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애 낳을 거니?” “왜 안 낳아?” “둘째는 언제?” 명절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질문. 출산율이 심각하다고는 하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은 삶을 강요할 순 없다. 최근 들어 아이를 낳지 않는 삶을 선택하는, 아이 없이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어가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 늘고 있는 추세다.
‘딩크족’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뜻한다. 육아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인생을 즐기고자 하는 자발적 유형과 건강·경제적 여건 같은 문제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비자발적 유형이 있다.
대표적으로 방송인 김원희가 있다. 김원희는 2005년 사진작가 손혁천과 결혼했으나 아이를 낳지 않았다. 결혼생활 15년을 넘기도록 자녀를 갖지 않자 방송가에선 이들 부부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갔다. 하지만 김원희는 지난해 한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카들을 공개하며 딩크족임을 직접 밝혔다.
“1남 4녀로 자라서 한 번도 독방을 써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가족들과 북적북적하며 지냈다. 그러다 보니 조급함과 간절함이 크지 않았다”고 자녀를 갖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배우 김수로 역시 2세 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배우 이경화와 지난 2006년 13년 열애 끝에 결혼한 이후 지금도 연애 중이다. 두 사람은 배우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일찍이 자녀를 갖지 않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불임, 가정불화 같은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수로는 지난 2017년 ‘미운우리새끼’에 출연해 “다른 사람과 결혼했더라도 아내와 바람을 피웠을 것”이라며 아내를 향한 깊고도 단단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민교는 “주위 사람들은 항상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 아이 입장에서 낳으라는 사람은 못 봤다”라며 자신이 먼저 아내에게 ‘딩크족’을 제안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끼줍쇼’에 출연해서도 “꼭 아기를 낳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저런 아이를 보면 낳고 싶다. 그런데 육아로 힘든 엄마들을 보면 왔다 갔다 한다”고 속내를 밝혀 딩크족 가능성을 내비쳤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알뜰신잡’ ‘대화의 희열’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해 대중에게 친숙한 소설가 김영하도 부인 장은수와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으로 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영하는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에 “삼십대 초반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며 “저는 인간들은 어리둥절한 채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결국은 죽어 사라지는 존재라고 본다”며 아내와 살면서 서로 상처를 입히거나 욕망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자녀를 낳지 않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밖에 방송가엔 처음부터 딩크족은 아니었지만, 아이 없이도 알콩달콩 사는 커플이 많다. 2011년 결혼한 개그맨 심진화 김원효 부부를 비롯해 배우 신동미 뮤지컬 배우 허규, 결혼 6년차 배우 임지은 개그맨 고명환 부부는 한때 자녀를 갖기 위해 노력했으나, 지금은 자녀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그들이다. 세 커플은 모두 공교롭게도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생활과 일상을 공개한 바 있다. 그들은 방송을 통해 신혼 못잖은 달달한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이들에겐 한 번쯤 부러워할만한 라이프 스타일이었다.
바야흐로 가족의 형태가 점점 변하고 있다. 과거 4인 가구에서 이제는 1인 가구, 딩크족 등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 중이다. ‘결혼=임시=출산’의 공식도 점점 깨지고 있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개인화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결혼 역시 인생의 필수 관례가 아닌 개별적인 이벤트가
작사가 김이나의 말처럼 이제는 “왜 안 낳냐”고 묻지 않는 에티켓을 갖춰야 할 때다. “애 낳고 키워봐야 어른이 되고 인생을 안다”란 말조차 잔소리가 되는 세상이다. 그들의 인생이고, 그들의 자유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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