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소희는 “태오가 버림받은 거라 생각하지만 버림받은 건 다경이”라고 해석했다. 제공ㅣ나인아토엔터테인먼트 |
한소희(26)는 벼락스타가 아니다. 벼락처럼 스타가 됐지만, 지금의 인기는 행운이 아니다.
그룹 샤이니의 곡 ‘텔 미 왓 투 두(Tell Me What To Do)’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과자, 렌즈, 화장품 등의 모델을 거치며 얼굴을 알렸다. 이후 SBS ‘다시 만난 세계’ MBC ‘돈꽃’, tvN ‘백일의 낭군님’ ‘어비스’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기초를 다졌다.
하지만 그 어떤 작품도 ‘부부의 세계’와는 비교할 수 없다. 파급력이 대단했다. 단숨에 트렌드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광고 러브콜을 받았고. 전 국민이 다 아는 스타가 됐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고, 몇주간 화제성 순위 상위권을 달렸다. 하지만 한소희는 “이건 제가 이뤄낸 게 아니다”며 “퇴보하고 싶지 않다”고 지금의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Q. 외로운 캐릭터였어요. 변해가는 감정선 연기가 쉽지 않았을 듯 한데요.
A. ‘부부의 세계’ 원작을 봤는데 6회까지 감정선은 비슷하더라고요, 하지만 16부작으로 늘어나면서 새로운 시퀀스들이 있어요. 원작에 나오지 않았던 성숙된 면들이 첨가됐다고 느꼈어요. 여우회라는 단체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도 있고요. 김희애 선배님이 한 ‘내 남자의 여자’를 봤는데, 같은 불륜녀 역할인데도 굉장히 우아하고 당당하게 나오시더라구요. ‘저렇게 뻔뻔하게 해도 되겠구나’ 용기를 얻었죠. 머리를 블랙으로 염색한 건 지선우가 준영이를 임신했을 때 모습을 일부러 따라 한 거예요. 발악하는 모습으로 꾸역꾸역 따라 하는 게 보였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Q. 그래도 공감 안됐던 장면은 어디였나요
A. 너무 많아서...(웃음) (지선우) 뒤통수 때리고 그때 헤어졌어야 해요. 도와달라고 이태오를 보는데 지질하게 행동하잖아요. 너무 싫더라고요. ‘왜 고산으로 돌아왔을까’도 이해 안됐어요. 태오가 그렇다고 성공을 못한 것도 아니고, 천만 관객의 감독님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고산으로 왔잖아요. 나중에 ‘왜 지선우에게 사과 안하지?’ 그것도 궁금했어요.
Q. 이태오 여다경의 엔딩에 만족하나요?
A. 시청자들은 더 큰 사이다를 바라는 것 같았어요. 현실적이고 씁쓸한 결말이긴 하지만, 불륜녀는 자기 살길 알아서 찾아가는구나 싶었죠. 다경이는 좋아하는 꿈을 향해 한걸음 내딛는 모습이 보여졌고. 하지만 다경이의 지옥 같은 일생은 그때부터 시작된 거라고 봐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잖아요. 그리고 스물 다섯 그 어린 나이에 애를 키워야 하는, 도서관에서 어떤 남자가 커피를 갖다놓아도 그 생기 없는 눈동자를 보면… 태오가 버림받은 거라고 생각하지만 버림받은 건 다경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Q. 주변에 만약 여다경 같은 친구가 있다면요.
A. 혹시 임신한 상황인가요? 그럼, 남자가 태오 같아요? 그 남자한테 가서 뭔가 확신을 받아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뭔가 명분이 있어야 그 상황을 지키고 싶고. 그 남자도 가정이 있고 자식이 있다면 친구에게 포기하라고 하고 싶어요. 친구가 절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아니니까요.
