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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이 그림 대작(代作) 사건 3심 공개변론에서 무죄를 호소했다.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의 상고심 사건 공개 변론이 진행됐다.
검사, 변호인 측 최후변론에 이어 피고인 조영남은 최후진술대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결백을 주장했다. 조영남은 "지난 5년간 이런 소란 일으킨 것 죄송하다. 평생 가수생활 해왔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다녔던 용문고 때 미술부장 지냈을만큼 미술을 좋아했고, 미술을 좋아하는 만큼 50년 넘게 그림 특히 현대미술을 독학으로 연구한 끝에 광주예술비엔날레, 예술의전당 초대전, 성곡미술관 등에서 40여 차례 미술전시회를 하면서 화투를 그리는 화가로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화투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앤디 워홀이 평범한 코카콜라병을 그려 화제 된 것에서 착안해, 그것을 팝아트로 옮겨낸 것"이라며 "화투를 그리며 조수도 기용하게 됐고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틈틈이 방송 통해 보여줬다. 내 작업 방식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영남은 "나는 현대미술을 공부하면서 특이한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음악과 미술이 똑같은 예술임이 분명한데 그것의 실현 방법에서는 음악과 미술이 정반대로 구사된다는 것"이라며 "음악에서는 적어도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식의 음악에서는 반드시 엄격한 형식과 규칙이 요구된다. 음정 박자는 매우 정교한 수학적 수치로 구분되어 있고, 기악 역시 각자 악기의 방법대로 연주되어야 올바른 음악으로 성립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 반해 미술은 아무런 규칙도 방법도 없다. 자유로운 창의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20세기 이후 현대미술 문법은 완전히 해체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주문 방식도 관계 없다. 반 고흐도 피카소도 그림은 어떻게 그리라고 한 적이 없다. 붓으로 그려도, 물감을 뿌려도 훌륭한 작품이 된다"고 말했다.
조영남은 "내 화투 그림은 화투를 어떻게 그렸느냐보다 그림마다 딸린 제목에 주목해줄 필요가 있다. 기소된 그림들 모두 한국인의 온갖 애환이 깃든 화투를 아름다운 꽃으로 상징해 그렸다. 그 꽃이 극동지방, 대한민국에서 왔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화투마다 이름을 표현했다"면서 "이렇듯 내 미술은 개념미술에 가깝기 때문에 그림을 잘 그리느냐 못 그리느냐로 논란 벌이는 것은 옛날 미술개념으로 느껴질 뿐이다"고 주장했다.
조영남은 "지난 5년간 내 사건을 통해 느낀 것은, 대한민국 법체계가 너무나 우아하고 완벽하다는 것"이라며 "나는 남은 인생을 갈고 다듬어 사회에 보탬 되는 참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살펴주시기를 청한다. 오늘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대법관님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옛날부터 어르신들이 화투 가지고 놀면 패가망신한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오랫동안 화투를 가지고 놀았나보다. 부디 내 결백을 가려달라"고 말했다.
최후진술에 앞서 진행된 공개변론에서는 조영남이 자신의 그림이 대작(代作)인 것을 알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 것이 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각계 전문가가 참고인으로 출석, 의견을 진술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중견 화가인 신제남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자문위원장이, 조영남 측 참고인으로는 표미선 전 한국화랑협회 회장이 참석해 팽팽하게 대립하는 의견을 나눴다.
조영남은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무명화가 송모씨에게 총 200~300점의 그림을 그리게 하고, 배경에 경미한 덧칠을 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 1억
조영남은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했고, 2심 재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 받으며 사기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검찰이 불복해 상고하면서 3심까지 이어졌다. 3심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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