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 겸손한 배우 조여정. 제공| CJ엔터테인먼트 |
“뭔가 제 영화 같지가 않아요. 어떤 면에서든 믿겨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기생충’은 말 그대로 놀라움의 연속이에요.”
배우 조여정(38)은 이렇게 말하며 그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달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이고, 30일 개봉일 당일 50만이 넘는 관객이 들었다는 것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극찬에 대해서도 조여정은 말처럼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연신 “대박!”이라는 말로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시나리오를 받은 동시에 완전히 매료됐다. 너무 재미있고도 새롭고 독특했다”고 운을 뗀 그는 “배우로서 나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찾게 될 때면 정말이지 좋다. 다양한 감독님과의 작업이 매번 설레고 기다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도 봉준호 감독님을 통해 조금은 신선한 나를 보게 돼 흥미로웠다”며 웃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희비극이다.
‘마침내 봉준호는 장르가 됐다’는 찬사가 나올 만큼, 하나의 장르로 규정지을 수 없는 신랄한 풍자와 코미디, 휴먼 드라마, 서스펜스 등이 묵직한 메시지 아래 기가 막힌 비율로 버무려져 있다.
극 중 박사장의 아내이자 모든 사건의 시작점에 놓인, ’심플한 사모님’ 연교로 분한 조여정은 “출연을 결정지은 뒤 ‘자신 있다 혹은 없다’로 규정지을 수 없는 막막함을 느꼈다. 설렘 반 부담 반으로 현장에 갔는데 워낙 친절하고도 분명한 감독님의 리더십에 금세 안정감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우리 영화 안에 나쁜 사람이란 없어요.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방식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뿐이죠.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지라도. 연교라는 캐릭터는 잘 속고 신중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맹하거나 배려심이 없는 인물은 아니에요. 전형적인 부잣집 비호감과는 다르죠. 그 인물 자체가 되기 위해 진지하게 임했고 노력했어요. 그것이 저절로 가능하게끔 하는 완벽한 시나리오였고요.”
↑ 영화 `기생충`으로 또 한 번의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조여정. 제공|CJ엔터테인먼트 |
그는 “오랜 시간을 뚝심 있게, 자신의 색깔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렇게 기가 막힌 형태로 완성시킨 게 신기했다”며 “봉 감독님의 소신과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게 아닐까 싶더라. 쌓이고 쌓인 내공이 빛을 발휘하는 작품에 함께 하게 돼 영광스러울 따름”이라고 두 손을 모았다.
역시나 뚝심 있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해 온 조여정에게 “어떤 소신이나 원동력이 있나”라고 물으니, “‘이거다’고 대답할 만한 대단한 건 없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민망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뭘 할 때 일단 진지하다. 그렇게 임해온 게 어쩌다 지금까지 오게 됐다. 내가 하고자 하는 길을, 나의 선택을 믿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영화를 통해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일들이 사실 잘 실감은 안 난다. 어떤 칭찬을 받고 있는지도 , 나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지도,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저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생산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시나리오에서 느낀 무엇도 컸지만 완성작을 봤을 때 느낀 감동은 더 컸던 것 같아요. 많이 웃었지만 많이 슬펐고요. 곳곳에 숨겨져 있는 많은 함축들이, 연기할 땐 온전하게 느낄 수 없는 것들도 이제는 다 보이더라고요. 만약 제가 출연하지 않았다고 해도 분명 달려가 봤을
배우 조여정이 지금껏 최선을 다해 연기해왔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뚝심 있는 열정과 내공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 ‘기생충’은 황금종려상이 인정한 작품성에다 흥행 날개까지 달고 극장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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