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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떨까.
6일 방송되는 MBC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기획 조준묵/연출 김종우)는 휴먼다큐멘터리에 VR(가상현실)을 접목한 특별한 프로젝트로, 누군가의 기억 속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VR로 구현, 가장 따뜻한 기억의 순간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방송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김종우 PD는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구현해봤다. 이런 게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며 기획 배경을 소개했다.
김PD는 "지리산에 별 보러 가는 친구가 있었다. 왜 가느냐 물으니 하늘에 있는 가족을 보러 간다고 하더라. 그 때부터 생각을 해보게 됐다. 또 포토 리얼리스틱 CG라는 게 있는데 그걸 멋지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걸 합치다 보니 작품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PD는 "기억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사는 게 기억이라는 생각을 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기억이라는 것은 너와 만나 했던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너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너의 생각 몸짓 너와 했던 기억을 구현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서, 그 기술을 가지고 쇼를 하는 게 아니고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어보자는 기획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현석 VR 제작감독은 "처음 프로젝트 제안 들었을 때, (윤리적으로)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머님이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했는데, MBC가 어머니 대화를 통해 건강한 철학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 아이가 지금 세상에는 없지만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아이가 되기를 원하셨다고 들었다. 내가 기억해주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가 되니까 끝까지 기억하게 해줄거라고. 그리고 갑자기 보내셨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 슬픈 마음을 한번쯤 털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도 조금이나마 이 가족을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감독은 "VR 하면 교육이나 의료용으로도 사용되지만 가장 큰 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큰데, 우리는 하면면서 인간의 마음으 치유까지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게 된다면, 이 기술이 사람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는 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네 아이의 엄마였던 장지성 씨는 3년 전, 일곱살 난 셋째딸 나연이를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으로 발병 한 달 만에 하늘로 떠나보냈다. 장씨는 나연이의 기억을 남기고 싶은 간절한 바람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제작진은 VR, VFX(특수영상) 기술을 가진 비브스튜디오스와의 협업으로 생전 나연의 모습을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VR을 통해 구현된 나연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 이에 대해 김PD는 "전제를 해야하는 것은, 리얼타임 CG와 후보정 CG는 완전 다르다는 것"이라며 "그림은 그릴 수 있겠지만 가령 피규어를 움직이게 만든다고 하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표정 움직이는 것이라던가 각도에 따른 변화라던가. 디지털 휴먼이, 실제 움직이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PD는 "나름 구현한다고 했는데 아직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다만 VR의 핵심은 그 장소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더라. 시간을 겪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라며 "거기 들어가서 인터렉션 하는 것 자체가 다른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나연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목소리는 시나리오에서 구현하느냐 마느냐까지 고민했다. 일본 NHK에서도 엄마 만나는 장면 연출에 성우를 쓰셨더라. 우리는 인공지능과 딥러닝이 요구되는 지점인데, 약 1분~1분20초 분량의 나연이 목소리밖에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인데 다른 아이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베이스화한 다음에, 어떤 목소리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높낮이만 있는 게 아니라 말투도 있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았다. 50~60% 정도의 구현이고, 그것이 시나리오와 결합해서 어머니께 어떤 의미를 드리긴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PD는 "국내 최고의 AI도 만나봤지만, 완전한 인격을 만드는 것은 짧은 시간 안에는 힘들다. 주어진 시나리오 안에서 적절한 인터랙션을 통해 구현해냈다"고 설명했다.
세상을 떠난 딸을 다시 만난 주인공이 겪을 후유증과 함께, 사자를 실제처럼 구현하는 데 대해 일각에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는 상황.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김PD는 "물론 그런 걱정을 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목표는 좋은 기억이다. 어머니 인터뷰 당시, 나연이가 열이 많이 나서 병상을 발로 차는데 그러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마지막인 줄 모르고 안된다고 타일렀던 것을 지금은 후회하시더라. 예를 들자면 그런 것들이 모티브가 됐다"고 말했다.
김PD는 "한번쯤은 만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겠구나. 좋은 기억이 되면 좋겠구나.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좋은 만남이 되어야겠구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촬영 할 때도 개입하는 것 없이 그냥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저 좋은 기억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인터뷰를 통해 아이의 행동들, 장난감, 공간 등을 구현해서 친근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어머니께서 좋은 기회가 됐다고 하셔서, 약간 마음의 부담은 덜었다"고 말했다.
또 김PD는 이번 시도에 대해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나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할 수 있겠다. 2030년에 어떤 기획이 가능할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사진을 들여다 보는 것도 옛날엔 거부감이 있었을 것 같다. 그게 실감있게 나타났을 땐 어떻게 발현이 될까 계속 탐구를 해봐야 하겠다. 사진이나 영화가 사람을 위로하듯이 매체의 효과가 있겠다"고 말했다.
이감독 역시 "한 가족을 위해 그 가족을 위로하는 차원에 집중했던 것 같다. 나중에 다른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VR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컨텐츠나 기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된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하는 사람을 추모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는 표현도 하더라. 이 부분은 모든 사람이 염려하는 것처럼, 어떻게 발전하던 신중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 기술이 어떤 기술이던 간에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하고, 사람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고, 사업적인 측면의 성장보다는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기술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현재 구현 가능한 최전선의 기술과 MBC의 고품격 휴먼 다큐멘터리 노하우가 만나 탄생한 '너를 만났다'는 6일 오후 10시 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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