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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자' 가수 양준일이 돌아왔다. 1991년 데뷔해 짧고 굵은 2년 여 활동을 끝으로 홀연 사라졌다가 2019년 겨울 '강제소환'된 양준일은 50대라는 게 무색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돌아왔다.
양준일은 1991년 싱글앨범 ‘리베카’를 발매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가나다라마바사', 'Dance with me 아가씨' 등의 히트곡을 남겼지만 1992년, 2집 이후 돌연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를 통해 시대를 앞서간 음악과 감각이 재조명되며 '탑골GD'라는 별명으로 얻었고 높은 인기에 힘입어 JTBC 예능프로그램 '슈가맨3'에 소환됐다. 30년 만에 방송에 등장한 양준일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세련된 감각을 뽐내 화제를 모으며 '반백살'에 비로소 전성기를 맞았다.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데뷔 28년 만의 첫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로 오랜 팬들을 만나는 양준일은 팬미팅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시간의 소회 및 향후 계획과 바람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슈가맨' 이후 매일매일 적응 중"이라며 눈을 반짝인 양준일은 "슈가맨' 방송 후 내가 일하는 미국 식당으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은 서버가 바빠서 못 바꿔준다 하니 '지금 대한민국에 난리가 났는데 거기서 서빙을 하면 어떡해'라며 짜증을 냈다더라"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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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양준일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감히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걸 생각하다 보면 포뮬러(공식)이 나올 것 같은데, 내가 그걸 따라가게 될 것도 같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께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반문하기도.
'슈가맨3' 출연 당시, 과거 활동을 중단하고 사라진 이유로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독단적인 월권 행사 으름장에 상처를 받아서라고 밝힌 양준일. 하지만 양준일은 "나는 사실 대한민국을 굉장히 좋아한다. 가수 활동을 안 할 때도 영어 가르치며 계속 한국에 있었고, 돌아가는 것도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면서 "(미국으로) 돌아갈 때는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준일은 "대한민국에 있으면서도 대한민국을 좀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지만 내 마음은 계속 바라보고 싶어했다. 미국으로 떠날 땐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냥 한국에서 안 살고 있는 게 오히려 낫다고 내 자신을 설득한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슈가맨'에 출연하는 것도 굉장히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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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내가 내 이야기 할 때 슬프지 않은 이유가, 그냥 현실이었고, 그 때 왜 떠났냐고 물어봤을 때 어떤 사건 때문에 떠났지만 소중한 추억을 더 간직하고 싶지, 해프닝들로 상황이 바뀌어가는 건 버리려고 한다"면서 "대한민국에서 나를 따뜻하게 받아줬던 분들도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그 따뜻함은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팬들이 자신에게 갖고 있는 부채의식과 미안함에 대해서는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양준일은 "나도 그런 면에서는 똑같이 미안하다. 그냥 양면성인 것 같다. 그 때 나도 떠날 수 밖에 없었고, 나는 그 때 팬들이 있는 줄도 몰랐다"면서 "미안하다면 미안한 일이지만, 실질적으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는데 그런 과정을 겪으며 배운 게 많다. 한 순간도 버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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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은 "지금 이렇게 나를 환영하고 따뜻하게 해주시는 것 자체가, 예전의 그런 걸 다 녹여주고 잊어버리게 되고, 더 이상 과거가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지금 나에게 미안한 감정으로 다가오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따뜻한 마음 자체가, 모든 걸 오케이로 만든 게 아니라 행복으로 만들어줬다. 힘든 게 낮았다면 웰컴이 이만큼 높기 때문에, 믿기지 않을 뿐이다. 미안한 마음보다는 너무나도 고맙고, 그 고마운 마음이 내 스스로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양준일에 대해서는 '시대를 앞서간 천재'라는 설명도 으례 붙는다. 이에 대해 양준일은 "당시 내가 앞서간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고, 한국과 안 맞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내가 하는 걸 바꿀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90년대 활동을 접고 2001년 다시 V2로 돌아올 당시 힘들었던 속내도 담담하게 털어놨다. 양준일은 "1, 2집을 내고 3집을 낼 때는 굉장히 힘들었다. 나의 모든 것을 바꾸고, 다시 한 번 내고 싶었던 바람이 컸었다. 그 때 그만큼 하고 싶었던 걸 하고 나니까 그게 잘 됐건 안 됐건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가사 내용을 보면, 이게 마지막 앨범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이라며 "그 때의 상황과 아픔과, 그렇게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내 마음 속에 있었던 표현 못 하는 마음이 가사로 나온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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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 인생을 살며 느끼고 배운 삶의 철학을 책으로 남기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는 "슈가맨에서의 몇 마디나 앵커브리핑에서의 이야기에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더라. 내가 한국어로 쓰기엔 어려움이 있으니 내가 키포인트를 잡고, 정리해주시는 분이 계시다. 그것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20여년 전, 대한민국을 떠난 이유는 분명 존재했지만 대한민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간직하고 살아온 시간 속 돌아온 양준일은 "나는 연예 활동을 안 해도 한국에 들어와서 살고 싶다"고 한국 정착 희망을 드러냈다. 그
psyon@mk.co.kr
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