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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데뷔작 `은교` 감독과 7년 만에 재회한 김고은. 제공| CGV아트하우스 |
“20대는 기복을 줄여 나가는 시기라 여기며 뭐든지 부딪혔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깨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라는 마음뿐이었죠. 서른이 되면, 아니 30대가 되면 기복 없이 편안해지길 기도 했어요.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이었단 걸 이제야 알았네요. 하하!”
“내년이면 벌써 서른”이라는 말에, 김고은은 이 같이 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곤 “데뷔 때나 지금이나 뭐 하나 변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진짜 그렇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아주 조금은 성숙해졌길 바란다”며 민망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김고은의 신작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김고은이 데뷔작인 ‘은교’ 정지우 감독과 7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레트로 감성 멜로물이다. 사랑에 빠진 남녀가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엇갈림의 반복 속에서 애틋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첫사랑 연대기다.
“데뷔작을 만들어준, 존경하는 큰 산이자 가장 믿고 의지하는 친구인 정지우 감독과의 만남이 출연의 결정적 이유였다”는 그는 ‘은교’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신인 배우였기에 처음부터 끝가지 의지해 따라가기만 했다. 이번엔 뭐든 감독님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시나리오 역시 좋았다. 오랜만에 보는 느낌의 이야기였는데 어떤 큰 사건이나 특별한 이야기가 있지는 않았지만, 두 인물의 고민과 내면의 정서들, 그것들을 해결해나가고 성장해나가는 과정들이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공감이 많이 됐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잔잔하지만, 공감의 힘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7년 전의 감독님을 떠올려보면 저를 아주 조심스럽게, 유리구슬처럼 대해주셨던 기억이 많이 나요. 위치를 정해주는 게 없이 ‘고은이 움직이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움직여. 우리가 쫓아갈게’라며 배려해주셨죠. 그때는 처음이라 모든 현장이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특별하고 대단한 거였는지 알게 됐죠. 그 마음을 언젠가 꼭 보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일까. 정지우 감독과 김고은은 ‘은교’ 이후에도 1년에 한 번씩은 꼭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인연을 쌓아갔단다. 그는 “역시나 감독님은 배우의 마음을 잘 알아주시더라. 이번 작품에서는 훨씬 더 자유롭게 대해주셨는데 ‘넌 늘 괜찮아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등 가끔씩 생각지 못한 말을 해주셨다. 그럴 때면 깜짝 깜짝 놀라기도 했다”며 돈독한 애정을 자랑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현장의 배려와는 별개로 나름대로의 고민은 많았어요. 감독님 성향 자체도 배우가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지점들을 많이 열어주고, 테두리를 쳐주는 디렉션을 하기 때문에 섬세한 과정들이 필요했거든요. 다행히 생각보단 빠르게 감을 잡았고,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아 즐기면서 행복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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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와 드라마로 호평 받은 김고은은 작품 뒤에서 극심한 성장통의 20대를 겪었다. 제공| CGV아트하우스 |
김고은은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쉬지 않고,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그의 말대로 20대에 깨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 그에게 30대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금 물었다.
김고은은 “시행착오 끝에 30대가 됐을 때는 더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였는데 잘 모르겠다. 조금의 성장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역시나 수줍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쉼 없이 활동해오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과 오해가 너무 많았다. 오히려 당시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버티자고 생각했는데 몇 년이 쌓이다 보니 한꺼번에 터지더라. 그런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변산’을 만났고,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그렇게 잘 넘겼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여전히 그 과정에 있지만 차근차근 잘 헤쳐나가고 싶어요. 꿈이요? 지금은 다작을 하는 게 목표예요.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 최대한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작품이 잘 되고 좋은 연기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나고 연기하고 싶어요. 뭐든 깨달음이 생기고 배우는 게 있으니까. 그렇게 퇴보하지 않고 나아가고 싶어요.(웃음)”
김고은, 정해인의 호흡을 맞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 10월 1일 시작, 2007년 4월 15일까지 KBS Cool FM을 통해 13년간 방송된 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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