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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방시혁 의장을 필두로 한 새로운 리더십 체제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초부터 방시혁·윤석준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해 온 빅히트는 지난 4월 20일 주주총회를 통해 방시혁 대표를 이사회 의장 겸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새로운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을 알렸다. 기존 사업부문 대표였던 윤석준 대표를 Global CEO로, 전 넥슨 저팬 글로벌최고운영자(COO) 출신 박지원 HQ CEO을 선임하며 빅히트 혁신 성장을 이끌 새로운 ‘리더십 삼각편대’를 갖췄다.
이번 개편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각 경영진의 역할을 구조와 기능 위주로 분할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빅히트는 음악 제작 등 크리에이티브를 레이블 부문 방시혁 의장이, 국내외 사업 부문을 윤석준 Global CEO가 총괄하며 '영역'을 구분의 핵심으로 판단했으나 이번 개편을 통해 경영진의 기능적 역할에 보다 집중했다.
이같은 최고 경영진 변화를 통해 빅히트 내부에서 거는 기대도 가늠해볼 수 있다. ‘음악 산업을 혁신하겠다’고 선언해 온 업계 리딩 기업으로써 본격적으로 글로벌 기반 사업을 전개해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전문 경영인의 감독 아래 조직을 체계화 하며 내실을 다지겠다는 빅히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실제 빅히트는 이번 최고 경영진 개편의 목적을 “고속 성장하고 있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체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빅히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전사 조직 체계 마련에 집중하며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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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영진 개편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방시혁 의장의 ‘책임 경영’이다. 빅히트는 “방시혁 의장이 핵심 사업과 중요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며, 프로듀서로서 빅히트 멀티 레이블의 음악 제작 및 크리에이티브를 책임지고 리드한다”고 발표했다. 레이블 부문과 사업 부문을 나누어 운영했던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 모든 핵심 분야에 대한 방향성을 방시혁 의장이 지휘하며 경영의 최일선에 서게 됐다.
그 배경으로 고속 성장 중인 빅히트가 의사 결정 구조 효율화와 경영 속도를 높이는 데 깊은 고민을 해온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최근 빅히트는 매해 ‘더블 성장’을 이뤄냈다. 2016년 매출 352억원에서 2017년 924억원, 2018년 2142억원, 2019년(K-IFRS 기준) 5872억원으로 매년 두 배 이상씩 성장했다. 몸집도 몇 배로 불렸다. 올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8개 이상의 관계사(빅히트 쓰리식스티, 빅히트 아이피, beNX, BELIFT, 쏘스뮤직, 수퍼브, 빅히트 아메리카, 빅히트 재팬 등)를 보유하고 있다. 5월 기준 임직원은 약 700여 명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이 속도감 있게 운영되려면 핵심 사안에 대한 빠른 의사 결정이 필수적이다. 특히 시장과 대중의 반응에 민감하게 대응해야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신속한 의사 결정과 실행력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엇갈리는 경우도 많다.
이번 체제 개편으로 방 의장은 기업 혁신을 리드하는 동시에 업계에 큰 영향을 줄 중요도 높은 핵심 의제들에 집중적으로 관여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사안들은 주요 경영진에 권한을 위임해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일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여 기업 체질 개선을 이루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 관계자는 “이번 빅히트의 리더십 변화 내용은 여러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의사 결정 구조를 갖겠다는 경영진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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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 Global CEO는 경영진 개편 전까지 사업 부문 대표로서 공연 및 영상 콘텐츠 사업과 IP 사업, 커뮤니티와 커머스를 아우르는 플랫폼 사업을 총괄해왔다. 빅히트에 따르면 윤 Global CEO는 기존의 사업 영역을 글로벌 규모로 더 확장하고, 영역간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설립한 ‘빅히트 아메리카’ 역시 이러한 변화와 성장의 물리적 기반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빅히트는 국내에서 시작한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외 파트너사와 협업해 왔다. 현지 법인 없이도 방탄소년단 등의 글로벌 활동을 성공시켰지만, 이제는 미국 법인을 설립함으로써 좀더 공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를 본격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빅히트가 일본에 이어 미국에도 법인을 세움으로써 본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Global CEO는 한, 미, 일 거점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하며 빠른 의사 결정과 기민한 대응을 바탕으로 사업 현지화를 이끌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 윤 Global CEO는 지난해부터 일년의 절반을 해외에 머물며 글로벌 기업과 활발히 관계를 맺어왔다. 엔터, IT 기업 등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사들을 만나며 새로운 협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는 것이 미국 현지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빅히트는 지난 2월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공동체와 함께 하는 빅히트 회사설명회’에서 빅히트의 자회사 비엔엑스(beNX)가 만든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해외 아티스트 입점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빅히트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빅히트만의 성공 공식(winning formula)’을 글로벌 시장에 본격 이식하겠다는 전략과도 일치한다. 방탄소년단 결성 전인 2010년부터 방시혁 의장과 함께 빅히트의 성장을 끌어온 윤 Global CEO는 이 미션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윤 Global CEO는 빅히트가 방탄소년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케이팝 아이돌을 육성하던 시기부터 이에 맞는 콘텐츠 전략과 마케팅, 비즈니스 부문을 이끌어왔다. 윤 Global CEO는 빅히트 합류 전에도 모바일 콘텐츠 딜리버리 사업을 전개하며 고부가가치 사업 발굴에 감각을 발휘해왔으며, 과거 이력의 영향으로 현재도 I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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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빅히트 인사에서 새롭게 등장해 주목 받은 인물은 박지원 HQ CEO다. 빅히트는 박지원 HQ CEO의 역할에 대해 “국내 조직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기업 운영을 위한 체계적 경영을 책임지며 내실을 강화하고 조직을 혁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빅히트에 새 둥지를 튼 박지원 HQ CEO는 전 넥슨 코리아 CEO이자 넥슨 저팬의 글로벌 최고운영자(COO)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2003년 넥슨 코리아에 사원으로 입사해 차근차근 능력을 인정 받으며 2014년 대표 자리에 오른 ‘직장인 성공신화’로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박지원 HQ CEO는 젊은 나이지만 신중한 판단과 더불어 카리스마와 명쾌하면서도 과감한 투자 결정 등으로 고성장하는 기업에서 ‘내실’과 ‘성장 동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왔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특히 넥슨 코리아 대표를 지내는 동안에 실무자들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며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도입해 기업의 체질 개선을 이뤄낸 것도 박 HQ CEO의 성과로 꼽힌다.
오랜 기간 글로벌 기업을 이끌어 온 박 HQ CEO의 빅히트 합류는 다각도로 사업을 확장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빅히트의 안정화와 고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의사 결정을 이끌 방시혁 의장, 글로벌 비즈니스에 집중할 윤석준 Global CEO와 함께 균형을 이뤄 기업의 체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으며 빅히트 혁신과 성장을 책임질 ‘빅히트 리더십 트로이카 체제’를 일궈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IT 기업 출신의 박 HQ CEO의 빅히트 합류에 대해 “오랜 기간 타 분야를 이끌어 온 경영진의 DNA가 엔터 분야에 어떻게 적용돼 화학작용을 이뤄낼지 궁금하다”며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IB업계는 새 리더십 삼각편대를 완성한 빅히트의 변화가 향후 기업공개(IPO)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오너의 책임 경영 하에 각 분야별 전문성을 강조한 리더십 구조가 기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빅히트의 글로벌 성장은 이제 한 기업의 숙제를 넘어 ‘케이팝의 글로벌화’라는 업계 전체의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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