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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시즌 조작이 드러나 충격을 안긴 `프로듀스` 시리즈 포스터. 제공|Mnet |
2019년 가요계는 단언컨대 ’논란의 연속’이었다. 바람 잘 날 없는 가요계라지만, 이보다 더 숨가쁜 해는 없었다. 연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클럽 ’버닝썬’ 사태부터 ’단톡방’ 사태 그리고 마약까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 가려졌던 아이돌 스타들의 은밀한 범법 행위들이 마치 릴레이처럼 떠오르며 은퇴, 탈퇴 러시가 이어졌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생방송 투표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메가톤급 충격을 줬고, 소속 가수들의 전속계약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지며 불미스런 공방도 끊이지 않았다. 설리, 구하라 등 아이돌 출신 스타들은 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하늘로 떠났고, 적지 않은 아이돌 가수들이 심리·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며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사건사고로 얼룩진 우울한 가요계였지만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올해도 또 한 번 그 스스로를 뛰어넘은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의 활약과, ’미스트롯’으로 7년 무명을 딛고 대세스타가 된 송가인의 비상은 올 가요계 최고의 수확이자, 고마운 위로였다. 다사다난했던 2019 가요계를 되돌아본다.
‘국민 프로듀서’가 속았다. 지난 2016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방송된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가 시즌1부터 시즌4까지 모두 조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장과 충격을 몰고왔다. ‘프로듀스’ 시리즈 제작진 안준영 PD와 김용범 CP가 구속 기소돼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활동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 의혹은 지난 7월 종영한 시즌4 ‘프로듀스X101’ 최종회에서 처음 제기됐다. 유료 문자 한 건당 7표로 환산해 집계된 투표 결과, 1위 김요한을 비롯해 김우석, 한승우, 송형준, 조승연, 손동표, 이한결, 남도현, 차준호, 강민희, 이은상이 국민 프로듀서들이 선택한 엑스원 멤버로 낙점됐다.
하지만 방송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데뷔가 유력한 것으로 예상된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데뷔조에 포함된 것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후 누리꾼들은 Mnet 측이 공개한 1위부터 20위까지의 득표 숫자가 모두 특정 숫자의 배수로 설명된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프로듀스X101’ 측은 “생방송 중 투표 집계를 담당한 제작진은 득표수로 순위를 집계한 후, 각 연습생의 득표율도 계산해 최종 순위를 복수의 방법으로 검증했다”라며 “그러나 해당 제작진이 순위를 재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했고, 이 반올림된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됐다”라고 최종 순위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의혹은 계속해서 커져만 갔고, 결국 시청자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제작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CJ ENM 측 역시 입장문을 내고 "논란이 발생한 뒤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돼 공신력 있는 수사 기관에 의뢰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프로듀스X101’ 제작진 사무실과 문자 투표 데이터 보관업체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제작진 주거지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프로듀스X101’ 뿐만 아니라 ’프로듀스48’, ’아이돌학교’ 등 CJ ENM이 제작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포착된 것.
여기에 참가자들의 폭로도 더해졌다. ’프로듀스X101’에 출연했던 A씨는 MBC ’뉴스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한 친구가 경연곡을 미리 유포했다"라며 "우리 사이에서 추궁해서 불어보니 안무선생님이 알려주셨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또 ‘아이돌학교’에 출연했던 B씨 또한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았음에도 본선에 진출한 참가자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라 ‘프로듀스X101’에서 불거진 투표 조작 의혹은 CJ ENM 전체의 오디션 문제로 논란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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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듀스` 안준영PD. 사진|스타투데이DB |
수사는 계속됐고,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이영림 부장검사)는 안준영 PD와 김용범 CP를 업무방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같은 혐의를 받는 보조 PD 이모 씨, 배임증재 등 혐의를 받는 연예기획사 관계자 5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5일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안준영 PD는 ‘프로듀스’ 전 시즌에서 순위를 조작했다. 시즌1에서는 1차 탈락자 결정 과정에서 투표 결과를 임의로 바꿔 순위를 조작했고, 시즌2에서는 특정 연습생을 데뷔조에 포함되도록 순위를 올리고 다른 연습생을 순위권 밖으로 밀어냈다. 또 시즌3 아이즈원의 경우 생방송 전 데뷔할 연습생 12명을 미리 정해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즌4 엑스원 역시 최종 데뷔 조 11명의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제서야 Mnet은 사과문을 내놨다.
Mnet 측은 공식 자료를 통해 “당사의 프로그램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시청자와 팬 여러분들 및 연습생과 소속사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보상안과 쇄신대책 및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계획을 발표하도록 하겠다. 다만, 아무 잘못 없는 아티스트들과 연습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엠넷의 말대로 유탄은 잘못 없는 아티스트와 연습생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뒤 아이즈원과
trdk0114@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