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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시타니 히로시 감독 사진=NEW |
일본 연출가들은 드라마와 영화 혹은 예능을 수시로 오가며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뜻밖의 시너지와 재미있는 발견 등이 창작의 원동력이 되어 보다 새로운 작업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5년 영화 ‘현청의 별’로 입봉한 니시타니 히로시도 이러한 케이스다. 그처럼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맹활약하는 연출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풍성한 필모그래피를 보유했다.
매체와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니시타니 히로시의 작품은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그의 자신감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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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거탑’ ‘라스트 프렌즈’ 포스터 사진=일본 후지TV |
◇ 여전히 사랑받는 일본 드라마 ‘하얀거탑’과 ‘라스트 프렌즈’
니시타니 히로시는 지난 2005년 영화를 통해 입봉했지만 그보다 앞선 2001년 드라마 ‘여자 아나운서’로 먼저 연출 데뷔했다.
일본 후지TV 소속인 니시타니 히로시의 명성은 드라마 ‘사랑하는 톱 레이디’(2002), ‘하얀거탑’(2003), ‘라스트 크리스마스’(2004), ‘구명병동 24시’(2005), ‘갈릴레오 시리즈’(2007), ‘라스트 프렌즈’(2008), ‘러브송’(2016), ‘형사 유가미’(2017) 등 작품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굵직굵직한 작품의 연출을 맡아 감각적이고 치밀한 묘사로 높은 몰입도를 이끌어내는 진정한 베테랑이다.
일본 소설이 원작인 ‘하얀거탑’은 지난 2007년 국내에서도 리메이크 돼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일본에서는 니시타니 히로시가 연출한 ‘하연거탑’을 빼놓고는 드라마를 논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뛰어난 연출력을 자랑했다. 여기에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비중 있게 다루며 장르와 테마의 균형을 조화롭게 유지한 것 역시 그만의 능력이다.
‘라스트 프렌즈’는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보듬는 이야기를 그린다. 방영 당시 떠오르는 청춘스타였던 나가사와 마사미, 우에노 주리, 에이타, 미즈카와 아사미, 니시키도 료 등이 출연해 화제성과 작품성을 모두 챙겼다.
니시타니 히로시는 ‘라스트 프렌즈’를 통해 가정폭력과 여러 공포증, 성정체성 장애 등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다뤘다. 아무리 문화면에서 개방적인 일본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소재는 당시로서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니시타니 히로시의 몰입도를 높이는 연출과 탄탄한 극본의 힘,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큰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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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도쿄 타워’ ‘용의자 X의 헌신’ 포스터 사진=스폰지, NEW |
◇ 스크린에 펼쳐낸 극과 극 이야기 ‘도쿄 타워’(2007) ‘용의자 X의 헌신’(2009)
니시타니 히로시는 릴리 프랭키의 소설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원작으로 한 영화 ‘도쿄 타워’를 마츠오카 조지와 공동 연출해 인간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도쿄 타워’는 돈이 없어 친구들은 모두 떠나고 집세가 밀려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보쿠(오다기리 죠 분)가 어느 날 날아온 엄마 오칸(키키 키린 분)의 암 투병 소식에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모자 사이의 감정 변화와 일상의 균열, 그리고 소중함 등이 관객에게 뭉클한 감독을 선사한다. 개봉 당시 일각에서는 다소 신파적이라는 평도 있었지만 두 감독은 세련된 화면 안에 잔잔한 정서를 입히는 등 자신들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했다.
니시타니 히로시의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어느 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리메이크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전에도 물론 장르물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을 들어온 니시타니 히로시지만 ‘용의자 X의 헌신’이야말로 그에게 새로운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장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전과 추리라는 영역을 자유자재로 주무르며 또 하나의 뛰어난 상업 장르영화를 완성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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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평일 오후 3시의 연인’ 포스터 사진= ㈜팝엔터테인먼트 |
◇ 일드 ‘평일 오후 3시의 연인’ 영화화, 한국에 상륙하다
방영 당시 숱한 화제를 모은 드라마 ‘평일 오후 3시의 연인’이 니사타니 히로시의 손을 통해 영화로 재탄생, 드디어 국내 개봉했다.
지난 2017년 일본에서 제작되고 개봉한 ‘평일 오후 3시의 연인’은 평범한 가정주부 사와(우에토 아야 분)와 고등학교 교사 기타노(사이토 타쿠미 분)의 금기된 사랑을 다룬 영화로, 일본 개봉 이후 2년 만에 국내 관객들과 만났다.
영화화 된 ‘평일 오후 3시의 연인’은 드라마로부터 3년 후를 그린다. 앞서 동명의 드라마 연출도 맡았던 니시타니 히로시는 자신의 콤비인 이노우에
영화는 125분이라는 러닝 타임 내내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빠른 속도감을 자랑한다. 또한 드라마를 통해 한 차례 작업한 바 있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빈틈없는 호흡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겼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