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S 무비 pick]용기있는 도전의 결실…최희서의 ‘아워 바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기대주와 기대주의 만남이다. 한가람 감독과 최희서의 시너지로 완성된 ‘아워 바디’가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눈에 띄는 주제 중 하나였던 ‘여성’. 당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상영돼 많은 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아워 바디’는 ‘박열’의 히로인으로 충무로를 사로잡은 최희서의 색다른 얼굴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몸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생경하고도 내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안정적인 행정고시를 준비하느라 20대를 책상 앞에서만 보낸 주인공 자영(최희서). 그런 그녀가 삶의 한 가운데서 길을 잃고 한참을 주저앉았을 때, 보다 못한 남자친구는 ‘행정 고시는 못 붙더라도 인간답게는 살아야 하지 않겠냐?’라며 이별을 고한다. 삼십 평생 공부밖에 한 게 없는 자영은, 문득 자신에게 남은 거라곤 쓸 데 없이 무기력한 몸과 허한 가슴뿐임을 깨닫는다.
좀처럼 희망이 보이질 않는 암울함 속에서 한 숨과 술로 세월을 보내던 자영 앞에 살아 숨쉬는 에너지를 뿜어내며 달리는 현주(안지혜)가 지나가고,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건강한 몸에, 아니 그 에너지에 끌림을 느낀다.
처음엔 죽을 것 같이 힘들지만, 그 순간을 이겨낸 뒤 얻는 가벼움이란. 삶의 의욕이 점차 붙기 시작하자 단연 몸도, 자영 안의 에너지도 변하기 시작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확연히 달라진다. 자신감은 치솟고 아름다운 몸에 대한 자각, 그것은 다시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지로 이어진다. 처음엔 그저 현주를 동경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자영은 다소 냉혹하고 더디게, 하지만 결국엔 자신의 방향대로 삶의 항로를 개척해 나간다.

“용기 있는 시나리오에 가슴이 뛰었다. 놓치면 후회할 게 분명했다. 언젠가 한 번 꼭 해보고 싶었던 평범한 여성의 특별한 삶의 변화를 담은 영화라 욕심이 났다”는 말대로, 최희서는 일상적이면서도 점진적인 흡입력으로 다채로운 에너지를 발산한다. 뭐 하나 제 뜻대로 되지 않은 것들뿐인 세상에서 ‘몸’ 하나 만은 노력하는 대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정직함’을, 그것이 주는 위로와 쾌감을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해낸다.
다만 초반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자칫 동성애 코드로 오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메시지는 보다 확실해진다. 나의 삶을 이끌어 갈 에너지를 어디에서 찾을 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지, 나아가 스스로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 자각하는 과정에 오롯이 집중한 도전적인 작품이다. 오늘(26일) 개봉. 러닝타임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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