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주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바람이 분다’에서 김하늘의 절친 ‘조미경’ 역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
“요즘 제가 안하던 방식으로 사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예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다 보니 더 큰 에너지가 나오더라요. ‘바람이 분다’도 그 즈음 찾아온 드라마에요.”
배우 박효주(38)에게 드라마 ‘바람이 분다’는 “아끼고 가꿔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드라마의 정서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소중하고 좋았다”는 박효주는 “촬영하면서 에너지를 더 많이 얻어 끝난 게 너무 아쉽다”고 해사하게 웃었다. “본방사수를 제일 많이 했다”며 “특히 김하늘 감우성 선배의 연기를 보고 정말 감동 받았다”고 촬영 뒷이야기도 곁들였다. 예의상 하는 칭찬 같진 않았다.
“괜히, 멜로장인이 아니더라고요. ‘아니, 대본에 쓰여있는 걸 이렇게 표현하네’ 정말 놀랐고, 감탄했죠. 섬세한 결이 느껴졌어요. 도훈(감우성) 선배와는 같이 연기하는 신이 없어서 본방사수 하면서 감동 받았고요, 김하늘 선배는 촬영장에서 매번 감탄했죠. 회를 거듭할수록 수진 역할에 몰입하는 모습이 뭐랄까, 감동이라는 말 밖에 없을까요? 정말 멋졌어요. 여리여리하고 그런 모습인데 자기만의 얘길 잘해내는 모습이 정말 요 근래 본 배우 중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 현실절친 조미경을 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기도 했다는 박효주. 사진ㅣ유용석 기자 |
세 번의 결혼과 이혼으로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고 욜로족을 꿈꾸는 ‘미경’을 수진(김하늘)은 소울메이트이자 인생 선배로 의지했다. 극중 유일하게 러브라인이 없었지만, 박효주 김하늘 두 여배우의 케미는 드라마를 보게 되는 묘미 중 하나였다.
박효주는 자신의 배역에 대해 “일단 전사가 풍부해서 좋았다”고 했다. “단순히 수진이의 친구로 유쾌하고 밝기만 한 친구였더라면 별로였을텐데, 사랑에 실패한 후 ‘나를 사랑하자’는 좌우명을 갖고 사는 친구여서 더 많이 공감되고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
실제로 직언도 서슴지 않는 현실 친구였다. 김하늘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감우성 곁을 지키기로 했을 땐 “똥오줌 못 가릴 거야?”라며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박효주는 “친구 이상 자매의 마음인 거다.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가족을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미경의 독한 말과 직언은 수진을 사랑하는 마음의 반증이지만, 한편으론 수진의 사랑 방식을 통해 깊은 사랑을 배우게 된 것”이라고 돌아봤다.
조언과 위로, 독한 경고까지 서슴지 않는 ‘미경’의 사이다 매력은 현실 속 박효주에게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화려하고 비비드한 옷을 원 없이 입어봤다”며 반달 눈웃음을 지었다.
“전작 ‘신의 퀴즈:리부트’에선 의사 가운만 입었는데, 이번엔 스타일리스트들과 상의해가며 패션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죠. 단순히 ‘화려해보이자’가 아니라 과거엔 안 그랬지만, 이젠 ‘내 자신만 사랑하면서 살자’로 변한 친구거든요. 대사가 평균 대여섯 줄에 미사여구가 정말 많았는데 자꾸 읽다보니 리듬감이 생기더라고요.”
현실 절친 조미경을 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기도 했단다. "내 삶을 돌아봤을 때 이런 친구가 있을까. 정말 좋은 친구가 뭘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됐죠. 저 또한 미경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심 부러웠어요."
실제론 행복한 아내, 엄마인 그가 이혼녀를 연기하기란 어땠을까. 박효주는 “이혼의 희생자나 피해자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게 중요했다”며 “미경이가 갖고 있는 걸 다 경험하진 못했어도 결혼하고 애도 낳아봤으니 그 마음을 알 수는 있겠더라”고 했다.
“미경도 이혼을 통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좀 뜨겁잖아요. 수진이의 고충도 너무 잘 알고.. 욜로족으로 변하게 된 건 후천적인 성격으로 더 많이 만들어진 인물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 박효주에게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2’ 출연은 유쾌한 경험이었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
“연관 검색어에 최수종 씨가 나와 되게 신기하게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그동안은 예능이 부담스럽기만 했는데, 저라는 사람이 드러나는 게 싫고 겁도 많이 났거든요. 근데, 그 프로그램 하고나서 ‘어, 사람들의 관심도 괜찮네’ 하는 쪽으로 맘이 바뀌었어요. 이젠 세상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죠.(웃음)
결혼은 그에게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줬다. 틀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조력자도 생겼다. 무엇보다 결혼 후 ‘결혼 예찬론자’로 변했다.
“저는 결혼이란 걸 너무 잘한 것 같아요. 하기 전엔 가정, 일 두가지를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보니 ‘일찍 결혼해서 애 셋 낳을 걸’ 싶더라고요. 새로운 환경이지만, 너무 감사해요. 결국 모든 드라마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데, 제 인생을 잘 살면 좋은 기운들이 연기로 나오는 것 같아요.”
지난해 아담한 북콘서트를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던 박효주. 대중과 소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요즘이다.
“재작년에 책을 한권 낸 게 있는데 여행 에세이였어요.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란 책인데, 그 책을 내고 소소한 활동을 했어요. 작은 북토크도 하면서 너무 재밌더라고요. 제가 그런 쪽에 재능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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