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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엘 하네케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1942년 독일에서 태어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주로 프랑스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 강박증적 완벽주의자로 대변되는 그는 연출적으로도 완벽함을 추구하기로 유명한 거장이다.
필모그래피의 시작은 ‘7번째 대륙’(1989)이다. 이후 ‘퍼니게임’(1997), ‘피아니스트’(2001), ‘하얀리본’(2009), ‘아무르’(2012) 등을 통해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연출을 선보이며 강렬한 감정을 안겼다.
곱씹을수록 날카로운 테마를 가진 미카엘 하네케의 작품은 섣불리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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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퍼니게임’ 사진=‘퍼니게임’ 포스터 |
◇ 미카엘 하네케의 주제 의식 ‘퍼니 게임’
영화라는 영상매체는 필연적으로 관음증을 벗어날 수 없다. 영상매체의 이러한 속성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 바. 미카엘 하네케 역시 영상매체의 훔쳐보기 또는 폭력성에 관해 화두를 던졌다.
‘퍼니 게임’은 그의 칸 국제영화제 첫 경쟁부문 진출작이기도 하다. 이 파격적인 영화는 미카엘 하네케가 칸이 사랑한 거장이 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는 ‘퍼니 게임’ 개봉 10년이 지난 후 동명의 영화로 직접 리메이크 하며 자신의 주제 의식을 더욱 또렷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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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퍼니게임’ 사진=‘퍼니게임’ 스틸컷 |
여름휴가를 맞아 별장을 찾은 한 가족에게 낯선 두 남자가 달걀을 얻을 수 있냐고 물어온다. 하지만 이 남자들의 행동이 어딘가 미심쩍다. 달걀은 어이없게 깨져버리고 휴대전화는 물에 빠진다. 결국 가족과 남자들 간 언쟁으로 이어지고, 두 남자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퍼니게임’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 제안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동일하게 부여된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는 이상 제안을 피할 길은 없다.
말도 안 되는 게임에 휘말린 이 가족의 안위는 절대 보장받지 못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기괴하다는 말로도 설명이 안 되는 게임을 이어가며 폭력성을 그대로 노출한다. 결국 관객은 가족들이 헤어 나오지 못할 수렁에 빠져 발버둥치는 걸 가만히 응시할 수밖에 없다. 조금 더 폭력적으로 말하자면, 폭력을 방관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미카엘 하네케가 보는 폭력성은 곧 인간 본성이다. 인간의 폭력성이란 어떻게 발현되는지 다소 과격하게 표현해 피하지 못할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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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얀 리본’ ‘아무르’ 포스터 사진=‘하얀 리본’ 포스터, ㈜티캐스트 |
◇ 두 번의 칸 황금종려상, ‘하얀 리본’ 그리고 ‘아무르’
미카엘 하네케는 그간 칸 국제영화제에서 두 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심사위원대상, 감독상까지 품에 안으며 명실상부 거장 반열에 올랐다.
‘하얀 리본’은 그에게 첫 황금종려상 영예를 안긴 영화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독일의 어느 마을이 시대적, 공간적 배경인 이 영화 속 인물들은 평화를 모방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그저 욕심 없이 평온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듯 하지만 그 내면은 기이한 이기심으로 가득하다. 모순은 아이들이 순수함의 상징인 ‘하얀 리본’을 맨다는 데서 발생한다. 아이들은 하얀 리본을 맨 채 어른들에게 이런 저런 교육을 받지만 실제 두 눈으로 목격하고 귀로 듣는 것은 어른들의 이기심과 폭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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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얀 리본’ 사진=영화 ‘하얀 리본’ 스틸컷 |
‘아무르’는 ‘하얀 리본’의 차기작이다. 미카엘 하네케는 첫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르’로 다시 한 번 최고 영예를 안았다.
영화의 주인공은 노부부다. 어느 날 정신을 잃은 아내(엠마누엘 리바 분)는 점점 병세가 깊어지고, 이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남편(장 루이 트랜티냥 분)의 내면을 응시한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불행에 삶이 흔들리며 이에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초월적인 무언가가 영화를 차분히 지배한다.
드물게도 이 영화는 미카엘 하네케 특유의 잔혹함이 배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내면에 대한 송곳 같은 테마가 폐부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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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피엔드’ 포스터 사진=그린나래미디어 |
◇ 우리는 얼마나 이중적인가 ‘해피엔드’(2017)
2017년 제작되고 지난 20일 개봉한 미카엘 하네케의 신작 ‘해피엔드’는 일종의 가족 소동극이다.
미카엘 하네케는 프랑스 칼레 지역에 사는 로랑 가문의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위선,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묻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면을 특히 잘 꼬집었다는 평이다. 영화 속 인
우리네 시대상과 인간군상을 거울처럼 투영한 ‘해피엔드’. 미카엘 하네케 식 냉철한 테마가 우리에게 또 한번 날카로운 물음을 던진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