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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수업’ 정다빈 사진=넷플릭스 |
지난 11일 오후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에서 서민희 역을 맡은 정다빈의 인터뷰가 코로나19 피해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진솔한 생각을 털어놨다.
아이스크림 소녀라는 깜찍한 수식어와 발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그가 염색과 흡연, 욕설 등을 일삼는 비행 청소년으로 변했다. 그 결과 직접 사회적 문제에 처한 청소년을 연기하며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는 정다빈은 ‘인간수업’이 많은 시청자에게 묵직한 여운을 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이야기했다.
이하 정다빈 1문 1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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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빈 김동희 박주현 남윤수 사진=넷플릭스 |
Q. ‘인간수업’이라는 작품이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것은 물론, 시기적으로 N번방 사건과 맞물려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을 끝내게 된 소감은 어떠한가.
A. 정다빈: 우선 작품이 잘된 것은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내용이 재밌는 건 아니지만, 보시는 분들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봐주시면 좋겠다. 찝찝한 마음이 드는 건 나 역시 똑같다. 이런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많은 분이 사회 이슈, 사회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많이 찾아봐 주시면 좋겠다.
Q. 극 중 맡았던 서민희라는 캐릭터는 일탈을 일삼는 청소년이었다. 정다빈의 10대는 어떠했나.
A. 정다빈: 정말 평범했다. 다만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어렸을 때부터 일했기 때문에 친구들의 도움, 관심이 더 컸지 않나 싶다. 서민희라는 캐릭터는 현실에 있을 것 같지만, 있더라도 모를 수 있을 것 같다.
Q. 10대 시절과 달랐던 캐릭터를 맡았기에 부모님의 반응도 궁금하다.
A. 정다빈: 부모님과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때 대본을 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인간수업’은 성인이 되고 첫 주연작품이라 조금 고민도, 부담감도 있었다.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역할과 느낌이라 부모님이 처음에 대본을 보시고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까’라고 궁금해했고, ‘정말 이런 일이 있는지’에 대해 되물어 보셨다. 부모님이 걱정을 좀 해줬다.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말이다. 아무래도 나와 반대된 입장과 감정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주면서 나를 많이 안아줬다.
Q. 아이스크림 소녀라는 수식어에 대해 만족하는지, 혹시 이 수식어가 색안경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A. 정다빈: 이 수식어가 정말 좋다. 그리고 성인이 되고 ‘인간수업’이라는 작품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할 때 사람들이 좀 색안경을 끼고 보면 어떡하지, 혹여나 거부감, 다른 이미지라 그런 게 들면 어쩌지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많은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보다 반대로 단순하게 접근하는 게 도움이 됐다. 다시 태어난 마음으로 연기했다.
Q. 또 하나 궁금한 부분이 있다. 서민희라는 캐릭터가 정다빈과 상당히 달랐다고 했는데 이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공감하려고 했나.
A. 정다빈: 캐릭터에 공감하기보다 상황에 공감하려고 했다.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해도 되지 않더라. 사실 이 드라마에 모든 상황과 캐릭터에 공감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 빠졌을 때 ‘이 아이는 왜 이랬을까’ 싶었다. 최대한 단정을 짓지 않고 보려고 했다. 감독님도 같이 답을 찾아주시되 답을 주시진 않았다.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 길을 여는 데는 최민수 선배가 많은 도움을 줬다. 서민희를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이 아이를 볼 때 불쌍하고 연민이 가득한 시선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미화되지 말자, 옹호되게 하지 말자는 생각도 많았다. 불쌍하게 보이지 않게끔 말이다.
Q. 극에서 서민희는 유독 사람들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머물렀다. 그중에서도 자신을 이용하는 듯한 남자친구인 기태(남윤수 분)를 떠나지 못했다.
A. 정다빈: 서민희는 관심이 필요한 것 같다. 애정 결핍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관심으로 인해서 돈을 주고 그 관심을 사는 거다. 그래서 주위에서 조금만 이 아이에게 관심을 주었더라면 상황이 조금 바뀌지 않았을까 하고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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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수업’ 결말 사진=넷플릭스 |
Q. 이번 작품에서 김동희, 박주현, 남윤수 등 또래들과 많은 호흡을 맞췄다. 또래배우들이라 촬영 호흡과 분위기가 즐거웠을 것 같다.
A. 정다빈: 촬영장은 일단 학교물이기 때문에 정말 학교에 온 것처럼 즐거움도 공존했지만, 무거움도 공존했다. 마냥 웃을 수 없었다. 비슷한 또래들과 촬영을 한 건 너무 좋았다. (현장도) 조금 더 소통할 수 있게끔 만들어줬고, 김동희는 지수 역에 집중해서 분위기를 만들었고 서로 도우며 잘 이끌어가게끔 했다. 규리(박주현 분)와 민희는 많이 붙지 않는다.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 그래도 박주현과 서로의 연기에 대해서 조언도 해주고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피드백도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남윤수는 다들 많이 붙었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아니다. 기태와 민희는 많이 붙지 않았고, 조금 아쉬웠다. 남윤수의 경우는 자유로운데 그런 모습을 배우고 싶었다.
Q. ‘인간수업’의 결말이 사실 속 시원하게 끝나지 않는다. 열린 결말이기도 해서 시청자들 역시 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정다빈이 볼 때 결말이 어떤 것 같나.
A. 정다빈: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라. 나 역시 보고 나서 답답함도 있었고, 찝찝함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끝남으로서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작품으로 남는 것 같다. 이걸 보신 분들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 사회 이슈들에 경각심을 갖고 ‘인간수업’을 통해서 그런 문제를 한 번 더 찾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결말은 아직도 나도 물음표다. 좋고 나쁘다 보다는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평을 들어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Q. ‘인간수업’은 딱 비행 청소년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한편으로는 영화 ‘아수라’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일이 얽혔고, 10대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은 일들이 휘몰아쳤다. 그래도 실제로 있을 수 있겠구나 싶은 일들이었다. 그렇기에 정다빈이 작품을 연구하며 참고한 작품이나 기사들이 있을지 궁금하다.
A. 정다빈: ‘창’이라는 영화도 봤고 ‘박화영’이라는 영화도 봤다. 정말 많이 찾아봤는데 민희의 벽을 깨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독립영화, 단편영화나 이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많아서 그런 분들이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동영상들을 참고했다. 감독님이 대본리딩을 할 때 ‘조금 다른 아이들’이라는 책을 보여주셨고, 같이 읽고 거기에 대해 토론하며 준비했다. ‘이 아이들은 이렇게 생활을 하는구나’를 조금이라도 직접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내 안에서 색안경을 끼지 말고 단정을 짓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보자. 정다빈의 시선은 필요 없다’로 밀었다.
Q. 정다빈에게 ‘인간수업’이란?
A. 정다빈: ‘인간수업’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많이 했던 말인데 ‘인간수업’을 통해 나도 ‘인간수업’을 받았다고 느끼는 작품이다. 성인이 되고 첫 작품이었기에 굉장히 부담감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연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깨닫게 해줬다. 여기서 만난 감독님, 선배님들, 동료 배우들, 스태프분들 다 소중한 인연이고, 나라는 사람을 내가 누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돌이켜보고 생각해주는 작품이다. 어쩌면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작품을 만나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아.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Q. 마지
A. 정다빈: 다 놓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못 놓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남자친구든 모든 관계에서 말이다. 괜찮다.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된다. 조금은 괜찮아하고 말해주고 싶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이남경 기자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