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수연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래몽래인 |
최근 종영한 KBS2 화요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극본 박소영, 강원영, 연출 조나은, 서주완)는 이 시대의 평범한 직장인들을 위한 초밀착 리얼 오피스 드라마로 회사 가기 싫은 사람들의 아주 사소하고도 위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한수연은 극 중 남다른 감각과 뛰어난 업무능력은 물론 당찬 커리어 우먼 면모까지 갖춘 M문고 과장 윤희수를 연기했다. 4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윤희수로 살아온 한수연에게 ‘회사 가기 싫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잔잔하면서도 불같은 현실의 이야기를 드라마에 잘 녹여낸 만큼 촬영장도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웠기에 배우로서 더욱 값진 시간이었다.
“촬영이 일찍 마무리되어서 그런지 종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드라마나 현장이 모두 잔잔했듯이 종영도 편하게 안착한 느낌이다. ‘회사 가기 싫어’를 찍으며 스스로 ‘그렇게까지 괴롭히지 않아도 돼’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몰아세우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려준 작품이다. 감독님이 촬영장에 놀러오듯이 오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지만 결과를 보니 신기하게도 잘 완성됐더라. 각 작품마다 톤과 성향이 모두 다르니까 국한지을 순 없지만 이번 작품은 이전 작들의 무거움에 대한 환기 같았다. 그래서 더 소중했고, 여전히 끝이 아닌 기분이다.”
↑ 최근 한수연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래몽래인 |
‘회사 가기 싫어’는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으며 막을 내렸다. 동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과 경쟁해야 했기에 시청률은 다소 부진했지만, 한 번 본 사람이라면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드라마로 자리했다. 그 흔한 막장 요소 하나 없이 높은 몰입도를 자랑했고 여기에 모큐멘터리 방식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했다. 한수연 역시 작고 옹골찬 드라마에 출연한 데서 오는 성취감과 뿌듯함을 온 마음으로 만끽하고 있었다.
“만약 어떤 드라마가 밖에서는 웰메이드라는 평을 들어도 내부에 균열이 생겨 곪은 상태라면 상처뿐인 영광일 텐데 ‘회사 가기 싫어’는 안팎으로 평화로웠다. 제작진은 당연하고 배우들도 정말 좋은 사람들뿐이더라. 감독님도 워낙 좋은 연출가이자 어른이었고, 모두가 제 자리에서 평화롭게 있어줬다. 좋은 평가와 함께 우리의 마음도 다치지 않아 더 뿌듯한 게 사실이다.”
한수연이 연기한 윤희수는 한없이 당차고 똑 부러지는 인물이다. 극 중 윤희수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 직설적으로 말하는 탓에 방탄조끼를 입은 듯 상처 하나 없을 것 같지만 그 역시도 온갖 구설수에 오른 피해자이기도 했다. 윤희수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30대 여성으로서 말 못할 고충을 느끼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타인에게 욕을 먹었다. 한수연은 윤희수가 그런 상황에 놓일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용기 있게 연기하려 노력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 더 나아가 윤희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유리천장, 방탄유리 테마가 ‘회사 가기 싫어’에 모두 들어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수위로 연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할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희수가 이 시대 여성들을 대변해주기를 바란 마음도 있다. 어쩌면 저와 희수가 비슷한 점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여성 시청자들이 희수를 보면서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라는 걸 느끼길 바랐다. 그리고 희수의 용기 있는 행동이 조금이나마 힘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저 또한 진심을 담아 용기 있게 연기했다.”
↑ 최근 한수연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래몽래인 |
한수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또 있다. 한수연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그의 외증조할아버지는 공주에서 활동했던 의병 대장 김순오 선생이다. 그는 일본 순사 측 기록에 ‘악랄한 폭도 김순오’라고 적혀있을 정도로 격렬한 독립운동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만큼 한수연은 올바른 역사의식을 독려하는 데 힘쓰고, 핏줄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엄마에게 어릴 때부터 외증조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였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사실 역사 인식이 강하지 않아 잘 몰랐다. 그러다가 나이를 좀 먹으니 그 어린 나이에 나라를 위해 투쟁했다는 사실이 새삼 와 닿더라. ‘나였다면 가능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 집 가훈이 ‘정직하게 살자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