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가벼운 발상의 전환 하나로 너무 많은 걸 욕심냈다. 목적지를 잃으니 상황은 수습 불가, 그야말로 고삐 풀린 메가폰의 무한질주다. 배우들은 명품 연기로 어떻게든 그 고삐를 잡아채려 고군분투 하지만 끝내 잡지 못했다. 기획 의도를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 코믹 사극 ‘기방도령’이다.
영화 ‘기방도령’은 폐업 위기의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준호)이 조선 최고의 남자 기생이 돼 벌이는 코미디 사극으로 ‘위대한 소원’(2016) 남대중 감독의 신작이다. 자회사 JYP 픽쳐스가 제작하고 JYP 소속 준호, 신은수가 출연하는, JYP 노래까지 활용한 JYP의 야심찬 도전작.
기생의 아들로 태어나 기방에서 자란 허색은 수많은 여인들의 슬픔과 한을 교감하며 조선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남자 기생으로 유명세를 떨친다. 그런 그가 첫눈에 반한 유일한 사랑은 몰락한 양반집 규수 해원(정소민). 영화는 허색과 해원의 신분을 뛰어 넘은 로맨스를 주축으로 조선 여인네들의 한, 계급차이로 인한 한, 조선의 경제 불황 등 방대한 메시지를 담고자 끝없이 과욕을 부린다.
준호 최귀화 예지원 김동영 등 배우들은 하나같이 기대 이상의 명품 열연으로 곳곳의 구멍을 채우려 애쓰지만 갈수록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균열에 결국 떠내려가고야 만다. 잔망미 넘치던 B급 유머도, 신선한 소재와 풋풋했던 로맨스도 중반부 이후 침몰하고야 만다.
시선이 분산 되다 보니 애초 주요 소재였던 ‘남자 기생’ 역시 똑똑하게 활용하
메가폰의 실수로 관객의 실소가 쉴 새 없이 터지는 청춘 코믹 사극의 탄생이다. 7월 10일 개봉. 러닝타임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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