숨기고만 있지” 등의 이야기로 서운함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물론 항상 따뜻하게 그녀의 곁을 지켜준다.
사실 미라는 관계에 있어서, 개인적인 성향을 넘어 이기적이다. 친동생처럼 자신을 따르고 챙겨주는 은영에게, 아니 누구에게도 진짜 ‘곁’을 내어주지 않고(혹은 못하고), 감정을 깊이 있게 나누는 것에 서툴러 본의 아니게 서운하게 만들기도. 받는 것만큼 베풀지도 못한다. 과거에도 자신의 꿈에 미쳐, 눈앞의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느라 가까운 주변은 의도치 않게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또 다른 후배, 지금은 먼저 세상을 떠나 사라진 그녀에게도 큰 상처를 안겼다.
그런 그녀에게 마냥 몰입하고 이해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절대 나쁘다고, 나는 아니라고, 이상하다고만 밀어내기도 힘들다. 정말 선명하게 중요한 무엇이 앞을 가로 막고 있을 땐, 누구나 그런 흐리멍텅한 모습도 나오기 마련이니까.
마리는 파리에 있지만 가끔 서울에도 있다고 착각을 한다. 그것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염원 같은 것이기도 하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머문 곳이기 때문에. 프랑스 파리 테러의 한복판에 있으면서 동시에 그녀의 생각은 서울 덕수궁 안에서 연극 배우던 젊은 시절 친구들과 함께 있다. 그 시간과 공간의 섞임은 낯설지만 흥미롭고 어려운듯 울림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가, 마리가 전하고 싶은 ‘무엇’이 아닐까 싶다.
‘혼자’, ‘이방인’, ‘경계’, ‘외로움’, ‘불안감’ 등의 정서를 내 안의 무엇과 어떻게 연결지어 느끼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난해한 전개와 미라의 숨겨진 사연 등 표면 적인 것에 집중할수록 다소 감흥은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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