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연기 괴물들의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다. 125분의 러닝타임 내내 강렬한 서스펜스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매서운 직구 뒤엔 씁쓸한 여운이 가슴 속을 맴돈다. 폭주하는 본능, 그 들끓는 불씨가 다 타버린 뒤 허망한 애잔함까지, 다채로운 에너지가 살아 숨쉬는, 웰 메이드 범죄 스릴러 ‘비스트’다.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원작으로 하는 ‘비스트’는 수많은 사건 가운데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격돌하는 형사들을 담은 범죄 심리 스릴러.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무마시키는 에이스 형사 한수(이성민), 그는 이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면서 곤경하게 처하게 되고, 그늘 아래 가려져 있던 라이벌 형사 ‘민태’(유제명)는 이를 눈치 채고는 그를 쫓기 시작한다.
살인사건의 해결과 두 형사 관계의 역전에서 오는 서스펜스가 주요 골자. ‘누구나 하나쯤 짐승을 가슴 속에 키우고 있다’는 극 중 대사처럼 인간 폐부 깊숙이 숨겨 있는 모든 걸 꺼내놓게 하는 날카롭고도 집요한 전개, 반전의 거듭과 다양한 캐릭터들의 휘몰아치는 에너지, 결국엔 맞닿게 되는 인물들의 애환과 공허함이 스크린을 꽉 채운다.
중반부 이후로 진부해질 수도 있었던 친숙한 전개를, 너무 많은 캐릭터의 등장으로 다소 분산이 될 수도 있었던 시야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극도의 스릴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단연 이들의 공. 이들의 탄탄한 호흡을 기반으로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편집, 강렬한 캐릭터들의 적절한 치고 빠지기 덕분에 가뿐 호흡은 쉬이
강렬한 미장센, 이보다 더 강렬한 배우들의 연기, 그것을 기반으로 빠르고도 유유하게 흘러가는 전개, 그 안의 서로 다른 색깔의, 두 갈래의 서스펜스가 쫄깃함의 끝을 선사한다. 오는 26일 개봉. 러닝타임 1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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