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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태춘이 그리스의 국민 여가수인 마리아 파란투리와 뜻깊은 무대를 완성했다.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경기도민의 염원을 음악을 통해 알리는 ‘Let's DMZ 피스 메이커(Peace Maker) 콘서트’가 지난 22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개최됐다.
콘서트 1부에서는 그리스의 대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헌정한 ‘교향곡 제3번’이 경기필하모닉, 소프라노 서선영, 의정부시립합창단,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의 합동 공연으로 한국에서 초연됐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 정태춘 밴드와 그리스의 유명 가수이자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분신이라 불리는 마리아 파란투리(Maria Farantouri)의 무대가 펼쳐졌다.
그리스의 전 국회의원이며 인권운동가로도 유명한 마리아 파란투리는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목소리’로 불리는 가수다. 특히 프랑수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파란투리는 내게 그리스다. 그래서 나는 여신 헤라를 상상한다. 내게 그 정도로 신성한 것의 느낌을 전달해 줄 만한 예술가로는 도무지 다른 이를 생각할 수 없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70대 고령의 마리아 파란투리는 몸이 다소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교향곡 제3번을 헌정했다는 소식에 이번 콘서트 참여를 흔쾌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이날 공연에서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우리는 둘’ 등의 노래를 불렀다.
콘서트의 피날레를 장식한 정태춘은 ‘촛불’과 ‘민통선의 흰나비’를 부른 이후에 뒤 마리아 파란투리와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에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님이 유럽 여행을 다녀오시면서 내게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선물해 주셨는데, 그게 바로 마리아 파란투리 앨범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그녀의 팬으로 그녀의 많은 노래들을 오래도록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정태춘은 2002년 10집 앨범에 수록된 ‘리철진 동무에게’의 창작 배경을 들려줬고, 놀랍게도 그 노래 가사에는 마리아 파란투리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내 방 오디오로 / 아주 오랫만에 슬픈 / 오 슬픈 그리스의 노래를 음 / 마리아 파란투리는 애절하게 / 그의 조국의 비극을 노래하고 / 너의 주검이 다시 내 눈 앞에 빙빙 돌고”라는 구절이었다.
정태춘은 이날 공연 전 대기실에서 마리아 파란투리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리스 전통 음악에 기초한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아름다운 선율과 마리아 파란투리의 비극적 페이소스를 담은 노래들을 격찬하기도 했다.
‘리철진 동무에게’ 공연이 끝난 뒤엔 마리아 파란투리가 힘든 몸을 다시 이끌고 무대에 나와 정태춘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정태춘은 훌륭한 음악가이자 시인이고 그리스의 친구”라고 칭찬하며 ‘리철진 동무에게’에서 자신을 언급한 것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마리아 파란투리의 대표적인 노래 ‘Arnisi’(아르니시 / ’은밀한 해변가에서‘)를 정태춘이 번안한 한국어와 그리스어로 함께 불렀다. 노래가 끝난 후에는 객석에선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콘서트 1부 시작 전에 94세의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그리스에서 찍은 영상 메시지를 상영했는데, 그는 자신의 평생 활동에서의 가치를 ‘평화, 사랑, 연대’에 두었다고
한편 ‘정태춘 박은옥 40’ 콘서트-날자, 오리배’ 전국투어 공연은 청주, 수원, 대구, 광주 등 총 10개 도시에서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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