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어린 의뢰인’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어린 의뢰인’은 오직 출세만 생각하던 변호사 정엽(이동휘 분)이 7살 친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한 10살 소녀 다빈(최명빈 분)을 만나 마주하게 된 진실에 관한 실화 바탕의 영화로, 지난 2013년 발생한 칠곡 아동 학대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7살 민준(이주원 분)과 10살 다빈 남매는 세상에 둘도 없을 만큼 절친한 남매다. 비록 엄마의 부재와 아빠 종남(원현준 분)의 방관으로 의지할 데라곤 오로지 서로뿐이지만, 그래도 제법 낙천적인 아이들이다. 특히 누나 다빈의 동생 사랑은 보는 사람을 겸허해지게 만들 정도로 성숙해서 유난히도 아프다.
더 큰 사건은 두 남매에게 새 엄마 지숙(유선 분)이 찾아오면서부터 발생한다. 지숙은 아이들의 장난기 섞인 대화는 물론 서툰 젓가락질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민준이 또래 아이들이 으레 할 수 있는 실수가 남매의 집에서는 금기가 되고, 폭력은 평범한 얼굴을 한 채 무섭게 달려든다. 그러다 결국 동생 민준의 목숨이 무참히 짓밟혀도 폭력은 주춤하는 기색도 없이 남은 한 아이에게 쏟아지고 만다.
↑ 영화 ‘어린 의뢰인’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민준, 다빈 남매에게 정엽은 유일한 어른이었다. 자신들을 폭력의 수렁에서 꺼내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에 그에게 더 매달렸다. 하지만 정엽은 뭔가 미심쩍은 낌새를 알아차리면서도 일단 제 코가 석자라서 그 낌새를 모른 척한다. 정엽뿐만 아니다. 다빈이의 담임선생님, 다빈이가 용기내 찾아간 경찰서의 경찰들, 사무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복지기관 직원들, 남매가 학대 당할 때 ‘오늘 좀 심하네’ ‘또 저러네’라고 무심히 넘긴 이웃들 모두가 방관자다. 영화 속에서 정엽은 다행히도 변화하고 성장한다. 아이들의 희생으로 어른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스토리가 유독 더 씁쓸하게 와 닿는다. 일류 로펌으로부터 선물 받은 벤츠를 버리고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는 정엽의 절박함은 뒤늦게나마 진실을 마주한 자의 용기다.
이동휘는 후반부로 갈수록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 정엽의 심리를 다채롭게 그려냈다. 초반에는 그 특유의 무심한 코미디로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것도 이동휘라서 가능한 일이다. 유선 역시 완벽한 연기변신을 이뤄냈다. 유선은 법대 출신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어린 의뢰인’이지만 다소 아쉬운 점도 보인다. 전반적으로 허술한 만듦새가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완전한 몰입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오는 22일 개봉.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