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정인겸이 `신의 한 수:귀수편`에서 절대악 캐릭터로 열연했다. 사진I유용석 기자 |
“저는 완벽하지 못해요. 한 사람으로, 배우로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고 계속 찾아가는 중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 잘 하는 걸 하나 하나씩 해 나가면서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중견 배우 정인겸(51)은 이렇게 말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자유롭지만 깊은 감성이 느껴졌다. 동시에 굳건한 소신과 뚝심도 느껴지는, 오랜 내공의 배우다운 아우라다.
영화 ‘신의 한 수’(2014) 제작진이 5년 만에 뭉쳐 이 영화의 15년 전 이야기를 다룬 스핀 오프작인 ‘신의 한 수:귀수편’(감독 리건)은 전작 주인공 태석(정우성 분)이 교도소에서 만났던 옆방 남자, 머리로만 바둑을 두는 귀수(권상우 분)의 일대기를 담았다.
정인겸은 귀수의 모든 걸 빼앗은 전설의 바둑고수 황덕용으로 분해 절대 악을 연기한다. 훗날 귀수의 복수에 의해 처절한 결말을 맞이한다.
그는 “대사가 얼마 없어 존재감이 없는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굉장히 강렬한 캐릭터였다”며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절대 악역이라 몰입이 쉽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집중하려고 애썼다. 대사 보다는 분위기와 눈빛으로 응축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했고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배역 자체보다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어린 귀수’를 연기한 (박)상훈 군은 정말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과 연기력, 눈빛을 가지고 있었고 (권)상우씨는 말 그대로 ‘나이스가이’였다. 주연배우가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완벽하게 갖춘 것 같았다. 감독님의 진심은 또 어떻고. 그런 기운들이 모여 모든 배우들이 저절로 집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모든 배우들과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감독님이 큰 절을 했어요. 진심과 절실함이 느껴졌죠. 이 영화가 잘 되고 있는 건 권상우라는 배우와 감독님의 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 간절함이 현장을 굉장히 풍성하게 만들었었고 그 기운으로 모두가 끝까지 열정적으로 완주할 수 있었으니까.”
↑ 배우 정인겸은 질리지 않게,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I유용석 기자 |
“영화라는 장르는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살벌해요. 실수가 인정될 수 없고, 일단 찍고 나면 수정의 여지도 없고 만회할 기회도 없으니까. 컷 소리가 나는 순간 떠나 보내야 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현장을 가기 전에 항상 긴장되고 떨려요. 전날 꿈을 꾸기도 합니다. 하하!”
평생 연기만 해온 그에게서 마치 신인 같은 긴장감, 떨림이 느껴지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라고 물으니, 선뜻 답하질 못한다. 그러더니 그는 “배우는 인격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면서 “연기엔 연기력 자체도 있지만 그 안엔 인격도 있고 어떤 본성도 있다. 나는 완벽하지 못하기에 분명 내 연기엔 한계가 있을 거고 부족함이 있을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질리지 않는 배우, 그래서 오래 갈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그러려면 나답지 않은 듯 결국엔 나를 잃지 않아야 할 것 같다. 방향타를 잘 잡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연기를 하며 아주 오랜 시간을 전전긍긍 힘들게 지내왔는데 그럴 때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이 이런건가?’ ‘저 뒤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었는데…돌이켜보면 그 힘든 와중에도 배우로 사는 제 삶은 행복했
배우 정인겸이 열연한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지난 7일 개봉, 극장 관객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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