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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말금이 남들보다 늦은, 서른에 연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사진|유용석 기자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직장인에서 배우로, 남들보다 늦은 시작이었다. 하지만 강말금은 꿈을 위해 묵묵히 걸었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도, 시작해도 힘든 순간은 많았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영화를 좋아한 찬실이처럼 연기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말금은 “진짜 우울한 직장인이었다. 국문과를 다니다 대학동아리에서 연극을 했다. 배우가 되고 싶은데, 감히 사람들에게 말도 못 하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너무 평범한 내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했다. 일할 수밖에 없었다. 잘 준비했으면 모르겠는데, 급한대로 그냥 다 넣었다. 그러다가 한 물류회사에 들어갔는데, 나의 장점이 발휘될 수 없는 곳이었다. 거기는 순발력이 있어야 하고 잘 조율해야 하는데, 저는 말보단 글이 익숙한 사람이었다. 처음엔 3년만 다니다가 연기한다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일했다”고 고백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는 못하고,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고달픈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 강말금에게 기회가 왔다.
강말금은 “그때는 남 탓만 하고 있었다. 참 못난 사람으로 살았다. 우울했다. 몇 년을 일하다가 어느 날은 직장 상사에게 술 먹으면서 일하는 게 너무 괴로운데, 그만둘 용기는 없다는 무책임한 말을 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분이 감사하게도 서울에 자리가 생겼다고 추천해주시더라. 그렇게 서울로 오게 됐고 정신을 차렸다”고 털어놨다.
“독립해서 서울서 일하다가 서른이 다가오니까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서른이라는 나이가 유학을 갈 수도 있고,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용기가 났어요. 사실 씩씩한 용기는 아니었죠. 집에서 혼자 우는 날도 많았고, 가다가 돌아서기도 하고 도대체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열등감에 빠져있고 우유부단한 7년을 보내면서 늦은 나이에 시작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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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말금이 서른에 연기를 시작한 후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
배우의 길은 쉽지 않았다. 기본기가 없었기에 더욱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늦은 시작이었기에 조급한 마음이 들어 애가 타기도 했다고.
강말금은 “시작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배우에게도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보컬 트레이닝이나 발레 한국 무용 등을 배우고 온 사람도 많은데, 난 아니었다. 부산 사투리도 썼는데, 고쳐야 했다. 연기의 개념도 없었다. 마음만 커서 연기를 시작했더니, 처음엔 적응이 안되더라. 극단에서 인형극도 하고 몸을 푸는 시간이 필요했다. 남들은 대학에서 배우고 프로 무대에 나오는 걸 한번에 하려고 했으니 얼마나 힘들겠나. 슬픈 시간이 많았다. 괴롭기도 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돌아보면 그렇게 실패하고 배우면서 기본기가 쌓였다”고 회상했다.
강말금은 “하나만 파는 사람”이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난 다양한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하나만 파는 사람이다. 골똘한 사람이다. 아마 이십 대에 다른 취미가 있었거나 다른 세계로 들어갔으면 이 길을 안 왔을 거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오면서 거품도 걷히고 비우고 다시 서고 그러면서 안정을 찾아온 것 같아요. 예전에는 주변에서 넌 발이 땅에 붙어 있지 않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이제는 그런 말을 듣지 않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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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말금이 본명 강수혜가 아닌, 강말금으로 활동명을 바꾼 이유를 털어놨다. 사진|유용석 기자 |
그는 본명 강수혜에서 활동명 강말금으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강말금은 “연약해진 상태에서 새 이름으로 배우로 건강한 출발을 하고 싶었다. 국문학과 친구가 쓰던 닉네임이었는데, 어느 순간 안 쓰길래 팔라고 했다. 한숨이 나오거나 연약하지 않은 느낌의 이름이라 좋았다”고 설명했다.
강말금은 사극도, 로맨스도 하고 싶은 장르와 연기가 많다고 했다. 도전하고 싶은 것도 많은 그는 여전히 가슴에 꿈을 품고 있다.
강말금은 “연극 하면서 할머니 연기도 하고, 나름 사랑받았지만 목마름이 있었다. 시작할 때 오늘과 같은 자리가 있으리라고 생각을 못 했다. 정말 놀라운 건 사십 대의 평범한 여자가 주인공이 되는 영화가 사랑받는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 최근에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도 잘 되고 있지 않나. 어떻게 보면 시대를 잘 만났다. 내가 상상하지 못한 일을 누리고 있다. 앞으로도 절 발견해주고 꺼내주는 사람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찍으면서 주연의 품위에 대해서도 알게 됐죠. 정말 행복했어요. 모든 장면을 잘 찍지 못했고 아쉬움도 남지만,
skyb184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