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김성규가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키위미디어그룹 |
영화 ‘악인전’은 중부권을 쥐고 흔드는 제우스파 조직 보스 장동수(마동석 분)와 바짝 독이 오른 형사 정태석(김무열 분)이 연쇄살인마 K(김성규 분)를 잡기 위해 힘을 합치는 이야기로, 2017년 영화 ‘대장 김창수’로 입봉한 이원태 감독의 신작이다. 최근 막을 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프랑스 칸의 밤을 뜨겁게 달뤘다.
김성규는 극 중 기존 연쇄살인마들과 결이 다른 인물인 강경호(K) 역을 맡아 섬뜩한 연기를 스크린 가득 펼쳐냈다. 첫 주연작인 만큼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쭉 그래왔듯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또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시킨 김성규다.
“‘악인전’은 배움의 의미가 강하다. 주연으로서 대단히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의미에서 좀 더 넓게 봐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원태 감독님이 시나리오에 써놓은 K라는 인물을 만들어야 했다. 이 영화에서 필요한 역할 그리고 큰 특징을 고민했다. K가 가진 주장, 신념, 세계 등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믿음에서 나오는 섬뜩함이 강렬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다. 장르적인 캐릭터라서 더 어려웠던 것 같다.”
↑ 최근 김성규가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키위미디어그룹 |
K는 그야말로 무자비하다. 기존 스릴러 장르 영화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마와 차별화 된 지점이 여기서 비롯된다. 많은 영화 속 연쇄살인마가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반면 K는 상대가 누구이든 가리지 않고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다만 그가 왜 이런 일을 자행하는지에 대한 힌트가 영화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이건 김성규가 받아든 시나리오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그렇기에 인물의 전사에 더욱 공을 들여야 했다.
“시나리오에도 K의 전사에 대한 구체적 묘사는 없었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러프하게 전사를 그렸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지 않나. 그 부분을 확장했다. 제가 할 수 있는 K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볼 때 K라는 역할 자체가 장르적이고 현실성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논리적으로 따지기보다 이미지나 분위기로 다가갔다. 물론 그런 것들을 완벽하게 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모두 의견이 다르고 호불호도 있을 거라고 본다. 솔직히 버겁다고도 느꼈다. 그렇지만 K가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게끔 최선을 다했다.”
김성규는 전작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에서 장첸(윤계상 분)의 왼팔이자 조선족 양태로 분해 독특하고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제 분신인 양 도끼를 휘두르는 액션을 선보인 김성규는 ‘악인전’을 통해 또 한 번 거친 액션 연기를 펼쳤다.
“도끼, 총, 칼 다 써본 것 같다.(웃음) ‘범죄도시’ 때 (진)선규 형과 서울액션스쿨에서 고되게 훈련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현장에서 합을 맞췄다. 오히려 저보다도 마동석, 김무열 선배님의 액션이 더 위험했던 것 같다. 카체이싱 장면을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도 많아서 좋더라.”
↑ 최근 김성규가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키위미디어그룹 |
김성규는 영화 ‘기술자들’(2014)과 ‘터널’(2016)을 거쳐 재작년 ‘범죄도시’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범죄도시’의 악역 양태부터 ‘악인전’ K까지, 악랄한 인물들을 연달아 연기한 탓에 본의 아니게 ‘악연 전문’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이제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로서 부담스럽거나 고민스러운 지점일 수 있으나 김성규는 의연했다.
“악역만 맡는다는 말에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오히려 저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제가 연기한 악역들은 다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만약 또 다른 영화에서 이전과 다른 느낌의 악역을 맡을 수 있다면 연기해보고 싶다. 악역이라서가 아니라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후유증이 남지 않냐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후유증보다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편이다.”
첫 주연작을 성공리에 치러낸 김성규가 해보고 싶은 장르는 ‘일상’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흔히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엄청 뛰어다니고 피를 흘리고, 눈도 번뜩이는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에게 밥은 먹었냐고 묻는, 그런 일상적인 연기를 제가 하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