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수연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래몽래인 |
한수연은 단역 시절까지 합치면 어느덧 연기 인생 15년차를 바라본다. 긴 시간 배우로 살아온 그이지만 처음부터 연기에 뜻을 둔 건 아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8살, 성악을 하시던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낯선 땅 헝가리로 향했고 그곳에서 9년을 살았다. 딸이 원하는 건 어떻게든 지지해주셨던 어머니 덕분에 다양한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지만 필연적인 외로움이 따랐다.
“헝가리에 가서 저는 피아노를, 친언니는 바이올린을 배웠다. 8살짜리 꼬마애가 그 환경이 얼마나 낯설었겠나. 당시만 해도 그쪽 사람들이 중국인이라고 놀리던 때다. 외로운 마음에 자연스럽게 도서관이나 영화관을 자주 찾았다. 저는 그걸 헝가리의 외로움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또 헝가리 자체가 정서적으로도 음울한 편이라 그런 영향을 받기도 했다. 영화, 배우에 대한 로망을 품고 9년 후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교를 연기예술학과로 진학했다.”
그렇게 돌아온 한국에서의 생활도 녹록치 않았다. 16살 어린 나이의 한수연이 홀로 감당하기엔 힘든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때마다 한수연을 붙잡아 준 건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어릴 적부터 홀로 두 딸을 키우던 어머니는 한수연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길로 학교와 딸을 분리시키는 강단을 가진 분이었다. 한수연 역시 자라며 어머니의 곧음을 빼닮은, 사회 문제에 귀 기울이는 어른이 됐다.
↑ 최근 한수연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래몽래인 |
“엄마는 슈퍼우먼이었다. 집이 유복한 편이 아니었는데도 본인 하고 싶은 거 안 하시고 딸들 교육에 투자하시곤 했다. 지금은 제가 돌봐야 하지만.(웃음) 한국에 돌아와서는 왕따를 당했다. 어느 날 너무 힘들어 울면서 전화했더니 다시는 학교 안 가도 되니까 당장 집으로 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치른 뒤 대학에 진학했다. 지금도 당시 기억이 선명하다. 뉴스를 봐도 학생들 간 따돌림이나 구타 같은 보도가 나오면 남일 같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피해자에게는 모든 게 트라우마라는 걸 기억하고 왕따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누구보다도 사람에게서 오는 영향력에 대해 잘 아는 한수연이기에 스스로도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길 원한다. 누군가의 감정을 건드리는 연기를 통해 살아있다는
“배우란 사람들의 감수성과 감정을 건드리는 사람 같다. 저 또한 사람들의 감수성을 건드리고 좋은 영향을 건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누군가가 제 연기를 보고 감정이 동한다는 건 굉장히 뿌듯한 일이다. 그때야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