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떴다. 두 사람은 영화 ‘기생충’에서부터 서로에 대한 애정까지 드러내며 청취자들과 호흡했다.
16일 방송된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게스트로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봉준호 감독은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세 번째 출연. 배철수는 “감독 중 최다 출연”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라디오 첫 출연이라고 밝힌 송강호는 “라디오 방송 출연은 처음인 것 같다. 15년 전에 한 번 출연한 것 같은데 어디인지 기억이 잘 안난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라디오 최초 출연이라고 하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철수와 송강호는 15년 전 엔진 오일 광고로 만난 적이 있다고.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높은 화제성에 대해 묻자 “송강호 선배님을 비롯한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등 배우들 면면이 화려해서 화제가 되는 것 같다. 스토리가 알려져있지 않아서 그것 때문에 궁금해하고 호기심을 가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기생충이 나오는 공상과학물로 오해하는 분이 계시더라. 기생충이 나오는 영화는 아니다. 국내와 해외에서 많이들 오해하시더라. 그래서 계속 말씀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철수는 송강호에게 영화를 잘 안 보는 편이지 않냐고 물었다. 배철수는 “송강호가 잘 안 보는 편이라고 하더라. 건너 건너 들었는데 박찬욱 감독이 송강호라는 배우를 보고 당신은 영화도 잘 안 보고 음악도 많이 듣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연기를 잘하냐고 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연기를 잘 한다는 건 과찬이다. 영화는 알게 모르게 보게 된다”고 했고, 봉준호 감독 역시 “(송강호 선배가) 영화도 많이 보고 TV 시리즈도 많이 본다”고 부연했다.
송강호는 박찬욱 감독에 대해 묻자 “박찬욱 감독과 영화는 세 번의 장편을 했다. 단편은 한편이다. 그래서 네 편”이라고 설명했다.
배철수는 송강호에게 “영화 속에서 노래한 적 없지 않냐”고 물었다. 송강호는 “어설프게 노래하는 장면은 있었다”고 답했다. 계속해서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도 박자를 못 맞췄다. ‘제비처럼’인데, 영화 OK 장면도 박자가 안 맞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봉준호 감독은 “형사가 술에 취해 한거라 오히려 좋았다”고 치켜세웠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 선배와) 노래방을 같이 간 적이 있다. 음정과 박자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송강호는 ‘봉준호의 페르소나’라는 말에 “그게 가면이다. 얼굴이라는 뜻이다. 기분 좋은 표현이고 과찬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그런 능력을 가진 배우인가. 봉준호라는 예술가의 깊이나 세계관을 과연 그런 수식어를 들으면서 표현할 수 있는 배우인가. 낯뜨거운 경우도 많다. 저에겐 과분한 칭찬이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배철수는 송강호에게 “배우는 타고난 건가. 노력의 결과인가”라고 질문했다. 송강호는 “연습도 많이 하고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너무 과찬을 해주셨는데 그래도 늘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최대한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할 때 물어본 적 있다. 가까이서 보면 신비하지 않나. 그런 장면은 준비하거나 순간 떠올라서 하냐고 궁금해서 여쭤본 적이 있다. 대답은 ‘씨익’ 웃으면서 직업상 비밀이라고 하더라. 더 이상 여쭤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봉준호 감독은 칸 초청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06년 제59회 칸 국제영화제에 영화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도쿄!’와 2009년 ‘마더’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2017년에는 넷플릭스 영화 ‘옥자’로 경쟁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는 ‘기생충’으로 ‘옥자’ 이후 2년 만에 다시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송강호 역시 이번이 다섯 번째 칸 초청이다. 봉준호 감독 영화 ‘괴물’과 이창동 감독 ‘밀양’, 김지운 감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찬욱 감독 ‘박쥐’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바 있다. ‘기생충’ 팀은 19일 칸 영화제로 향한다.
배철수는 칸 레드카펫 밟는 기분을 물었다. 송강호는 “영화 주제곡이 울려 퍼진다. 감동적이다. 영화를 지금 안 본 상태에서 가면 무슨 곡이냐고 하면 우리 주제곡이잖아 하게 된다”고 답했다.
그런가하면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에 대해 ’“칸 영화제 다녀온 후 시사회가 있고 30일 개봉한다. 기술 시사가 있는데 그것만 한 번 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기생충’은 기술 시사 때 봤다. 배우들 다 봤다”며 “처음 볼 때는 어떤 영화든 긴장하고 봐서 즐기지는 못한다. 그런데 ‘기생충’은 특별했다. 손뼉 치고 웃었다. 그러기가 쉽지 않다. 어떤 부분에서는 박수가 나온다.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데 ‘기생충’은 자유롭게 신나게 봤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해 감탄을 자아냈다.
송강호는 배우 생활에 대해 묻자 “연극까지 치면 30년이다. 1989년에 연극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TV 드라마를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영화만 24년째”라며 “영화를 하다 보니까 시간적으로나 처음부터 잘 안 맞았다. 영화를 계속하다보니까 저도 봉 감독님과 비슷한 게 많은 일을 동시에 못 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영화를 하니까 영화에만 집중하게 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송강호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배우를 하고자 했다. 시골에서 자랐다. 문화적 경험이 전무했다. 그래서 많은 분이 궁금해한다. TV도 없고 연극도 볼 수 없는 지역이었는데 친구들하고 놀고 이야기할 때 주변에 친구들에게 제가 이야기하는 걸 재미있어하더라. 왜 재미 있어 할까 싶더라. 친구들도 제가 가진 표현력이랄까 이야기의 느낌을 놀라워했다. 그러다 보니 불현듯 나에게도 이런 재능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면서 꿈이 생겨났다”며 배우의 꿈을 꾸게된 이유를 털어놨다.
영화 ‘기생충’을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 팬들이 많다.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 ‘플란다스의 개’부터 시작해서 그런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굉장히 충격적이고 감동적이다. 또는 어떤 문화적 체험을 통해서 풍성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대표적 감독이다.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영화관에서 시간을 투자해서 저희 영화를 보면 뭔가 풍성하고
봉준호는 “영화가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동시대 이야기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해당 되는 현시대 이야기다. 동시대 배우들이 잘 표현해주고 있어서 배우들의 면면만 봐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생충’은 30일 개봉한다.
skyb1842@mk.co.kr