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사리`로 스크린에 복귀한 연기본좌 김명민.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언제였던가. 일개 배우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어떤 의미로는 ‘충격’이었는데 그때 결심한 게 있어요. (언제까지 내가 연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하나,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자고만 일하지는 않겠다고요. 그 신념이, 초심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을 때쯤 다시 제 정신을 바짝 들게 한 영화예요. 먼 훗날 되돌아 봤을 때, 제가 배우였다는 것에 자부심을,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 중 하나일 거예요.”
배우 김명민(47)은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 김태훈)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러고는 “왜 이 중요한 사건은 묻혔을지,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느낌처럼 궁금하고 답답했다. 알면 알수록 분노와 미안함,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 나중에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배우가 공인으로서 해야 할, 조심해야 할, 감수해야 할,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어떤 사명감을 건드는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영화를 찍고 개런티를 받고 흥행하고…그런 것들을 떠나 당연한 의무 같은 거였어요. 전쟁 영화지만 큰 영화가 아닌, 어린 학도병들의 숭고한 혼이 기린, ‘진정성’을 담고자 한 영화예요. 화려하고 스펙터클하진 않지만 단단하고 군더더기가 없죠. 상업적인 면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지점 덕분에 분명한 메시지와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가 더 확실하게 전해질 거라고 믿어요.”
영화는 한국전쟁 중 기울어진 전세를 단숨에 뒤집은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양동작전으로 진행된 장사상륙작전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난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던 국군은 위태로운 전쟁의 판도를 뒤집고자 인천상륙작전과 경북 영덕군 장사리 해변에서 북한군의 이목을 돌리며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설계한 장사상륙작전을 함께 계획한다.
하지만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이들은 평균 나이 17세, 훈련기간은 단 2주에 불과한 772명의 학도병들로, 기밀작전은 그럴듯한 외피일 뿐 사실상 총알받이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가족을 위해, 조국을 위해, 복수를 위해, 자랑스러운 무언가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 김명민은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을 통해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김명민은 “실제로 촬영 당시 모여 있던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그 자체로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며 “그들이 맹렬하게 연기하고, 쉬는 시간에는 서로 서로 장난도 치고 웃고 떠들고 하는 모든 모습이 그 당시, 그 현장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떨 때는 그냥 뭉클해지더라. 실제로 그들이 그랬을 테니. 많아야 17세인 애기들인데…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나”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뽑은, 앞날이 창창한 이 아이들을 (총알받이로) 데리고 나가는 지휘관의 마음을 생각하니 정말 힘들었다. 사실 감정선이 그런 이유로 위험한 인물인데 그 부분은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넘겨야 할 부분이기에 지휘관으로서의 임무, 그것을 어떻게든 잘 수행해 한 명의 아이라도 더 무사히 데려가야 한다는 사명감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국뽕’(과잉된 애국시 고취)영화에 대한 일부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요소가 상당히 적다. 어린 민초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야기. 같은 민족끼리 싸운 것이, 거기에 약한 청년들이 희생된 가슴 아픈 역사라는 것에 초점을 뒀다”며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강조하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희생에 대한,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큰 형으로서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냐는 질문에 김명민은 “당연히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사실 그런 흥행 여부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해야하는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도전할 뿐”이라고 답했다.
“물론 흥행은 중요해요. 하지만 그런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지난 25일 개봉,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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