Q. 두 부부가 있었어요. 자신의 일이라면 지선우처럼 복수할 건가요, 고예림처럼 복수 안할 것인가요.
A. 예림(박선영) 선배 쪽은 잠자리만 한 거잖아요. 그러면 복수할 것 같아요. 일단 그 조이(웨이트리스)라는 그 여자를 반 죽여놓아야 할 것 같아요. 조이 직장에 가서 얘기하고 제혁 회사 가서도 얘기하고. 다 얘기해야죠.(웃음)
지선우(김희애)의 경우는 (상대가) 아이가 생겨서 이건 손을 못 댈 것 같아요. 아무 잘못 없이 태어나는 아이는 무슨 죄인가요. 나라면 아들 준영이와 떠날 것 같아요.
Q. ‘부부의 세계’가 왜 그렇게 뜨거웠을까요.
A. 드라마가 잘 될 거다 못될 거다 구분하긴 쉽지 않아요. 김영민 선배도 말씀하셨지만, 시계태엽이 맞아떨어지면서 굴러가는 느낌이었달까요. 촬영은 일이라는 뉘앙스가 많이 풍기는 현장인데, 저희 드라마는 모두가 빠져 있고 집중하고 있었어요. 카메라 감독님도 신을 찍을 땐 완전히 집중해 컷 소리를 못 들을 정도였고요. 이 드라마에 푹 빠져서 했어요. 저도 그랬고 모두가 그랬죠.
↑ 한소희는 신인상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아직 아닌 것 같다”며 “생각만 해도 손이 덜덜덜 떨린다”고 했다. 제공 l 나인아토엔터테인먼트 |
A. 6만명이 갑자기 늘어났는데 이게 뭐지 했어요. 인도네시아어를 모르니까 처음엔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어요. 근데, 그게 다들 불륜녀라고 욕하는 내용이었대요. 안그래도 촬영 현장에서 ‘팬들에게 욕먹어서 기사 뜬 애’라고 놀렸어요. 그래도 ‘여다경은 싫지만 한소희는 사랑해’ 이런 반응들은 좋았어요.
Q. 칭찬에 인색한 모완일 감독이 작품 끝내면서 해준 말은 없나요.
A. 어제도 만났는데... (현장에서) 뭐라고 혼내시면 한 귀로 듣고 흘리기도 했는데, 대견스러워해주셨어요. 아빠의 마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여다경은 감독님과 스태프들 모두가 한땀 한땀 만든 캐릭터예요. 자식을 키우는 느낌으로 촬영을 하셨대요. 마지막 촬영 때 감독님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촬영을 마치고 아무 말 없이 가시더라고요. 너랑 인사하면 정말 끝나는 것 같아 못했다고 하시더군요. 저에겐 은인이세요. 유명세를 떠나서 인간 한소희를 바꿔주셨어요. 제 사상을.
Q.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고, 유력한 신인상 후보라고들 해요.
신기해요. 인생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와~ 행복해’가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제 생활 루틴(routine)이 바뀌었어요. 제가 이뤄낸 게 아니라 생각해요. 이 소중한 관심과 사랑도 감사하지만, 그걸 부응하고 돌려줘야 한다는 게 제 몫이에요. 사실 조금 부담감으로 다가올 때도 있어요. (상은)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김희애 박해준 선배님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아직 (시상식) 생각하면 손이 덜덜덜 떨려요. 희애 선배님이 대상 받으면 제가 눈물 흘리고 호들갑을 떨 것 같아요.
Q. 울산에 있는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요.
A. 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TV에 나오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하세요. 병원을 다니시는데, 치료를 받으러 가시는지 자랑을 하러 가시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물론 드라마를 애청하셨는데 이태오와 여다경이 바람을 필 때는 아무 말 없다 준영이를 몰아세울 때 진짜 못됐다고 하셨어요. 아마 손자 같아 그러셨나봐요.
Q.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A. 그 부담감에 토할 것 같아요. 꼭 주인공을 하고 싶다 그런 건 없어요. 제 연기 인생에서 플러스가 되는 걸 하고 싶어요. 일단 다경이를 버려야 해요. 이제는 불륜 키워드를 제 몸에서 다 빼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게 은근히 쉽지가 않아요. 이렇게 잘 된 드라마일수
Q. 작품 밖 일상에선 어떤 시간을 보내나요.
A. 그림을 그려요. 주제가 전부 다 저에요. 자화상일 때도 있고 감정일 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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