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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세정은 데뷔 후 5년의 시간 동안 변화한 마음가짐에 대해 언급했다. 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
(인터뷰①에 이어) 앞서 발표한 ’꽃길’, ’터널’이 모두 음원차트에서 호성적을 거둔 만큼 ’화분’의 성적 역시 기대와 부담이 공존할 만 하다. 하지만 세정은 "모든 앨범이 다 잘 된 건 아니었다"면서 "앨범 낼 때마다 기대하지 말자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첫 음원 성적이 감사하게도 너무 좋았지만 이후 발표한 모든 곡이 다 (성적 면에서) 잘 된 건 아니었거든요. 그러면서 느낀 것도 많고, 상처 받은 것도 있어요. 내가 자만했구나 하고 깨달은 것도 있고요. 오히려 기대한 만큼 서운한 감정도 많기 때문에 최대한 기대를 낮추고, 오는 것에 온전히 반응하자는 게 최종적으로 갖춰진 마인드예요."
이는 솔로 데뷔곡 ’꽃길’의 메가히트와 이후의 경험이 준 값진 마인드다. "’꽃길’이 큰 사랑을 받았을 땐, 그게 엄청난 일이라는 걸 몰랐어요. 전혀 모르는 채로 겪었기 때문에 다음 앨범을 내면서 이런 마음가짐이 생긴 것 같아요. 그 땐 어떤 마음가짐이나 준비 없이 큰 행운을 맛보다 보니, 이게 얼마나 값진 건지 얼마나 소중한 행운인지 잘 몰랐던 것도 있어요. 겪어봐야 알지, 안 겪어보면 모르는 것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세정은 "음원 성적보다는, 내 이야기를 녹여내려 한 앨범인 만큼 나를 알고 있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 ’세정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 하고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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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세정이 '꽃길'과 '터널'에 이은 타이틀곡 '화분'을 통해 음원차트 1위를 달성했다. 제공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
하지만 ’화분’이 거둔 호성적보다 더 유의미한 건, 앨범 작업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건네는 이 최초의 위로가 향후 세정이 걸어갈 길에 아주 특별한 이정표가 될 거란 점이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큰 인기를 얻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다 보여줘야하나? 생각했어요. 그러다 한편으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만 보여줘야 하나? 하는 강박을 가졌던 때도 있었죠. 그런데 제가 보여준 것에 대한 상처조차 그대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 그러더니, 그 다음 단계로 나도 모르게 상처받지 않을 준비를 하게 되더군요. 그 과정을 거치다 보니 많이 다듬어져야 하는 부분들을 생각하게 됐죠. 아이오아이부터 구구단 그리고 솔로 앨범을 내면서 지금까지 성장해온 과정을 떠올리면, 잃은 것보다 배운 게 훨씬 많은 과정이었어요. 지금은 더 이상 상처받는 게 크게 무섭지 않고, 내 본연의 것을 드러내는 것도 무섭지 않아요. 소중한 시간이었죠."
본인만의 ’셀프 위로법’이 있는지 묻자 "혼자 아닌 혼자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엄마가 있는 시골집에 내려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진짜로 혼자 있으면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으니까, 언제라도 나를 꺼내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 혼자서 마음을 정리하고 나면, 뒤늦게 나를 위로하는 말들이 들리더라고요."
대중에겐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크지만, 세정이라고 어찌 한없이 밝으랴 싶으면서도 무엇이 그를 그토록 힘들게 하는지 궁금했다.
"일 없이 혼자 있을 때 많이 가라앉곤 해요. 어쩌면, 그래서 나를 더 굴리고 일하고 싶어하는지도 몰라요. 일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내 자신의 발전을 멈췄을 때, 두려움이 더 커지더라고요. 보통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사랑의 양보다 이미 많은 걸 받았기 때문에, 그걸 충족시키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어쩌면 스스로 지닌 욕심이 그를 옭아맸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사람들은 저를 똑같이 보는데도 저 혼자 저 자신을 작아지게 만든 것"이라며 "상황은 달라진 게 없는데 혼자만의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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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세정이 긍정 마인드만을 벗어나 내려놓음과 인정을 터득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은 ’노력형 연예인’이지만 사람들은 ’천생 연예인’으로 본다고도 했다. "제가 본 저 자신은 노력형인데, 남들은 ’넌 누가 봐도 이 길이야’라고 하죠. 사실 저는 자존감이 낮을 때도 많고, 빈틈이 워낙 많은 사람이라서, 내가 준비한 것들을 꺼내보이기에 부끄러운 적도 많아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움츠러있는 적이 많죠. 그렇지만 남들의 이야기가 힘이 되기도 해요. 그 힘으로, 노력형임에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데뷔 후 5년간 쉼 없이 달려온 세정. 지칠 법도 한데 아직 이렇다 할 ’번 아웃’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그는 "노래, 연기, 예능 다 놓치고 싶지 않다"며 눈을 반짝였다.
"전부 다, 늙어서까지 계속하고 있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제 노래를 그리워하고 꾸준히 듣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노래를 건네고 싶고, 예능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드리고 싶어요. 노래와 예능에서 풀지 못한 것을 풀어낼 수 있
psyon@mk.co.kr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