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히도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착석하는 순간 엄습해온 불안함이 금세 현실이 돼 101분 내내 다각도로 괴롭힌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는다. 관람 만큼이나 후유증 또한 만만찮은, 실소가 멈추질 않는 폭탄 같은 ‘수상한 이웃’이다.
영화는 전혀 수상하지 않은, 그저 이상한 동네 사람들의, 조금도 웃기지 않는 억지스러운 이야기다.
의문의 실종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한 동네에 한 노숙자 태성(오지호)가 나타나 이곳의 주민들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늘 따뜻하고도 인자한 미소로 주민들을 대하지만 어딘가 슬픔을 머금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왕따 소년, 등장만 했다하면 여심을 흔드는 자체발광 꽃미남, 퇴직 사실을 집에 알리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중년 가장, 서로 다른 언어로 매번 싸우기에 바쁜 커플, 어른보다 어른스러운 애어른 소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노숙자가 아파트 단지 내 정자에서 당당히 장기 투숙한다는 설정부터가 일단 막무가내다. 여기에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각각의 조각난 에피소드들이 두서없이 등장하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좀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봉합되지 못한다. 억지 접착제로 덕지덕지 연결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이다.
다문화 가정, 이웃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학교 폭력, 실직 문제 등 온갖 사회 문제들은 다 가져와 소소한 코미디로 녹여내지만 웃기지도 슬프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엉성한 에피소드들만 무한 반복된다.
세대 불문 모두를 경악하게 할 진부한 사연과 대책 없는 전개, 명배우마저도 하향 평준화시키는 함량 미달의 완성도로 관람 의지를 무기력화시킨다. 등장과 동시에 누구나 아는 사건의 진범과 경청해도 도무지 와 닿지 않는 오글거리는 대사들,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코미디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집요하게 괴롭힌다.
공을 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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