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강호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또 한번 진화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제공| CJ엔터테인먼트 |
봉준호(50)가 봉준호를 뛰어 넘었듯이, 송강호(52) 또한 자신을 뛰어 넘었다. 영화 ‘기생충’을 통해서다.
지난 25일 폐막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 송강호가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두 사람은 2003년 '살인의 추억', 2006년 '괴물', 2013년 '설국열차'를 함께 작업했으며, 한국영화계 '영혼의 단짝'으로 불린다.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밀양'(2007년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비경쟁 부문), '박쥐'(2009년 경쟁 부문)에 이어 '기생충'으로 5번째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비로소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는 올해, 첫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의미가 더해졌다.
“계급에 대한 이야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우리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결국 ‘인간에 대한 존엄’"이라며 ‘기생충’을 소개한 송강호는 “냄새나 선 같은 건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타인에 대해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고 선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다. 그런 편견이 곧 계급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 현상 밑에 가장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존엄”이라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 감독님께 ‘이제야 내가 좀 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그만큼 아주 즐겁게 촬영을 했죠. 봉준호라는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으니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연기해도 다 받아줄 것만 같고 다 조율이 될 것 같고 그래서 신이 났어요. 10명의 배우들이 누구 하나 소외되는 캐릭터가 없이 자기 몫이 다 있고, 그러니까 행복하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했어요.”
↑ 송강호는 친구이자 동료인 봉준호 감독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제공| CJ엔터테인먼트 |
“작품이 상을 받는 게 우리가 전부 상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는 그는 “나중에 그런 이야기를 듣고 놀라기도 했고 감사하면서도 뿌듯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 영화가 사랑 받는 게 가장 좋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항상 자신의 뒤에 따라 붙는 ‘봉준호의 페르소나’라는 호칭에 대해서는 “겸손한 척이 아니라 진짜 내가 그런 소리를 들어도 될지, 자격이 되는지 스스로 의문이 든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매번 놀랍다. 그의 세계도, 그것을 작품 안에 담아내는 방식도, 비로소 완성된 모습도 전부 그렇다”며 “내가 그와 단지 많은 작품을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될지 스스로도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그의 세계를, 그의 메시지를 과연 내 연기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잘하고 있는지도. 그럼에도 굉장히 기쁘고 영광스러운 수식어”라며 뿌듯해 했다.
송강호는 또 ‘충무로의 자존심’ ‘믿고 보는 배우’ 등 수식어에 대해서도 “주위의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스스로는 어떤 수식어에 갇히려고 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무래도 후배들이 많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니까 좋은 의미와 느낌을 주는 배우이고 싶다는 욕심은 있어요. 영화를 하면 관객을 많은 관객을 동원한다는 평가 보다는 ‘저 배우가 작품을 택했을 때는 예술가로서 늘 고민하고 각성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드리고 싶고요. 비록 어떨 때는 흥행에도 실패할 수 있고 또 잘될 수도 있고, 연속으로 잘
'기생충'은 지난 30일 개봉, 높은 예매율에 이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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