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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스트’ 이성민 사진=DB |
‘비스트’는 데뷔작부터 전작까지 줄곧 스릴러 영화를 연출해온 이정호 감독의 신작으로,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수 한수(이성민 분)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 분)의 범죄 스릴러다.
이성민과 이정호 감독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정호 감독은 ‘베스트셀러’(2010)를 통해 입봉한 뒤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 ‘방황하는 칼날’(2014)로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이며 스릴러 장르에 두각을 나타냈다. 이성민은 ‘베스트셀러’에서 조연으로 이정호 감독을 처음 만나고, 4년 후 ‘방황하는 칼날’을 통해 재회했다.
‘방황하는 칼날’ 속 이성민은 주검으로 발견된 여중생 수진의 사건을 맡은 형사 억관 역을 맡아 정재영과 공동주연으로 열연했다. 그는 딸을 잃은 뒤 이성을 잃고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를 추격해야만 하는 형사의 갈등을 심도 있게 그렸다. 어쩌면 관객 모두가 느꼈을지도 모를 그 연민과 죄책감, 내적 갈등이 이성민의 얼굴을 통해 한층 더 섬세하게 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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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스트’ 스틸컷 사진=NEW |
이성민은 이정호 감독의 신작 ‘비스트’에서도 형사로 분했다. 이번에도 역시 비교불가한 연기력으로 또 다른 차원의 연기 지평을 열었다. ‘비스트’의 관건은 입체적인 캐릭터의 표현이다. 주요 사건이 존재하긴 하나 이는 어쩌면 허상에 불과할지도 모르며, 결국 사건으로부터 촉발된 비틀린 욕망과 심리 서스펜스가 켜켜이 쌓여 각 인물에 입체성을 부여한다.
이성민이 연기한 한수는 ‘살인마를 잡겠다’라는 긍정적인 목표 혹은 욕망을 마음에 품지만 그 결과는 비극이다.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그릇된 선택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수를 비롯한 대부분의 인물은 끝내 나락으로 떨어진다. 한수의 동료 민태 역시 최초에는 ‘범인을 잡겠다’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결국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잘못된 길을 택한다. 그렇게 모두가 지옥도를 그리게 되고 이 지옥도의 중심에는 한수, 이성민이 있다.
이성민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를 파국 속에 놓인 인물의 피폐함을 오직 연기만으로 표현했다. 조금의 곁눈질도 없이 정공법으로 돌파함으로써 관
어쩌면 짐승처럼 거칠지만 인간 군상 모두를 담은 형사 한수는 접근조차 어려운 캐릭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정호 감독의 긴장감 있는 연출과 이성민의 본능적인 연기가 만난 순간, 한수는 살아 숨쉬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재탄생했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