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젊은 거장의 탄생에 영화계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봉준호의 ‘기생충’, 그리고 ‘황금종려상’의 영광이 있기 까지는 많은 숨은 공로자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일 이미경 부회장은 봉 감독의 신작 ‘기생충’의 세일즈를 지원하기 위해 직접 칸 영화가 열리는 프랑스 칸을 찾아 시선을 끌었다. 그가 칸 영화제에 방문한 건 지난 2009년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 받았을 당시 참석한 이후 딱 10년 만.
‘기생충’ 크레딧에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도 이름이 올라가 있는 이미경 부회장은 25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아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21일 밤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된 '기생충' 첫 공식 시사회에 참석해 힘을 보태는가 하면, 영화제 내내 봉 감독의 뒤를 든든하고도 묵직하게 지켰다.
봉준호 감독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이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그를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왔다. 봉 감독은 그의 지원 아래 자신의 인생작인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마더’, ‘설국열차’ 등을 만들 수 있었다. 봉 감독은 ‘기생충’을 기획하면서도 CJ ENM을 가장 먼저 찾았고,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CJ 영화의 해외 판매에 힘을 싣고 '기생충' 팀을 적극 지원했다.
지난 25년간 CJ의 영화 사업을 이끌어온 이 부회장은 영화를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로 정해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해왔고, 다국적 엔터테인먼트 기업 드림웍스의 설립도 주도했다. CJ가 드림웍스에 투자한 돈은 무려 3억 달러. 당시 CJ 그룹의 자산이 1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정한 ‘모험’이었지만 그의 추진력은 대단했다.
결과적으로 CJ는 이 계약을 기반으로 영화사업의 초석을 다졌고,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를 론칭했다. 국내 투자·배급과 극장 사업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음은 물론 해외에서의 성과 역시 독보적이다.
이 같은 안목과 뚝심, 리더십을 지닌 이 부회장과 천재 감독 봉준호의 협업은 예상대로 언제나 기대 이상이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미경 부회장이 10년 만에 칸 영화제를 찾을 정도로 CJ가 봉준호와 '기생충'에 거는 기대는 컸고 예상은 적중했다. 오랜 기간 쌓여온 윈-윈 협업은 결국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황금종려상’이라는 뿌듯한 결실로 이어졌다.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영화계는 보다 활력을 더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의 위상을 드높인 것뿐만 아니라 침체된 다소 한국 대작에 대한 신뢰도를 한껏 드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상업 영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소 안일한 혹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지도 모를 국내 스타 감독들에게도 적잖은 자극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영화 100주년인 올해 한국영화로는 처음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과 그가 사랑한 배우 송강호는 27일 금의환향해 이후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이어간다. 28일 국내 언론, 배급시사회에 이어 봉 감독과 배우들이 인터뷰에 나선다.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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